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대한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와 관련해, 미 의회의 반대 입법이 사실상 무산됐습니다.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를 늦추자는 법안이 이달 초 하원 외교위에 제출됐지만, 외교위는 다음 달 4일부터 시작되는 휴회 이전에 결의안을 검토하지 않는다는 방침입니다. 따라서 테러지원국 해제 조치가 발효되는 다음 달11일까지 의회의 반대 입법이 불가능해졌습니다.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에 관한 의회 내 분위기를 김근삼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미국의 조지 부시 대통령은 북한이 핵 신고서를 제출한 지난 달 26일, 북한에 대한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 의사를 미 의회에 통보했습니다. 통보 후 45일인 다음 달 11일까지 의회가 이를 반대하는 법안을 채택하지 않으면,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 조치를 발효할 수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의회의 반대 입법이 사실상 무산됐습니다.

현재 의회에서는 하원에만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를 늦추자는 법안이 제출된 상태입니다. 하지만 하원 외교위원회는 28일 다음 달 4일부터 한 달여 간 계속되는 휴회 이전에, 결의안을 검토하지 않을 것이라고 확인했습니다. 따라서 다음 달 11일 이전에 의회의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 반대 입법도 불가능해졌습니다.

물론, 부시 행정부가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 시기를 늦추거나, 해제 의사 자체를 철회할 수도 있습니다. 앞서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은 지난 주 싱가포르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핵 신고 검증 방법에 만족하지 않으면, 해제 조치의 발효 시기를 재평가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의회 차원의 걸림돌은 사라진 셈입니다.

의회 관계자들은 민주당과 공화당 지도부 모두 6자회담을 통한 북 핵 문제 진전을 지지하는 분위기이며, 따라서 현 상황에서 대북 테러지원국 해제에 제동을 거는 조치는 취해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미 의회조사국(CRS) 의 한반도 전문가인 래리 닉시 박사는 일부 의원들이 여전히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가 부적절하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다수는 이를 통해 얻는 게 더 많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닉시 박사는 "의회 내 다수 의원들은 북한을 테러지원국에서 해제하더라도, 영변 핵 시설 폐쇄와 6자회담 진전을 통해 얻는 게 더 많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닉시 박사는 특히 오는 11일까지 구체적인 검증 절차가 마련되지 않더라도, 의회 내 이런 분위기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어차피 검증에 긴 시간이 소요되고 6자회담의 다른 당사국들도 참여해야 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검증 절차를 마련하기 위한 협의도 어느 정도 늦춰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의회 관계자들은 오는 11월 대통령 선거를 앞둔 미국의 정치상황도 공화당과 민주당 지도부가 모두 6자회담을 지지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민주당은 계속 대화를 통한 북 핵 문제 해결을 지지해왔고, 강경한 입장이었던 공화당도 북 핵 문제가 다시 난제로 부각되면 선거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보기 때문입니다.

국무부는 앞서 지난 15일, 앞으로 검증 과정을 통해 모든 북 핵 의혹을 해결하겠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의회에 제출한 바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