북한이 국제원자력기구 IAEA가 영변 핵 시설에 붙여놓은 봉인과 감시카메라를 제거하도록 요구하는 등 핵 시설 원상복구 움직임을 보다 구체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그동안 어렵게 진전을 이뤄온 북 핵 6자회담의 성과가 수포로 돌아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이연철 기자와 함께 자세한 소식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이연철 기자, 먼저 논란이 되고 있는 봉인과 감시 카메라가 무엇인지 간단하게 설명해 주시죠?

이= 봉인이란 봉투 등을 봉한 다음에 도장을 찍는 행위나 거기에 찍은 도장을 말하는데요, 관계자의 허락이나 정해진 절차에 의하지 않고는 함부로 열어볼 수 없도록 그같은 조치를 취하는 것입니다. 영변 핵 시설에 봉인을 한 것도 마찬가지 이유인데요, 주요 핵 물질이나 시설 등에 대한 자의적인 접근과 이용을 막기 위한 것입니다. 그리고 감시 카메라를 설치한 것은 봉인을 파손하는 사람이 누구인지를 감시하기 위한 것인데요, 이 카메라에도 봉인 조치를 해 놓음으로써 아무도 손대지 못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영변 핵 시설의 불능화 작업을 주도하고 있는 국제원자력기구 IAEA와 미국이 각각 별도로 핵 시설에 대한 봉인과 감시카메라 설치를 맡았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봉인과 감시카메라를 제거하는 일은 그렇게 어려운 작업이 아니라면서요?

이= 그렇습니다. 핵 시설을 원상복구하겠다고 마음만 먹으면 봉인과 감시카메라를 제거하는 일은 기술적으로 아무런 어려움이 없는 쉬운 일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하고 있습니다.

IAEA는 1994년 제네바 합의에 따라 북한의 5 메가와트 원자로를 봉인했지만, 북한은 2002년 12월 핵 시설 재가동을 결정하고 봉인과 감시카메라를 제거했습니다. 이어 IAEA 사찰단을 추방했고, 2003년 1월에는 핵확산금지조약 NPT 탈퇴를 전격선언함으로써 제2차 북 핵 위기를 야기한 바 있습니다.

진행자: 북한 영변의 핵 시설이 다시 봉인되고 감시 카메라가 설치된 것은 언제였나요?

이= 네, 북한은 지난 해 2월13일, '9.19 공동성명 이행을 위한 초기단계 조치', 즉 '2.13합의'에서, 5만t의 중유를 받는 조건으로 재처리 시설을 포함한 영변 핵 시설을 폐쇄 봉인하기로 약속했습니다. 2007년 6월 말 IAEA 실무단이 북한을 방문해 핵 시설의 폐쇄와 검증 문제를 협의했고, 북한 외무성은 7월15일 영변 핵 시설 가동 중단을 공식 발표했습니다. 이어 11월부터 영변 5 메가와트 실험용 원자로와 핵재처리 시설, 핵연료봉 제조공장 등 영변 소재 핵 시설에 대한 총 11가지 불능화 조치가 시작됐습니다.

진행자: 북한이 영변 핵 시설 봉인과 감시카메라 설치에 합의한 것은 국제원자력기구 IAEA 의 통제에 따르겠다고 약속한 것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북한이 이번에 제거를 요구한 이유는 어떻게 풀이되고 있나요?

이= 네, 북한의 움직임은 미국이 자국에 대한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를 검증체계 구축 이후로 미루고 있는 데 대한 강력한 불만의 표시로 보입니다. 북한은 지난 8월 26일 외무성 성명을 통해, 미국이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를 미루고 있다고 비난하면서, 핵 시설 불능화 작업을 중단했고 원상복구를 고려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어 20여일 만인 지난 19일에는 원상복구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고, 이번에 봉인과 감시카메라 제거를 요구한 것입니다. 북한은 이처럼 핵 시설에 대한 복구 움직임을 보다 구체화하면서 미국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여가고 있습니다.

진행자: 북한이 이처럼 영변 핵 시설의 봉인과 카메라 제거를 요구한 것에는 어떤 의미가 있나요?

이= 네, 봉인과 카메라 제거는 북한이 불능화가 진행되던 영변 핵 시설을 원상태로 되돌려놓는 작업에 들어가는 것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핵 폐기는 폐쇄 봉인과 불능화, 그리고 폐기 등 3단계로 이뤄지는데요, 2단계 작업인 불능화가 11개 가운데 8개가 완료되는 등 마무리되고 있는 상황에서

봉인과 카메라를 제거하게 되면 1단계 이전으로 두 단계나 후퇴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 경우 그동안 우여곡절 속에서도 한발짝 씩 진전을 이뤄온 북 핵 합의가 사실상 무산될 수 있는 위험에 처하게 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습니다.

진행자: 북한의 움직임과 관련해, 북 핵 협상이 다시 진행되기 대단히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데요, 앞으로의 전망은 어떻습니까?

이= 네, 당초 북한이 불능화를 중단한다고 발표할 때만 해도 그런 조치는 부시 행정부를 압박하기 위한 단순한 협상용 카드일 것이라는 관측이 주를 이뤘습니다. 하지만, 북한이 핵 시설 재가동을 위한 수순들을 차례로 밟아 나가면서 북 핵 6자회담이 위기를 맞을지도 모른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현재 미국 정부는 어떻게든 상황 악화를 막아 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미 국무부는 지난 19일 북한이 핵 시설 원상복구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발표한 데 대해, 북한이 아직 핵 시설을 재가동하는 지점에 도달하지는 않았다며 북한과 계속 교류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미국 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도 21일 뉴욕에서 한국 측 수석대표인 김숙 한반도 평화교섭본부장을 만나, 북한이 상황을 더이상 악화시키지 말고 조속히 2단계 마무리 절차에 복귀할 수 있도록 설득하는 작업에 주력하기로 했습니다. 힐 차관보는 대북 지원 중단 문제와 관련해 당장 어떤 계획도 갖고 있지 않다며 앞으로 상황을 지켜보겠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힐 차관보는 검증 방안과 관련해, 국제적 기준이 지켜져야 하며, 새로운 것을 만들 의도는 없다고 밝혀, 앞으로의 협상도 쉽지 않을 것임을 내비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