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지명위원회가 독도 표기를 `주권 미지정 지역'으로 변경하면서 불거진 논란은 일주일 만에 일단 막을 내렸는데요, 이연철 기자와 자세한 소식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 먼저 미 지명위원회의 독도 영유권 표기 변경에서부터 원상회복까지의 과정부터 설명해 주시죠?

네, 미국 지명위원회가 독도를 주권 미지정 지역, 즉 분쟁지역으로 변경한 사실이 확인된 것은 지난 25일 이었습니다. 지명위원회는 단순한 자료정리 차원이라고 밝혔지만, 그같은 사실을 사전에 통보받지 못했던 한국 정부는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한국 내 여론이 악화되고 외교안보 관련 고위 인사들에 대한 문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진 가운데, 한국 정부는 지명위원회의 독도 영유권 표기를 원래 상태로 돌려 놓는다는 목표를 설정했습니다.

워싱턴 주재 한국대사관의 이태식 대사는 28일, 존 네그로폰테 국무부 부장관, 제프리 제임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안보부좌관,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 등을 잇따라 만나 원상회복 조치를 강력하게 요구했습니다.

진행자 = 하지만 이 때까지만 해도 지명위원회의 공신력을 감안할 때 결정이 번복될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은 것으로 관측되지 않았습니까?

그렇습니다. 하지만, 이 대사가 29일 부시 대통령을 만나면서 반전의 중요한 계기가 마련됐습니다. 백악관에서 열린 미-한 자유무역협정 FTA 연내 비준을 위한 회의에 참석했던 이 대사는 회의장에 잠시 들른 부시 대통령에게 의전상 결례인 줄 알지만 급한 문제여서 보고를 드려야 겠다고 양해를 구했습니다. 이에 부시 대통령은 문제를 잘 알고 있다면서, 라이스 장관에게 경위를 알아 보도록 지시했으니 국무부와 협의하라고 말했습니다.

이후 부시 대통령은 하루 뒤인 30일 아시아 언론들과 가진 기자회견에서, 독도 표기를 원상회복시키겠다고 밝혔고, 이같은 미국의 입장은 제프리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부보좌관을 통해 이태식 대사에게 전달됐습니다. 이 대사가 곧바로 기자회견을 열고, 독도 표기가 원상복구됐음을 정식으로 선언하면서, 일주일 간의 논란은 막을 내리게 됐습니다.

진행자 = 미국이 이같이 전격적인 조치를 취한 것은 다소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데요. 특별한 이유라도 있나요?

두 가지 관측이 나오고 있는데요, 첫째는 부시 대통령이 서울 방문을 앞두고 정치적 결단을 내렸기 때문이라는 분석입니다. 현재 한국에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로 반미 정서가 높아가는 상황에서 독도 문제까지 겹칠 경우 한국 방문의 의미가 더욱 퇴색될 것으로 판단한 부시 대통령이 적극적으로 나섰다는 얘기인데요,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아시아 담당 데니스 와일더 선임 보좌관은 30일 미-한 정상회담 의제에 대해 설명하면서, 독도 문제가 한국 방문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것임을 시사했습니다. 아울러 와일더 보좌관은 한국에서 독도 영유권 표기 변경이 미국 정책의 변경으로 받아들여진 것은 유감이라고 말했습니다.

두번째는, 한국 정부의 미국 설득이 큰 몫을 했다는 분석인데요, 이태식 주미대사는 부시 대통령과 국무부를 설득하는 과정에서 독도 만큼 한국 국민을 하나로 결집시키는 사안은 없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한 이 대사가 실효적 지배국가 위주로 지명을 표기한다는 유엔 지명표준위원회 원칙을 논리적으로 설득한 것도 주효했다는 평가입니다.

진행자 = 한국 정부는 즉각 환영을 표시했습니다. 하지만, 논란의 불씨가 완전히 꺼진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는데요?

그렇습니다. 미국은 지난 1977년부터 공식적으로 독도를 리앙쿠르 락스라는 이름으로 부르고 있는데요, 이에 대한 입장에는 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미국 정부의 이같은 입장은 독도의 완전한 한국 영유권을 인정하지 않는 것으로 언제라도 다시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한국 정부와 집권 여당에서는 이제 앞으로 리앙쿠르 락스로 돼 있는 미국 주요 정부기관의 독도 표기를 독도로 변경하는데 주력하기로 했는데요, 하지만 이 일은 독도 영유권 표기를 변경하는 일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어려운 일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진행자 = 이런 가운데 논란의 또다른 당사자인 일본 측은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나요?

일단 일본은 미국의 이번 결정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는 입장입니다. 일본의 마치무라 노부다카 관방장관은 미국 정부의 한 기관이 하는 일에 과도하게 반응할 일이 아니라면서, 지명위원회 홈페이지 상의 기술 변경을 미국의 입장 변경을 의미하는 것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대부분의 일본 언론들은 미국 정부의 이번 조치는 부시 대통령이 한국 방문을 앞두고 한국 측 입장을 배려한 것으로 풀이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