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꿈 하나의 세계'를 구호로 내건 베이징 올림픽 대회가 개막 8일째를 맞은 가운데, 사격에서 은메달과 동메달을 딴 북한의 김정수 선수가 금지약물을 복용한 것이 드러나 메달을 박탈당했습니다. 이연철 기자와 함께 자세한 소식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이연철 기자, 이번 올림픽에서 메달을 딴 선수 가운데 금지약물 양성반응을 보인 것은 김 선수가 처음인데요, 먼저 국제올림픽위원회 IOC 발표 내용부터 전해주시죠?

이= 네, IOC는 15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김정수 선수가 각각 동메달과 은메달을 획득한 지난 9일과 12일 실시된 금지약물 검사에서 '베타 차단제'의 일종인 '프로프라놀롤' 양성 반응을 보였다고 발표했습니다. 이에 따라 김정수 선수는 공기권총 50m와 10m에서 딴 은메달과 동메달을 박탈당하고 이번 대회 출전 자격 또한 상실하게 됐다고 IOC는 밝혔습니다. 아울러 IOC는 국제사격연맹에 별도의 징계 조치를 내리도록 권고했습니다.

IOC의 아르네 륭크비스트 의무분과위원장은 베타 차단제는 고도의 정신통제력을 요하는 사격과 양궁 등 특정 종목에만 금지된 약물이기 때문에, 김 선수의 약물 복용은 고의적인 것으로 볼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진행자: 김정수 선수가 양성 반응을 보인 베타 차단제는 어떤 약물인가요?

이= 베타 차단제는 사격의 대표적인 금지약물입니다. 신경안정제의 일종으로 심장박동을 약화시키는 효과가 있는 약물인데요, 의료용으로는 고혈압과 부정맥, 갑상선 질환 등에 사용되고 있습니다. 심장에 부담을 줄여 혈압을 떨어뜨리는데 유용한 약물이기 때문에 사격과 양궁의 경우에는 경기 때는 물론 훈련과 경기 외 시간에도 사용해서는 안되는 약물입니다.

진행자: 북한 측은 이번 사태에 대해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나요?

이= 김 선수는 IOC에 보낸 해명서를 통해, 베이징에 도착한 후 가슴이 답답하고 숨쉬기가 힘들어 선수촌 내 의무실에서 진찰을 받았지만 별다른 이상이 없다는 설명과 함께 '아지트로마이신' 이라는 약을 처방받았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이틀이 지나도 증상이 완화되지 않아 북한 선수단 의료진을 찾아가 '구심환'이라는 한약을 처방받았으며,

구심환에 금지약물 성분이 포함되지 않았다는 확인까지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의 조선올림픽위원회도 해명서를 통해, 김정수 선수는 반 도핑 규정을 존중하고 엄격하게 준수하는 정직한 사격선수라면서, 김 선수가 구심환을 복용한 것은 통증을 완화하기 위한 것이었을 뿐 경쟁력을 높이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IOC 는 북한 측의 이같은 해명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진행자: 김정수 선수는 이번 올림픽 뿐 아니라 지난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도 동메달을 딴 북한의 대표적인 사격 선수인데요, 앞으로 어떻게 되나요?

이= 네, 앞으로 선수생활에 중대한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입니다. 올림픽에서 금지약물 복용이 적발되면 해당 경기단체의 국제연맹 차원에서 별도의 징계를 내리게 되는데요, 국제사격연맹의 경우, 약물 복용의 양, 고의성과 상습성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일정 기간 동안 선수자격 중지 결정 등을 내리게 됩니다. 물론 김 선수는 불복 절차를 밟을 수도 있습니다. 금지약물 복용 검사 때 선수들로부터 A, B 두 가지 샘플을 채취하는데요, 통상적으로 A 샘플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징계 결정을 내리게 됩니다. 일단 김 선수는 결백을 입증하기 위해 B 샘플에 대한 검사도 신청해 놓은 상태입니다. 아울러 김 선수는 스포츠 중재재판소에 이의신청을 할 수도 있는데요, 승소할 때까지는 징계 조치가 그대로 유지되지 때문에 재판 결과가 나올 때까지는 각종 경기에 출전할 수 없습니다.

진행자: 이번 올림픽에 사상 최대 규모인 1백 36명의 선수단을 파견하면서 사상 최고의 성적에 도전한 북한으로서는 김 선수의 메달 박탈로 타격이 크겠군요?

이= 그렇습니다. 북한은 김 선수의 메달이 박탈되기 전까지 금메달 1개, 은메달 2개, 동메달 4개 등 총 7개의 메달로 종합 14위를 기록하고 있었는데요, 은메달과 동메달 각각 하나씩을 박탈 당한 지금은 금메달 1개, 은메달 1개, 동메달 3개 등 5개 메달로 종합 18위로 떨어졌습니다. 당초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이후 12년 만에 금메달을 획득하고, 또한 메달 색깔에 관계없이 모두 10개 이상의 메달을 따내 역대 최고 성적을 올린다는 두 가지 목표를 세웠던 북한은 일단 여자 역도의 박현숙 선수의 금메달로 목표의 절반은 이미 달성했지만, 10개 이상 메달은 이제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 됐습니다.

하지만 그보다는 북한이 이번 올림픽에서 메달을 딴 선수 가운데 처음으로 금지약물 검사에서 양성 반응을 보인 나라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는 점이 북한에는 더욱 중대한 타격으로 풀이되고 있습니다.

진행자: 북한은 오늘까지 사흘째 메달을 추가하지 못하면서 주춤한 상태인데요, 앞으로 전망은 어떻습니까?

이= 네, 북한은 초반 강세를 바탕으로 현재 종합 18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남은 종목 가운데 특별히 메달을 기대할 만한 종목이 없기 때문에 성적이 떨어질 일만 남았다는 게 북한 선수단으로서는 큰 걱정거리입니다.

북한은 이번 올림픽에 11개 종목에 출전했는데요, 여자축구와 유도, 역도, 권투, 사격, 양궁 6개 종목 경기를 모두 마쳤습니다. 앞으로 탁구 남녀 개인전, 남녀 마라톤, 남자 레슬링 자유형 경기, 남녀 다이빙, 수중발레, 여자체조 개인전 등 7 종목 경기를 남겨두고 있는데요, 여자 체조 개인전 뜀틀경기 본선에 출전하는 홍은정 선수를 제외하고는 모두 메달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