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수철이 다가온 가운데 북한의 식량 사정은 계속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올해는 예년과 달리 큰물 피해는 없었지만 북한의 수확량은 여전히 크게 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가을걷이를 앞둔 북한의 작황 전망과 식량 상황 등을, 서지현 기자와 알아봅니다.

진행자: 북한에도 추수, 즉 가을걷이 철이 시작됐는데요. 올해 북한의 수확량, 어느 정도로 추정됩니까?

답: 북한 노동신문은 15일자 사설에서 '가을걷이 전투가 시작됐다'며 '농업생산을 획기적으로 늘려 최단기간에 인민들의 먹는 문제, 식량 문제를 원만히 해결하려는 당의 결심은 확고부동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북한 당국의 '결심'은 확고부동할지 몰라도 현지 상황은 매우 어렵습니다. 대북 지원단체 '좋은벗들'에 따르면 북한 농업성은 전체 인구의 6개월 분 식량, 즉 올 가을 생산량 목표치인 1백80만 t 을 공급할 수 있을지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농업성 측은 특히 황해남도와 강원도 등은 수해 피해 때문에, 함경남도는 날씨가 가물어 농사에 어려움이 많았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매년 거듭돼온 큰물 피해가 올해는 심하지 않았던 것 같은데요. 지난 7월 수해 피해도 지난 해만큼 심했지 않았고, 또 지금이 9월 중순인데 아직까지 큰 태풍 소식이 없는 것을 보면 올해는 좀 안심해도 되지 않을까 싶은데요.

답: 네, 불행 중 다행이라고 해야할 것 같습니다. 올해 태평양에서 발생한 태풍은 12개인데 대부분 한반도까지 올라오지 못했습니다. 올해 북한에 영향을 미친 태풍은 지난 7월 20일 북한에 피해를 줬던 제7호 태풍 갈매기가 유일합니다. 한국 기상청 측의 설명을 들어보시죠.

김승배 기상청 통보관 (SBS 인터뷰): 올 여름에는 이례적으로 7월 초에 북태평양 고기압이 우리나라 북쪽까지 확장하면서 7~8월에 발생한 태풍의 대부분이 우리나라 쪽으로 향하지 못하고 서쪽으로 진행해 나갔습니다.

기상청은 10월 초까지는 가을 태풍 1개가 한반도에 영향을 줄 가능성은 있다고 밝혔습니다. 거꾸로 올해는 벼가 한창 자라는 4월에서 6월 사이에 충분한 비가 내리지 못했고, 또 비료가 절대적으로 부족했던 점 등 다른 요인들이 북한의 작황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그렇다면 올해 북한에 유일하게 영향을 미친 지난 7월 큰물 피해 영향은 어느 정도였습니까.

답: 네, 북한에는 지난 7월 20일부터 21일까지 태풍 '갈매기'에서 변질된 저기압의 영향으로 지역별로 최고 2백80 mm 의 폭우가 쏟아졌었습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올해 큰물 피해는 상대적으로 미약하며, 보다 중요한 것은 지난 해 피해의 여파라고 지적합니다. 한국 농촌경제연구원 권태진 선임 연구원의 말, 들어보시죠.

권태진 연구위원: (지난 7월 비는) 단기간에 지나가는 비였기 때문에 큰 피해를 보지는 않았을 겁니다. 그렇지만 작년 8월 북한은 두 차례의 큰물 피해로 20만 ha 이상의 농경지가 침수되고, 유실, 매몰되는 피해를 입었거든요.

진행자: 권 연구원의 지적처럼 지난 해 북한은 이례적으로 국제사회의 지원을 신속하게 요청하는 등 큰물 피해 정도가 막심했었는데요. 올해 새로운 수해는 없었지만 지난 해의 여파가 수확량에 계속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군요.

답: 네, 지난 해 엄청났던 수해 피해로 식량난이 극심해졌고, 이에 따라 농민들이 충분히 먹지 못해 노동력에 크게 의존하는 북한의 올해 농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습니다. 모내기나 옥수수 파종 시기에 식량난이 심각했던 것은 다시 올 가을 수확량 감소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권태진 연구원의 설명입니다.

권태진 연구원: 금년도에는 북한의 식량난이 굉장히 심각했고, 또 북한의 에너지 사정이 좋지 않아 농기계를 충분히 가동하는 데 문제가 있었고, 제대로 먹지를 못했기 때문에 제대로 일을 못해서 영농 일정에 상당히 차질이 생기고 지연된 그런 면이 있기 때문에...

'좋은벗들'의 소식지에 나타난 황해남도 재령군의 사정이 이같은 복합적인 요인을 잘 나타내주고 있는데요. 재령군에서는 첫째, 굶주린 농민들이 일하러 나오지를 못해 농사가 제대로 안 됐고, 둘째, 지난 해 수해 때 피해를 입은 농경지들이 제대로 복구가 안됐고, 셋째, 지난 7월 폭우로 다시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파괴된 농경지가 많았다고 합니다.

진행자: 전반적으로 볼 때 올해 가을걷이에 크게 기대를 걸 수 없는 상황이군요. 그럼 현재 북한의 식량 사정은 어떻게 전해지고 있습니까.

답: 일부 민간단체에서는 지난 춘궁기에 아사자가 곳곳에서 발생했다고 전했었는데요. 지금은 햇곡식이 나오고 있어 그 정도 사정은 아니라고 합니다. 하지만 여전히 기아로 농장에 일하러 나오지 못하는 농민들의 수가 많다고 합니다. 또 곳곳에서 옥수수를 훔치는 도둑들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는데요. 일례로 황해남도 연안군의 한 농장에서는 작업반 1개의 경비 인원이 50여 명에 이를 정도인데도 노동자들이나 군인들이 무리로 와서 이삭을 따가는 데는 속수무책이라고 하는군요.

진행자: 설익은 곡식을 훔쳐먹는 정도면, 여전히 상황이 매우 어려운 듯합니다.

답: 네. 아사는 서서히 오랜 시간의 기아 상태를 거쳐 진행되는 것이기 때문에 집계 자체가 힘들고, 또 북한 내에서의 발생 여부에 대해 이견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북한의 식량난이 현재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는 것입니다. 민간단체와 종교인들이 대북 식량 지원을 위한 관심을 지속적으로 호소하고, 또 세계식량계획, WFP 가 최근 두 차례에 걸쳐 대북 식량 지원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원을 호소한 것은 그만큼 북한의 식량 사정이 심각하다는 '진실'을 반영한 것입니다.

WFP는 북한 동북부 지역의 식량 상황이 특히 심각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으며, 추가적인 긴급 지원이 없으면 이 지역에서 인도주의적 비상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미국 정부의 지원분이 순차적으로 도착하고 있지만 전체 식량 부족분에는 절대적으로 못미칩니다. 한편, 한국 정부는 북한에 대한 식량 지원에 대해 여전히 검토 중이라는 입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