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김정우 기자, 요즘 계속 경제관련 소식을 전해 드리고 있는데, 최근 굵직한 소식이 또 터져나왔죠?

(답) 네, 미국의 연방준비제도이사회, FRB가 지난 14일에 세계 4위의 투자은행인 리먼브러더스에 대한 구제금융 요청은 거부했지만, 16일에는 세계 최대의 보험업체죠, AIG에 대해 850억 달러를 긴급지원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지원의 명분은 '미국 정부와 납세자를 위해서'라는군요.

(문) FRB가 리먼브러더스의 요구를 거절할 때, 헨리 폴슨 재무장관은 납세자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서라고 말했는데, 이번 AIG에게 자금을 지원하면서, 납세자를 위한다 라고 했다니, 좀 이상한데요?

(답) 네, 미국 정부가 이렇게 모순된 행동을 보이는 이유는 AIG가 파산할 경우, 미국 경제가 받는 타격은 리먼브러더스 때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에섭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만일 이 AIG가 망하면 지난 1929년 대공황 시기에 발생했던 금융시장의 붕괴와 같은 사태가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문) 그런데 이 AIG가 망하면 왜 그런 심각한 사태가 벌어지는건가요?

(답) 이 AIG는 보험회삽니다. 보험회사의 특성상 보험을 가입한 소비자들의 재산이 걸려 있고요, 또 이 회사는 사실상 전세계 모든 금융기관들과 거래를 하고 있다는군요. 현재 AIG는 1조 1천억 달러의 자산과 전세계 130개국에 7천 4백만명의 고객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전문가들은 이 AIG가 망하면 1천 1800억 달러의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이런 손실액이라면 미국 경제가 감당하기가 힘들다고 하는군요.

(문) 그런데 현재 이 AIG사에 치명적인 문제가 있다고 하던데요?

(답) 네, 영어로는 CDS라고 불리는 하는데요, 바로 신용부도스왑이란 금융상품 때문입니다. 간단하게 이게 뭔가 설명을 드리면 A라는 회사가 발행한 채권을 B라는 회사가 삽니다. 그런데 채권을 산 B는 만일 채권을 발행한 A사가 망하면 채권이 휴지조각이 되니까, 보험회사인 C에게 보험을 듭니다. 보험을 드는 이유는 만일 채권발행자인 A사가 망하면, 채권을 산 B는 채권을 살 때 냈던 돈과 그동안의 이자를 보험회사인 C에게서 받는 그런 상품입니다. 현재 AIG는 4410억 달러의 CDS 계약을 가지고 있다는데요, 문제는 이 AIG가 보증해 준 CDS에 이번에 문제가 된 비우량주택담보대출, 즉 서브프라임 모기지 관련 채권이 많다는 점입니다. 서브 프라임 모기지 관련 채권이 줄줄이 휴지 조각이 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를 보증해 준 AIG는 엄청난 손실을 보는거죠. 세게최대의 보험회사라는 AIG가 이 CDS에 발목을 잡힌겁니다.

(문) 그렇다면 미국 정부당국은 사전에 이런 금융상품들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규제하지 않아 왔던 건가요?

(답) 그점이 바로 미국식 자본주의의 강점이자 약점이죠. 이 CDS는 정부당국의 규제를 받지 않는 금융상품입니다. 실제로 미국 내에서 이 CDS 시장이 얼마나 되는지 알고 있는 사람이 없다고 하는군요. 또 이번에 문제가 된 AIG는 은행이 아니기때문에 미국에서는 FRB 같은 기관의 감독 대상이 아닙니다. 미국의 보험업체는 연방 차원이 아니라, 주 정부 차원의 규제를 받습니다. 이런 상황을 보고, 런던 정경대의 윌럼 뷰이터 교수는 파산할 경우에 전세계적으로 타격을 줄 금융업체가 미국 정부가 아닌 뉴욕주의 몇몇 관리에 의해 규제를 받는다니, 믿을 수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연방기관인 FRB가 특정 보험업체에 구제금융을 결정한 것 자체가 사상 처음이라고 하네요.

(문) 김정우 기자, AIG 보험회사에 관련된 얘기를 좀 더 해볼까요? 이번 AIG에 대한 지원 결정에 대해 비판하는 사람들도 있던데요?

(답) 이번 FRB의 결정을 금융시장붕괴를 막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조치로 환영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만, 진보적인 성향을 지닌 학자들 사이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이들 진보진영은 이번 FRB의 결정은 '정실 자본주의'와 '정경유착'의 소산이라고 비난하고 있습니다.

(문) 이들은 어떤 주장을 펼치고 있는지 소개해 주시죠.

(답) 앞서 말씀드린 윌럼 뷰이터 교수는 경제전문지죠, 파이낸셜 타임지에 최근 기고한 글에서 FRB의 결정을 조목조목 비판했습니다. 중요한 내용을 소개해 드리면, 뷰이터 교수는 AIG가 이번에 파산에 몰린 이유는 고유 업종이었던 보험부문이 나빠진 게 아니라, 보험 이외의 금융상품을 통해서 이익을 보려다가 엄청난 규모의 손해가 난 것이기 때문에 이는 AIG의 자업자득이라고 표현했습니다. 따라서 이번 사건은 평소에 자유시장경제 원리를 내세우는 미국 정부가 참견할 일이 아니라는거죠.

(문) 그렇다면, 이 AIG가 망하도록 내버려둬야 한다는 얘긴가요?

(답) 그렇습니다. 뷰이터 교수는 AIG는 물론 경영진과 주주 또 채권자들도 혹독한 대가를 치뤄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뷰이터 교수는 FRB도 실랄하게 비난했는데요, 규제를 피하려는 AIG의 로비에 말려서, FRB가 보험계약자들의 돈으로 그렇게 방만한 투기를 일삼는 것을 그대로 두었다고 비난했습니다.

(문) 뷰이터 교수, 이 글에서 미국은 사회주의 체제가 됐다는 재밌는 말도 했던데요?

(답) 네, 뷰이터 교수는 시장의 실패를 제대로 묻지 않고, 이번 지원은 공공의 이익을 위해서 불가피했다는 사회적 합의가 없다면, 이 AIG에 대한 FRB의 지원으로 미국이란 사회는 정실자본주의와 특수관계자들을 위한 사회주의 체제가 됐다고 비아냥 거렸습니다.

(문) 자본주의의 첨단을 달리는 나라를 사회주의 체제가 됐다고 하니, 참 재밌는 표현이군요. 그런데 이번에 AIG에 850억 달러를 지원한 미국 정부, 국내 금융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돈을 썼나요?

(답) 미국 정부는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로 발생한 금융위기를 진정시키기 위해서 올들어 약 8천억 달러를 쓴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정말 어마어마한 돈이죠?

(문) 그렇다면 이제까지 미국정부가 어떤 부문에 얼마나 많은 돈을 풀었는지 정리해 볼까요?

(답) 네, 먼저 지난 7월에 집이 압류위기에 처한 주택소유자들에게 연방주택국이 3천억달러의 주택자금을 융자해줬죠. 이를 시작으로 재무부가 경영난에 빠졌던 양대 모기지 업체죠, 패니매와 프레디맥의 경영권을 인수하기 위해, 2천억 달러를 투입했습니다. 또 재무부와 FRB는 지난 3월에 투자은행인 베어스턴스의 부도를 막으려고, 이 베어스턴스를 인수하려는 제이피 모건, 체이스 그룹에 300억 달러를 지원했습니다. 다음으론 FRB가 금융시장에 돈이 돌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단기대출시스템이란 것을 마련해서 이제까지 2천억 달러를 지원했고요, 이번에 파산 위기에 처한 AIG에 850억을 지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