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유엔에 가입한 지 오늘로 꼭 17주년이 됩니다. 북한은 그동안 유엔 가입을 통해 국제사회로부터의 식량 지원 등 다양한 혜택을 받을 수 있었는데요, 이 시간에는 17년 전 북한이 어떤 과정을 거쳐 유엔에 가입했으며, 앞으로의 과제는 무엇인지 최원기 기자와 함께 알아봅니다.

진행자: 최 기자, 남북한이 유엔에 가입한 게 벌써 17년 전의 일이군요?

답) 그렇습니다. 남한과 북한은 지난 1991년 9월17일 유엔에 동시가입했습니다. 남북한은 당시 뉴욕의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 46차 유엔총회에서, 남한은 1백61번째로, 그리고 북한은 1백62번째로 유엔에 가입했습니다.

진행자: 북한은 당초 유엔 가입에 반대했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왜 입장을 바꾼 것이죠?

답)평양의 당초 목표는 북한 혼자 유엔 회원국이 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북한은 지난 1958년, 1975년에 단독 가입안을 유엔에 냈다가, 안보리의 거부로 무산된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90년대 초에 상황이 바꿨습니다. 당시 남한의 노태우 대통령 정부가 '남북한이 동시에 유엔에 가입하자, 만일 그 것이 싫으면 남한 혼자라도 유엔에 가입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소련과 중국도 남한의 이같은 입장에 동조했습니다.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자 북한도 동시가입 쪽으로 입장을 선회한 것입니다.

진행자: 지금은 남북한이 유엔 회원국인 것이 너무나 당연한 일 같은데, 당시에 북한은 왜 유엔 가입에 반대했던 겁니까?

답)한마디로 유엔 가입은 남북한 분단을 고착화시킨다는 것이었습니다. 당시에는 김일성 주석이 아직 살아 있을 때 였는데요, 김 주석은 남북한이 따로따로 유엔에 가입할 경우 이는 분단을 고착화시켜 장차 통일에 걸림돌이 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때문에 북한 외무성은 91년 당시 유엔에 가입신청서를 내면서도 "우리가 유엔에 가입하기로 한 것은 남조선 당국자들의 분열주의적 책동에 대처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취하는 조치다"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진행자: 한마디로 북한은 '울며 겨자 먹는' 기분으로 유엔에 가입했다는 얘기인데, 유엔 가입을 계기로 북한의 국제적 위상이 좀 올라갔나요?

답) 남북한은 유엔에 가입하기 전까지만 해도 유엔의 '옵저버'에 불과했습니다. 옵저버는 영어로 '관찰자''지켜보는 사람'이라는 뜻인데요. 말 그대로 남북한은 그 때까지 유엔에서 발언권과 표결권이 없이 방청석에서 회의를 지켜보는 것이 고작이었습니다. 그런데 남북한은 유엔 가입을 계기로 유엔에서 발언권과 표결권을 행사하게 된 것은 물론 국제무대에서 입지를 굳히는 계기가 된 것이 사실입니다.

진행자: 현재 유엔 회원국이 몇 나라나 됩니까?

답) 현재 유엔 회원국은 1백92개국입니다. 그러니까 전세계 거의 모든 국가들이 유엔에 가입해 있는 셈인데요. 만일 17년 전에 남북한이 유엔에 가입하지 않았더라면 남북한은 지구촌에서 유엔에 가입하지 않은 '외톨이 국가'가 됐을 것이라고 관측통들은 말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북한이 유엔 가입을 통해 얻은 이득이 있습니까?

답) 북한은 유엔 회원국이 됨으로써 무엇보다 국제무대에서 발언권을 갖게 됐구요. 또 각종 유엔 산하기구에 가입하거나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마련할 수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북한은 지난 1995년 대홍수가 발생하자 그 해 8월 뉴욕의 대표부를 통해 유엔에 지원을 요청했는데요. 이때 시작된 유엔의 대북 구호사업은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진행자: 유엔이 지난 13년 간 북한에 어떤 도움을 주었는지 좀더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시죠?

답) 가장 큰 것은 구호사업입니다. 북한이 도움을 요청하자 유엔은 세계식량계획(WFP)와 유엔아동기금(UNICEF) 등을 중심으로 식량난에 시달리는 북한주민 4백만 명에게 식량을 지원했습니다. 또 유엔아동기금은 북한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영양식과 예방접종 사업 등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진행자: 북한이 미국 등 외교 관계가 없는 나라들과 유엔을 통해 접촉할 수 있었던 것도 소득으로 꼽을 수 있을 것 같은데요.

답) 그렇습니다. 미국은 최근 북한에 식량 50만t을 지원하면서 이 중 40만t은 유엔 기구를 통해 지원하고 있습니다. 이는 유엔이 미-북 간 중간통로로 활용되고 있음을 잘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그밖에도 지난 1994년 1차 핵 위기 때와 마찬가지로 미국과 북한이 핵 문제를 풀기 위해 뉴욕의 유엔주재 북한대표부를 통해 상호 연락을 주고 받는 것도 눈여겨 볼 대목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진행자: 그러니까, 북한은 유엔 가입을 통해 국제무대에 진입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고 볼 수 있는데요. 북한이 앞으로 국제적 위상을 좀더 높이고 경제적 실리도 거두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답) 관측통들은 북한이 핵을 포기할 경우 국제적 위상과 경제적 실리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충고하고 있습니다. 현재 미국의 부시 행정부는 북한이 핵을 포기할 경우 북한과 외교관계 수립은 물론이고 경제적 지원, 그리고 한국전쟁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겠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만일 북한 수뇌부가 핵 포기라는 전략적 결정을 내릴 경우 이를 계기로 북한의 국제적 위상이 높아지는 것은 물론이고 북한은 안전보장과 경제적 실리를 함께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