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북한에 대한 테러지원국 해제를 공식화 하기 위해 필요한 45일의 의회 통보 기간이 오는 10일로 끝납니다. 이에 따라 미국 정부는 오는 11일을 기해 대북 테러지원국 해제를 공식 발표할 수 있지만, 북 핵 검증체계를 둘러싼 미-북 양측의 견해차가 계속되고 있어 해제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입니다. 손지흔 기자와 자세한 소식 알아보겠습니다.

: 손지흔 기자, 미국은 북한이 검증체계에 합의하지 않으면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해제하지 않는다는 방침 아닙니까. 오는 11일까지 검증체계에 대한 합의가 이뤄질 수 있을까요?

답: 현재로서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8월 11일은 대북 테러지원국 해제를 위한 45일의 의회 통보 기간이 끝나고, 해제 조치 발효가 가능한 날입니다. 그러나 이 날은 최소한의 유예기간이 끝나는 날일 뿐 마감시한은 아니라는 게 미국 정부의 입장입니다.

미국 국무부의 곤잘로 갈레고스 부대변인은 지난 5일 기자간담회에서 11일까지 북한 측과 검증체계에 합의할 수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갈레고스 부대변인은 미국은 현재 북한 측 상황을 계속 검토 중이며, 검증 계획서를 마무리짓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 미국은 지난 달에 열린 북 핵 6자회담 수석대표 회동에서 북한의 핵 신고 내용에 대한 검증 계획서 초안을 북한에 전달했지요?

답: 그렇습니다. 검증 계획서 초안의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는데요, 미국은 검증 과정에서 북한 내 모든 핵 시설에 대한 접근과 표본수집, 핵 프로그램과 관련된 모든 사람들과의 인터뷰 등이 가능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습니다.

: 현재 검증과 관련해 미국과 북한이 견해차를 보이는 대목은 구체적으로 어떤 것입니까?

답: 네, 우선 검증 대상이 문제입니다. 미국은 북한의 플루토늄 뿐아니라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과 핵 확산 활동까지 확인할 수 있는 포괄적인 검증체계를 원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뉴욕의 민간 연구기관인 미국 사회과학원 (SSRC)의 레온 시갈 (Leon Sigal) 박사는 5일 '미국의 소리' 방송과의 전화인터뷰에서, 미국이 처음부터 너무 많은 걸 요구해서는 안된다고 말했습니다.

시갈 박사는 "미국은 지금으로서는 플루토늄과 관련된 것만 받아낼 수 있다"며 플루토늄 이외의 것을 요구하면 검증을 시작조차 할 수 없을 것 (non-starter)이라고 말했습니다.

: 그런데, 미국은 실제로 플루토늄 외에 북한이 핵 신고에 포함하지 않은 사안들에 대해서도 검증을 요구하고 있지 않습니까?

답: 네, 미국은 부시 대통령과 라이스 국무장관 등 고위 인사들이 잇따라 북한의 농축 우라늄 계획과 외국으로의 핵 확산 의혹 등에 대해 거론하면서, 완전하고 철저한 검증과 이에 대한 북한의 협조를 촉구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일본의 `요미우리 신문' 은 자체 입수한 검증 절차 초안을 보도하면서 `미국은 북한의 핵 계획 전모를 파악하기 위해 단호한 자세로 임하고 있지만 북한이 이를 전면 수용하려 하지 않아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 미국 측의 요구에 대한 북한의 입장을 좀더 설명해 주시죠.

답: 네, 북한은 지난 달 베이징에서 열린 6자회담에서 주한미군이 핵무기를 갖고 있는지 검증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미국의 요구에 대해 일종의 맞불전략을 구사하는 양상입니다.

레온 시갈 박사는 북한은 핵 문제가 북한의 비핵화 뿐아니라 한반도 전체의 문제라는 입장을 오랫동안 고수해왔다고 설명했습니다.

시갈 박사는 "북한은 현 시점에서 한국에 대한 핵 사찰이 아니라 핵 사찰을 할 수 있는 권리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한국은 북한의 핵 신고가 당면과제라며 이를 반대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 검증 대상 뿐 아니라 검증 방법에 대해서도 미-북 양측이 견해차를 보이고 있지 않습니까?

답: 네, 미국은 북한의 정확한 플루토늄 생산량을 파악하기 위해 영변 핵 시설에 대한 무제한적인 접근을 원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북한은 핵 폐기물 저장시설 등의 개방을 원치 않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시갈 박사는 북한은 지난 1990년대에도 국제원자력기구의 핵 폐기물 저장시설 접근을 금지해서 문제가 됐었다고 말했습니다. 시갈 박사는 또 미국이 지금까지 한번도 보지 못했으나 플루토늄과 관련됐는지 확인이 필요한 지점 (site)이 한 군데 있다고 말했습니다.

미국은 이밖에도 북한의 플루토늄 총량과 폐연료 생산량을 검증하기 위해 감지기를 비롯한 장비를 영변 내 모든 시설에 반입할 수 있어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안다고 시갈 박사는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