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등 세계 각국 언론들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건강 이상설을 비중 있게 보도하면서, 특히 김 위원장의 유고시 후계 구도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서지현 기자가 주요 보도 내용, 정리해드립니다.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 이상설이 불거진 뒤 미국과 영국, 홍콩 등 전세계 언론들의 관심은 북한의 후계 구도에 집중되고 있습니다.

미국의 외교전문지 '포린 팔리시(Foreign Policy)'는 20여 년 간 북한 정권을 연구해온 미국의 비영리 연구기관 CNA의 켄 고스 수석연구원과의 인터뷰 기사를 11일 웹사이트 머릿 기사로 실었습니다.

고스 연구원은 지병으로 지난 해 4월 이후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조명록 군 총정치국장 겸 국방위 제1부위원장이 정권 창립 60주년 기념식에 나타난 것은 김정일 부재시 단일화된 지도력을 보여주기 위한 것일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고스 연구원은 이어 김정일 유고시 단일체제가 아닌 집단지도체제가 등장할 수 있다며, 북한의 최고급 정보와 안보 기구를 관장하는 장성택 노동당 행동부장과 오극렬 작전부장, 노동당 내 가장 세력이 막강한 것으로 알려진 조직지도부의 리제강 제1부부장, 김영남 국방위 상임위원장, 김영춘 국방위 부위원장 등을 김 위원장의 뒤를 이을 인물들로 꼽았습니다. 고스 연구원은 또 김 위원장의 실무비서이자 다섯번째 부인으로 알려진 김옥 국방위원회 과장이 막후에서 매우 강력한 역할을 맡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고스 연구원은 군 쪽에서는 오극렬 노동당 작전부장과 함께 김명국 작전국장을 꼽았습니다. 김명국 작전국장은 특히 1994년 김일성 주석 사망시 작전국장 직을 역임해 후계자 인수 과정 등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입니다.

고스 연구원은 김 위원장의 아들 승계설에 대해서는 김 위원장이 30년 동안 후계자 수업을 받은 것과 달리 3남 중 어느 누구도 그 같은 경험이 없다며 가능성이 희박한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영국의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 는 김정일 위원장의 건강 이상설에도 불구하고 북 핵 6자회담의 일련의 과정에서 북한은 전략적으로 신중했으며, 일본과의 납북자 문제 협상에서도 '전적으로 이성적인'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이 잡지는 북한과 협상을 벌여온 일본 측 외교관의 말을 빌어, 북한 측은 최고위급 지도자의 지시가 없으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며 김 위원장은 분명한 결정을 내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습니다.

'이코노미스트'는 그러나 자연스럽게 김 위원장의 후계 구도가 추측된다며, 김 위원장은 자신이 과거 김일성 주석 밑에서 후계자 수업을 받았을 때와 달리 3남 중 그 어느 누구도 후계자로 지명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코노미스트'는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은 훗날 자국민 수십만 명을 굶주리게 하고, 고문하고, 강제수용소에서 일하다 죽음으로 몰고 간 데 대해 자신의 피붙이들이 국제 전범재판에 서게 하지 않으려는 의도인 것 같다고 분석했습니다.

홍콩의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 역시 11일 김일성 주석이 지난 1994년 사망하기 20년 전에 이미 김정일을 후계자로 지명한 것과 달리 김 위원장은 아직 후계 구도를 세워놓지 않고 있다며, 이로 인해 유고시 위험한 권력공백 상태나 군부 지도자 간의 권력투쟁이 벌어질 수 있다고 전했습니다.

북한 핵 문제와 탈북자 위협에 따른 돌발 사태에 대비하려는 중국과 일본, 한국은 이같은 불확실성을 우려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 신문은 이어 김 위원장의 장남 김정남에 대해서는 보여지는 권력만 있을 뿐 진정한 후계자는 아닌 것 같다고 분석했습니다. 김정남이 마카오와 방콕, 베이징을 옮겨다니며 북한 고위급 외교관, 정보국 당국자들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지만 여러 차례 암살 표적이 되는 등 군부 엘리트 내 나이가 많고 강경한 반대편 인물들로부터 도전을 받는 것 같다는 추측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