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는 북한의 영변 핵 시설 복구 작업 조치가 일본인 납치 문제 해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특히 일본은 지난 1일 후쿠다 야스오 총리가 갑작스레 사임을 발표하면서 사실상 '권력공백'상태이기 때문에 납치 문제를 포함한 외교 현안들에 즉각적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처지인데요, 도쿄 현지를 연결해 자세한 소식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우선 북한이 핵 시설 복구 작업을 개시했다는 소식에 대해 일본 정부의 반응이 나왔나요.

예, 그같은 외신보도가 있은 직후에 일본의 나카야마 교코 납치문제 담당상은 기자들과 만나 "북한의 핵 시설 복구가 이미 약속된 일본인 납치 피해자 재조사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나카야마 담당상은 그같은 전망의 근거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는데요, 이 때문에 그의 발언은 다분히 일본 정부의 희망을 표시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일본 정부의 총리직이 사실상 공백상태가 되면서 북한이 차기 정권이 출범할 때까지, 당초 일본과 약속했던 재조사위원회의 설치와 조사 개시를 늦출 가능성도 크기 때문에 자칫 납치 문제 해결이 다시 벽에 부딪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실제 일본의 납치 피해자 가족협회는 후쿠다 총리의 사퇴 발표 이후 납치 문제 해결이 지연될 가능성 때문에 정부에 대해 강한 불만을 제기하기도 했습니다.

진행자: 일본 총리의 갑작스런 사임이 북-일 관계 진전에 암초가 될 수 있다는 얘긴데요, 원래 이달 중 추진됐던 한국과 중국, 일본 등 3국 정상회담도 연기됐다구요.

그렇습니다. 일본 정부는 원래 오는 21일 일본 고베에서 열려고 했던 한·중·일 정상회담을 연기키로 했다고 일본 정부의 대변인 격인 마치무라 노부타카 관방장관이 오늘 기자회견에서 밝혔습니다. 후쿠다 총리가 지난 1일 돌연 사의를 표명함에 따라 후임총리를 선출하기 위한 자민당 총재 선거가 오는 22일로 정해졌기 때문에 21일 3국 정상회담을 여는 게 불가능해진 것입니다.

일본 외무성의 야부나카 미토지 사무차관은 주일 한국대사관에 "비록 당초 일정대로 개최하는 건 어려워졌지만 한-중-일 정상회담의 중요성을 감안해서 올해 안에 개최할 수 있도록 앞으로 계속 협의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전달했는데요, 하지만 오는 21일 일본의 새 총리가 결정되더라도 10월 이후 3국의 정상외교일정과 일본의 국내정치 일정 등을 감안하면 한-중-일 정상회담이 연내에 열릴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일본은 원래 한-중-일 정상회담을 통해서 북한 핵 문제와 일본인 납치자 문제 해결에 3국이 공조하자는 합의를 이끌어낼 계획이었는데요, 이같은 계획이 무산될 가능성이 높아진 것입니다. 결국 일본 정부 입장에서는 국내정치상황 때문에 외교적으로 국익에 손해를 입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한 것입니다.

진행자: 후쿠다 총리의 사임 발표 이후에 최대 관심은 일본의 새 총리가 누가 될 것이냐에 모아지고 있는데요, 일본의 차기 총리 구도가 대강 윤곽을 드러냈다고요.

그렇습니다. 일본의 여당인 자민당은 일단 오는 22일 총재 선거를 거쳐서 차기 총리를 결정키로 했는데요, 현재로선 아소 다로 자민당 간사장과 여성인 고이케 유리코 전 방위상이 경합하는 구도가 될 전망입니다. 아소 간사장의 경우 어제 사실상 총리가 되기 위한 자민당 총재 선거에 출마할 것임을 선언했고요, 고이케 전 방위상도 출마 의사를 밝혔습니다.

때문에 일본의 차기 총리는 남녀 대결이 될 가능성이 높은데요, 현재의 판세로는 당초 예측과 같이 아소 간사장이 한발 앞서 있는 상황입니다. 이번 총리는 앞으로 자민당의 집권 여부를 결정 짓는 중의원 총선거에서 자민당의 얼굴로 나서야 하기 때문에, 자민당 내에선 대중적 인기가 높은 아소 간사장이 최선이란 공감대가 형성돼 가고 있습니다.

진행자: 만일 아소 다로 자민당 간사장이 예상대로 차기 총리로 선출될 경우 일본 정부의 대북정책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있습니까.

다소 변화가 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아베 내각 시절에 외상을 역임했던 아소 간사장은 아베 총리와 함께 북한 핵실험 이후 대북 강경정책을 주도했던 인물입니다. 대북 경제제재를 앞장 서서 추진했고, 이후 북한이 6자회담에서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일 때마다 제재를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밝혀왔습니다. 그래서 대 북한 정책에선 '매파'로 분류되고 있습니다.

또 아소 간사장은 외상 재임 시절에 북한에 의한 일본인 납치 문제에 있어서도 "북한은 대화만으로는 성과가 나오지 않는다"면서 "일본 정부는 대북 압력 강화 방안을 구체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는 의지를 표명하기도 했습니다. 이 때문에 후쿠다 내각 당시 합의된 북한의 '납치문제 재조사'와 이에 상응한 대북 제재 일부 해제가 차기 내각에서 어떤 방향으로 실행될지에도 귀추가 주목되고 있습니다.

다만 아소 간사장의 개인적 성향으로 보면 대북 강경파이지만, 그가 차기 일본의 총리가 된다면 대북정책을 강경하게 가져 가지만은 않을 것이란 분석도 있습니다. 일본 입장에서도 북한과의 국교정상화가 필요한 만큼 대국적 견지에서 유연한 자세를 보일 것이란 관측입니다. 물론 아소 간사장이 그동안 대북 강경정책을 주도해 왔던 전력이 있기 때문에 그가 차기 총리가 될 경우에 북한 측이 강하게 반발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도쿄에서 전해드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