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지난 2006년 핵 실험 당시에도 미국의 조지 부시 대통령 임기 내에 핵 시설의 불능화를 염두에 두고 있었다고, 한국의 전직 통일부 장관이 밝혔습니다. 김대중 정부 시절인 2000년대 초반 통일부 장관을 지낸 박재규 전 장관은 8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특별 강연회에서, 미국의 일부 양보가 이뤄진다면 올 해 안에 북한 핵 시설에 대한 불능화가 완료될 수 있다는 견해를 밝혔습니다. 보도에 김근삼 기자입니다.

한국의 박재규 전 통일부 장관이 8일 미국 워싱턴의 국제문제 연구소인 '우드로우 윌슨 센터'에서 북 핵 문제와 미-북 관계에 대한 강연회를 열었습니다.

김대중 정부 시절 통일부 장관을 지냈고, 평양을 방문해 북한의 김정일 위원장과도 세 차례 면담한 바 있는 박 전 장관은, 북한이 지난 2006년 핵 실험 당시에도 미국의 조지 부시 대통령 임기 내에 핵 시설을 불능화하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지난 핵 실험 직후에 평양 갔을 때 이 문제를 놓고 북한 지도층에 있는 분들한테 많은 질문을 했습니다. 그 중에 하나가 '정말 핵을 계속 가지겠다는 거냐?'였는데, 그 때 답변은 '무기는 그 다음 단계로 넘기더라도 핵 시설의 불능화는 가능한 미국의 부시 행정부가 끝나기 전에 하겠다는 것이 북한의 입장'이라는 얘기를 했습니다."

박 전 장관은 강연 후 기자의 질문에 대한 답변에서 "북한이 불능화 단계를 중단한다고 선언한 것도 미국이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북한을 삭제하지 않은 데서 나온 것이며, 미국이 한 걸음 양보하는 차원으로 움직인다면 부시 정부 내에 불능화가 완료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김정일 위원장의 궁극적인 목표는 핵무기 보유가 아니라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통한 체재 유지라는 것도 박 전 장관의 견해입니다.

박 전 장관은 김정일 위원장은 체재 안정을 위해 미국과의 관계 개선이 가장 중요하다고 보고 있으며, 따라서 미국이 북한과 외교 관계를 맺고 안전을 보장하면 김 위원장은 핵무기를 포기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박 전 장관은 이 날 강연에서 "2000년 부터 2005년 사이에 김정일 위원장을 세 차례 만났고, 김용순 전 노동당 비서와도 여러 차례 만났다"면서 "개인적으로 관찰한 결과, 김 위원장은 진정으로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원한다는 강한 확신을 갖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박 전 장관은 이어 김정일 위원장이 지난 2000년 김대중 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미군의 남한 주둔에 반대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힌 점, 또 김 위원장을 비롯한 북한 지도부가 비공식적으로 반미 선전은 대부분 국내용이라고 인정한 점도 김 위원장의 대미관계 개선 의지를 보여준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