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다 야스오 일본 총리가 1일 전격적으로 사임을 발표했습니다. 후쿠다 총리의 사임은 북한과 일본이 납치자 문제 재조사에 합의하는 등 양국 관계가 개선되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것인데요, 후쿠다 총리의 사임이 앞으로 북-일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등에 대해 서지현 기자와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서지현 기자(). 후쿠다 야스오 일본 총리의 사임, 정말 갑작스러운데요. 지난 926 취임했으니 1년도 채우지 못했는데, 사임 이유가 뭡니까?

답: 후쿠다 총리는 1일 가진 긴급 기자회견에서 정치 정세가 좋지 못한 가운데 경제 상황까지 어려워지면서 자신의 체제로는 정치를 제대로 이끌고 가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사임 이유를 밝혔습니다. 자신이 물러나 새로운 체제로 자민당을 정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후쿠다 총리의 지지율은 최근 20% 대로 하락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지지율 상승을 위해 지난 달 단행한 개각도 효과가 없었습니다. 일본 정가에서는 이미 지난 7월부터 총리 교체설이 공공연하게 나돌았다고 합니다.

진행자: 후쿠다 총리의 대북정책은 이전의 아베 신조 정권 때보다 상대적으로 유화적인 것으로 평가돼 왔는데요. 당장 대북정책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지 우려가 됩니다.

답: 당장은 일본인 납북자 문제 재조사에 대한 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 측이 다음 정권 이후로 차일피일 미룰 가능성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하고 있습니다.

전반적으로 볼 때 지난 11개월 후쿠다 총리 내각은 취임 전 예상처럼 대북 유화정책을 분명하게 취하지는 못했습니다. 대북정책의 근간을 흔드는 것은 일본 국민들의 북한에 대한 악감정 때문에 정치적으로 너무나 민감한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북-일 관계 정상화에 대한 후쿠다 총리의 의지는 전임 내각들과는 분명히 달랐습니다. 물론 납치 문제 해결이라는 단서가 붙습니다.

후쿠다 총리는 납치 문제는 중대한 인권 문제라며 모든 납치 피해자의 조속한 귀국을 실현하고, 불행한 과거를 청산해 북-일 국교정상화가 실현되도록 최대한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전임 아베 내각보다는 - 관계에서 뭔가 개선을 이루려는 실질적인 노력을 기울인 것은 분명한 같습니다.

답: 네, 후쿠다 내각은 취임 한 달여만에 대북 제재 해제의 조건을 공식적으로 처음 밝혔습니다. 지난 해 10월 고무라 마사히코 일본 외상의 발언 들어보시죠.

마사히코 외상은 납치 피해자가 몇 명이라도 돌아온다면 사태의 진전으로 간주할 것이라며, 북-일 관계가 진전된다면 일본도 그에 맞게 행동하겠으며 이는 북-일 관계 개선을 위해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후쿠다 총리는 이어 11월 한국의 노무현 전 대통령과 만나서도 북-일 관계 개선을 위해 납치자 문제가 반드시 해결돼야 하지만 동시에 북한이 원하는 과거사 청산 문제도 추진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진행자: 하지만 6자회담의 진전 상황 때문에 오히려 곤란을 겪기도 했지 않습니까?

답: 네, 6자회담의 진전에 맞춰 미국은 북한에 대한 테러지원국 해제 방침을 발표했었는데요. 납치 문제의 유일한 압박 카드로 여겼던 미국 정부의 대북 테러지원국 지정에 대해 미국 측이 해제 방침을 밝히자 일본 측은 '배신'으로 여겼고, 이에 대한 여론의 화살은 후쿠다 정권으로 돌아갔습니다.

최근 일본인 납북자 문제에 대한 재조사에  양국이 합의함에 따라 북-일 관계는 급진전되는 분위기를 보였고, 국제사회는 이를 환영했는데요. 국제사회의 평가와 달리 일본 내부의 여론은 한 마디로 '하면 뭐해'라는 분위기였습니다. 지난 6월 재조사에 합의한 뒤 일본 `아사히 신문'이 17일 발표한 여론 조사에서 조사 대상자의 80%가 재조사에 대해 '기대하지 않는다'고 답했고, '기대한다'는 응답은 12%에 불과했습니다. 북한에 대한 일본인들의 감정이 얼마나 뿌리 깊은지 잘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진행자: 일본 국민들은 재조사에 따른 일본의 대북 경제재제 해제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했던 같습니다.

답: 네. 일본이 납치 문제 재조사에 상응하는 조치로 북한에 대한 일부 경제재제를 해제하기로 합의한 데 대해 일본 내에서는 납북자 가족들을 중심으로 상당한 반발이 일어났습니다. 조사 결과를 보지도 않고 제재 해제를 약속한 것은 잘못이라는 것입니다. 이는 자민당에 대한 정치적 반발로 이어졌습니다. 자민당 내에서조차 납치 문제의 대응 실수는 정권에 치명상을 입힐 수 있다며 반발했습니다. 야당인 민주당은 이를 정치공세에 고스란히 활용했습니다. 민주당 납치문제대책본부 측은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행동은 피해자 가족을 외면한 처사라고 비판하며 후쿠다 내각을 더욱 옥죄었습니다.

진행자: 이런 상황이라면 후쿠다 총리의 후임자 역시 대북정책에서 획기적인 전환을 모색하는 것이 어렵겠는데요. 후임 총리로는 어떤 인물이 거론되고 있습니까?

답: 현재로서는 아소 다로 자민당 간사장이 유력합니다. 아소 간사장은 지난 해 9월 자민당 총재 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간사장에서 사퇴한 뒤 지난 달 개각 때 다시 돌아왔는데요. 총재 선거에서 후쿠다 총리에게 패한 이후 1년 가까이 전국 강연 등을 통해 대중 지지도를 높여왔습니다. 아소 간사장은 9선의 중의원으로, 고이즈미 준이치로와 아베 신조 전 정권에서 자민당 정조회장, 총무상, 외무상 등 요직을 두루 거쳤습니다. 고이즈미와 아베를 잇는 극우파로 평가되는데요, 요시다 시게루 전 총리의 외손자입니다. 또 그의 부친은 일제 강점기 때 조선인 1만 여명을 강제 징용 노역을 시킨 규슈 탄광의 사장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지난 2003년 5월 "창씨개명은 조선인이 원해서 이뤄졌다"는 발언으로 한국인들의 반일 감정을 자극하기도 했고, 또 일왕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적극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한국 언론들은 아소 간사장이 '말 폭탄'으로 유명하다며, 벌써부터 한-일 관계 경색을 우려하는 분위기입니다.

진행자: 하지만 현재 진행 중인 납치자 재조사 논의에 북한이 적극적으로 응한다면 - 관계를 낙관적으로 희망해볼 있지 않겠습니까. 

답: 네, 북한 당국은 지지도가 낮은 후쿠다 내각과는 수교 추진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돼 왔었는데요. 한국 외교안보연구원의 조양현 교수는 '일본인 납치 문제와 북-일 관계 전망'이란 주제의 논문에서 북한은 정치 기반이 불안정한 후쿠다 내각을 대상으로 북-일 수교 교섭을 서두를 필요는 크지 않으며, 대일 수교 교섭의 최종적 카드로 납치 문제를 남겨둘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습니다. 일본의 차기 정권이 들어서 무너진 자민당 지지율을 회복하고, 또 북한이 재조사에 성실히 응한다면 오래 굳은 납치자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일본의 정치 내적 변수와 영변 핵 시설 불능화를 중단한 6자회담의 진전 상황을 볼 때, 북-일 관계 정상화를 논의하기까지는 시일이 오래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