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북대서양조약기구, NATO를 확대개편하는 새 안보조약을 제안했습니다. NATO 회원국들은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지만, 러시아는 서두르지 않고 세계무대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는 계기로 삼겠다는 입장입니다. 김연호 기자와 함께 자세한 소식 알아보겠습니다.  

MC: 먼저 러시아의 제안 내용부터 알아볼까요.

기자: 러시아가 지난 28일 북대서양조약기구, NATO와의 공동협의회에서 내놓은 제안은 회원국들을 대폭 늘린 새 유럽 안보조약을 골자로 하고 있습니다. 현재 유럽국가들과 미국으로 한정된 안보조약인 북대서양조약기구를 러시아를 비롯한 옛 소련 국가들은 물론이고 인도와 중국 등이 참여하는 전세계적인 안보조약으로 대체하자는 겁니다. 그리고 이것을 유엔 헌장에 근거한 법적 구속력을 갖춘 조약으로 만들자는 게 러시아의 제안입니다.

MC: 북대서양조약기구는 러시아의 제안에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까?

기자: 회원국도 아닌 러시아가 북대서양조약기구의 확대개편안을 제시한 만큼, 사실 시큰둥한 반응입니다. 러시아의 의도가 의심스럽다는 건데요, 회원국들은 러시아 측에 새 안보조약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운영하자는 건지, 그리고 북대서양조약기구를 비롯한 기존의 국제조약과 국제기구에 미칠 영향은 무엇인지 따져 물었습니다. 하지만 러시아 측은 더 자세한 것은 나중에 다시 얘기하자는 식으로 즉답을 회피했다고 합니다.

MC: 듣고 보니 러시아의 의도가 더더욱 궁금해지는데, 러시아가 새 안보조약 안을 제시한 배경은 뭡니까?

기자: 표면적으로는 현재 현안이 되고 있는 문제들, 예를 들어 북대서양조약기구의 확대와 불법이민, 마약밀매, 조직폭력과 테러 등은 성격상 유럽 혼자서 따로 다룰 수 없기 때문에 참가국들의 범위도 늘려야 한다는 이유를 대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러시아는 이번 제안에 유럽 안보협력기구와 북대서양조약기구, 유럽연합, 러시아가 이끌고 있는 독립국가연합과 집단안보조약기구 등이 모두 참여하는 국제 안보회의를 소집하자는 내용도 집어 넣었습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체제전환을 겪은1990년대의 혼란을 수습하고 경제를 회복시킨 자신감을 바탕으로, 세계무대에서 다시 한 번 강대국으로서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특히 유럽과 아시아에 걸쳐 영토를 차지하고 있는 대국으로서 전세계 현안들에 적극적으로 대안을 내놓는 모습을 보이겠다는 건데요, 그러기 위해서는 러시아가  빠져있는 북대서양조약기구를 확대개편해서 목소리를 높일 수 있는 장을 만들 필요가 있다는 분석입니다.

MC: 그런데 러시아는 북대서양조약기구가 동유럽 국가들을 회원국으로 받아들여 확대되는 것에 노골적으로 반대해오지 않았습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러시아는 북대서양조약기구를 냉전시대 자본주의와 공산주의 간 이념대결의 유물로 평가절하하고 있는데요, 과거 소련의 영향권 안에 있던 동유럽 국가들이 하나 둘 떨어져 나가 미국이 주도하는 북대서양조약기구에 합류하는 것에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고 있습니다. '90년대 말 체코와 폴란드, 헝가리를 시작으로 2004년에는 루마니아와 불가리아 등 7개 동유럽 국가들이 새로 북대서양조약기구에 가입했는데요, 과거 동유럽 국가들이 북대서양조약기구에 맞서 소련을 중심으로 한 바르샤바조약기구에 참여했던 사실을 생각하면 엄청난 변화라고 할 수 있겠죠. 

러시아는 이처럼 북대서양조약기구가 러시아를 향해 동쪽으로 팽창하고 있는 것은 유럽의 안보균형을 깨는 일이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습니다. 현재 옛 소련의 우크라이나와 그루지아가 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을 원하고 있는데요, 북대서양조약기구는 지난 4월 정상회의에서 두 나라를 회원국으로 받아들이는 데는 원칙적으로 합의했지만, 러시아를 자극할 것을 우려한 일부 국가들의 반대로 구체적인 가입 절차는 뒤로 미루기로 했습니다.

MC: 러시아는 특히 미국이 유럽에 구축하려는 미사일 방어체제에 대해 격렬하게 반발하고 있지 않습니까?

기자: 네, 미국은 이란과 같은 이른바 불량국가들의 미사일 공격으로부터 유럽을 보호하기 위해 미사일 방어체제를 구축한다는 구상인데요, 이를 위해 체코에 레이더 기지를 세우고, 폴란드에 10개의 요격미사일을 배치할 계획입니다. 하지만 러시아 정부는 미국의 미사일 방어체제가 이란이 아닌 러시아를 겨냥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말하자면 잠재적인 군사적 도발행위라는 건데요, 체코와 폴란드에 미사일 방어체제가 예정대로 구축된다면 러시아의 미사일이 유럽을 겨냥하게 될 것이라는 위협을 서슴지 않고 있습니다.

MC: 그렇다면 더더욱 북대서양조약기구를 확대개편하자는 러시아의 제안을 기존 회원국들이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을 것 같은데, 러시아도 이런 예상을 하지 않았을까요?

기자: 사실 러시아의 제안은 제출되기 전부터 미국과 미국의 유럽 동맹국들이 받아들일 가능성이 전혀 없다는 예상이 지배적이었습니다. 러시아 측도 이번 제안이 쉽게 수용되리라고는 기대하지 않았다고 시인하고 있습니다. 러시아는 그러나 서방 측과 새 안보조약에 관한 대화를 시작한다는 데 이번 제안의 의미를 두고 있습니다. 서두르지 않으면서 새 안보조약 안을 논의할 계기를 만들겠다는 의도로 풀이됩니다.

MC: 지금까지 러시아가 제출한 북대서양조약기구 확대개편안에 관해 알아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