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는 남북 교류협력 사업자에 대한 검사와 조사 권한을 명문화하고, 필요할 경우 업무정지 조치도 취하기로 했습니다. 이는 지난 11일 발생한 금강산 관광객 총격 살해 사건에 따라 남북 교류협력 사업자 등에 대한 정부의 관리감독 강화 필요성이 제기된 데 따른 것인데요. 좀 더 자세한 소식 서울 VOA 김은지 기자가 보도합니다.

남북 교류협력 사업자에 대한 한국 정부의 감독권이 한층 강화됩니다. 한국의 통일부는 남북 교류협력 사업자에 대한 통일부 장관의 조사 권한을 명문화한 '남북 교류협력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31일부터 입법예고한다고 밝혔습니다.

개정안에 따르면 통일부 장관은 남북 교류협력을 원활히 추진하기 위해 협력사업자와 정부 지원금을 받은 사업자를 감독하고, 필요한 경우 사업 운영에 대한 조사를 실시할 수 있게 했습니다.

검사와 조사를 위해 장관은 관계 행정기관에 인력 지원 등 협조를 요청하고 조사 결과 위법 사실이 발견되면 시정명령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명문화했습니다.

또 협력사업 승인을 받은 사업자가 부정한 방법으로 승인을 받은 경우에는 통일부 장관이 6개월 이내의 기간을 정해 업무정지 명령을 하거나 승인을 취소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또 검사와 조사를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한 사업자에게는 3백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도록 명시했습니다.

이번 개정안은 지난 5월 예고된 교류협력법 개정안에 대한 심사협의 과정에서 금강산 사건이 발생함에 따라 교류협력 사업에 대한 감독이 강화돼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돼 관련 규정이 추가된 것으로, 입법예고와 법제처 심사 등을 거쳐 이르면 9월 국회에 상정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통일부 당국자는 "현행법 상으로도 정부가 조정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감독권한을 부여하고 있지만 그 내용이 포괄적이라는 지적에 따라 개정안을 마련하게 됐다"며 "이를 통해 남북교류가 보다 안정적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습니다.

"법에 의하면 협력사업자에 대해 필요한 조정을 명할 수 있다고 돼 있는 등 다소 추상적으로 돼 있습니다.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조사확인할 수 있게 예를 들면 직접 가서 확인할 수 있게 하거나 기금 내역을 조사한다던가 등 감독 강화 기능을 넣었습니다. "

이와 관련 남북교류법 전문가인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최은석 교수는 "대북 사업자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는 조항을 신설한 것은 대북 사업을 사전에 점검하겠다는 예방적 조치로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최 교수는 "다만 남북 간 교류 활성화를 증진한다는 당초 목표에 비춰볼 때 다소 규제가 강화되는 측면이 있어 앞으로 민간 사업자들의 신중한 투자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습니다.

"당초 협력사업을 승인해준 사항과 다를 경우 정부의 사후규제가 사실상 힘든 상황에서 사전에 예방한 차원에서 입법조치한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5월 개정안의 경우 대북 사업이 행정적으로 간소화되는 방향으로 갔지만 이번엔 규제가 강화되는 쪽으로 손질을 한 것인데요. 약 세 조항 정도가 강화, 신설됐습니다."

이에 대해 대북 사업 관계자들의 반응은 그동안 미흡했던 제도적 미비점을 보완했다는 긍정적 평가와 그나마 명맥을 이어오던 민간 교류협력마저도 위축되는 게 아니냐는 회의적인 반응으로 엇갈리고 있습니다.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이종무 평화나눔센터소장은 "규제를 대폭 강화함으로써 민간단체의 자율성을 훼손할 소지가 있어 대북 사업의 직접적인 타격까지는 아니더라도 앞으로 상당히 축소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번 개정안의 경우) 정부가 사업자에 대한 통제를 할 수 있는 유효한 수단을 통해 민간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계속해서 훼손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는 통제 강화라는 법제 마련을 통해 현 정부 출범 이후 지속적으로 교류협력을 축소하고 있는 흐름의 하나로 보여집니다. "

일각에선 금강산 사건의 여파가 남북 경협사업으로까지 확산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내놓고 있습니다.

대북 사업을 추진 중인 재계의 관계자는 "현 정부 들어 전반적으로 남북 경협사업에 대한 재검토가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금강산 사건이 발생해 대북 투자자들 사이에서 당분간 대북 사업을 보류하는 분위기가 조성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반면 대북사업의 공정성을 높인다는 차원에서 규제 강화에 찬성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남북투자기업협의회장을 역임한 김영일 효원물산 회장은 "지금까지 대북 사업자 간에 독점이나 음해 등 과도한 부정행위가 있을 경우 이를 규제하는 법규가 미흡했던 것이 사실"이라며 "공정한 대북투자 여건을 조성한다는 측면에서 규제강화라는 안전장치는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