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 베네수엘라의 우고 차베스 대통령이 사회주의적 조치를 무더기로 내놓은 뒤 국민들의 거센 반발을 사고 있습니다. 수도 카라카스에서는 1천여 명의 시민들이 격렬한 시위를 벌였습니다. 김연호 기자와 함께 자세한 소식 알아보겠습니다.

MC: 먼저 시위 소식부터 알아보죠.

기자: 지난 6일 베네수엘라의 수도 카라카스에 모인 1천여 명의 시민들은 차베스 대통령이 또다시 권력집중을 노리고 있다며 항의 시위를 벌였습니다. 시위대는 그나마 명맥을 유지하던 베네수엘라의 민주주의가 주요 야당 인사들의 선거 출마를 금지한 당국의 조치와 차베스 대통령이 공포한 사회주의식 법령들 때문에 완전히 파괴될 지경에 이르렀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지난 해 12월 국민투표에서 대통령 연임 제한을 없애려는 헌법 개정안이 거부됐는데도 불구하고 차베스 대통령이 영구집권을 계속 꿈꾸고 있다고 비난했습니다. 경찰은 최루탄을 쏘면서 시위대의 행진을 막았는데요, 여기저기서 경찰과 시위대 간의 격렬한 충돌이 있었습니다.

MC: 그러니까 사회주의식 법령들과 야당 인사들의 선거 출마가 문제의 핵심인 것 같은데, 먼저 사회주의식 법령 문제부터 짚어볼까요?

기자: 차베스 대통령은 지난 달 31일 26개의 새 법령을 공포했는데요, 여기에는 의회 승인 없이 민간기업 제품을 몰수하는 권한을 대통령에게 부여하고, 정부의 가격통제를 비롯한 각종 규제를 따르지 않는 기업인들을 최고 10년형에 처할 수 있는 내용이 들어있습니다. 또 국영기업들로부터 거둬들인 이른바 '과잉 자원'으로 조성한 투자기금을 대통령이 직접 관리하는 법령도 발표됐습니다. 모두 지난 해 12월 국민투표에서 거부당했던 사회주의식 헌법 개정안의 기본구상을 담은 내용들입니다. 시위대는 국민이 이미 싫다고 거부한 내용을 대통령이 법으로 공포했다는 사실이 대통령에게 모든 권력이 집중돼 있음을 증명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게다가 이번에 공포된 민병대 창설 법령이 집행될 경우 쿠바에서처럼 이른바 '반혁명 활동'을 감시하는 단체들이 득세해서 국민들의 목을 조를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MC: 그런데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국민의 대표기관인 의회가 법을 제정하는 게 원칙인데, 어떻게 차베스 대통령이 법령을 공포할 수 있었던 겁니까?

기자: 차베스 대통령은 지난 2006년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한 뒤, 18개월 동안 한시적으로 법령을 포고할 수 있는 특별권한을 의회로부터 받았습니다. 집권 여당이 의회를 장악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건데요, 이 기간만큼은 의회의 입법절차 없이 대통령이 직접 법령을 만들어 공포할 수 있습니다. 차베스 대통령은 이 권한이 만료되기 직전에 새 법령을 무더기로 공포해서 비난을 사고 있습니다.

MC: 또다른 쟁점 알아보죠. 야당 인사들의 선거 출마 제한은 어떤 식으로 이뤄진 겁니까?

기자: 감사원이 정치인 2백72명에 대해 부정부패 혐의로

오는 11월 지방선거에 출마하지 못하도록 한 게 발단이 됐습니다. 감사원의 조사를 받는 동안에는 선거에 출마하지 말라는 건데요, 입후보권을 박탈 당한 정치인들 대부분이 야권 인사들입니다. 야당 측은 집권 여당 정치인들 중에 부패 혐의로 기소된 인사들에게는 감사원이 전혀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서, 아직 부정부패나 다른 범죄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지도 않은 야권 인사들을 제재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반발하고 있습니다. 야권은 즉각 이 문제를 대법원에 가져 가서 감사원의 조치를 무효 판결해달라고 요청했는데요, 하지만 대법원 판사들은 집권 여당이 장악한 의회가 지명했기 때문에, 야당의 주장이 받아들여지기는 어려웠습니다. 지난 5일 대법원은 감사원의 결정에 문제가 없다고 판결했습니다.

MC: 차베스 대통령은 야권과 국민들의 반발에 어떤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까?

기자: 새 법령들에 불만이 있는 사람은 대법원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만큼, 법 대로 하라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친정부 성향의 대법원이 야권의 손을 들어주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수도 카라카스 시장 후보로 나설 예정이었던 유명 정치인 레오폴도 로페즈 씨도 지난 6일 대법원에 이의를 제기했지만 곧바로 기각당했습니다.

MC: 차베스 대통령이 국민들의 반발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이렇게 밀어부치고 있는 이유는 어디에 있습니까?

기자: 무엇보다 오는 11월로 예정된 지방선거에서 확실히 승리할 수 있는 안전 장치를 만들겠다는 계산 때문입니다. 야권 후보가 당선될 가능성을 처음부터 차단하겠다는 거죠. 장기적으로는 베네수엘라를 완전한 사회주의 국가로 만들려는 포석으로 풀이됩니다. 차베스 대통령은 지난 해 12월 사회주의적 헌법 개정안이 부결된 뒤에도 이른바 '사회주의적 개혁 조치'들을 계속 밀고나가겠다고 다짐했습니다. 하지만 야권은 차베스 대통령이 쿠데타를 일으킨 셈이라며, 이에 맞서 대규모 시위를 잇따라 열겠다고 벼르고 있어서 앞으로 베네수엘라 정국이 상당히 불안해질 전망입니다.

MC: 지금까지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의 사회주의식 법령 포고로 베네수엘라 정국이 불안해지고 있다는 소식 알아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