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50년 북한 공산군의 침략으로 시작돼 3년 간 수많은 희생자를 낸 한국전쟁이 오늘로 정전 55주년을 맞았습니다. 7.27 정전협정 55주년을 맞아 한국전쟁 종군기자로 활동했던 한 미국인이 당시 현장에서 직접 찍은 사진들을 공개했습니다. 이들 사진들은 당시로는 드물게 흑백이 아닌 컬러로 돼 있어 역사적 가치를 더해줍니다. 손지흔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1950년 6월. 한국전쟁 발발 직후, 30대의 미국인 종군기자 존 리치 (John Rich)씨가 당시로서는 보기드문 컬러 사진기를 들고 현장에 뛰어듭니다. 

리치 씨는 미국`NBC 방송'의 종군기자로 3년 간 활동하면서 전쟁의 생생한 모습을 3백 여장의 컬러 사진에 담게 됩니다.  

그로부터 60년 뒤, 그 중 40여 장이 주미 한국대사관 홍보원 코러스 하우스에 마련된 전시회를 통해 처음으로 공개됐습니다.

강가에서 빨래하는 아낙네들, 한 여자 어린이로부터 꽃다발을 받는 이승만 한국 초대 대통령, 지붕 절반이 파괴된 성문, 끊어진 한강 인도교, 거리에서 추위에 떠는 노숙자, 머리 위에 양손을 올린 채 심문 받는 민간인 복장의 북한 간첩 용의자들 등, 다양한 모습들이 포착됐습니다.
 
다음 달이면 91살이 되는 리치 씨는 전시회 첫 날인 지난 24일 사진들에 담긴 추억을 떠올렸습니다.

리치 씨는 ‘미국의 소리’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 기억 중 하나는 지난 '51년 1월, 1.4 후퇴 때였다고 말했습니다.

당시 중공군의 공세로 미군은 남쪽으로 후퇴하고 있었고, 미군이 도로를 점령하면서 주민들은 논밭을 따라 이동해야 했습니다.   

리치 씨는 “한국인들이 반 쯤 언 논밭을 가로지르던 모습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며, 어린이와 노인 등 피난민들의  고통스런 신음 소리가 지금도 귀 속을 맴돈다고 말했습니다.


리치 씨는 전쟁을 취재하면서“가장 힘들었던 부분은 살아남고, 겨울을 따뜻하게 지내고, 먹을 것을 구하는 것이었다”고 회고했습니다. 리치 씨는 여러 차례 생명의 위협을 받았다며 당시는 종군기자들도 무기를 소지할 만큼 매우 위험한 상황이었다고 전했습니다. 


리치 씨의 사진들 가운데 미군에게 군사훈련을 받는 한국 청년들의 사진은 당시 한국이 얼마나 무방비 상태였는지를 보여줍니다. 리치 씨는 한국 청년들이 M1소총 사용법을 훈련받는 모습을 담은 사진을 설명하면서, 모두들 준비가 안된 상태였고 북한도 그 점을 잘 알고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이밖에 김일성 북한 국가주석의 사저 사진도 공개됐습니다.

리치 씨는 “사저에 들어갔더니 안에 엘리베이터가 있었다”며 “믿어지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또 아래 층에는 김 주석의 전용 이발의자가 있었던 것을 기억한다고 말했습니다.

리치 씨는 한국전 당시 서울에서 지원활동을 하던 지금의 부인을 만났습니다. 이날 전시회에는 리치 씨의 부인 뿐아니라 한국전 당시 함께 근무했던 동료 어빙 레빈 씨도 참석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리치 씨는 한국전 이후 베트남전과 알제리전, 아르헨티나 혁명 등을 취재했다며 전쟁이 자신을 따라다녔다고 말했습니다.

리치 씨는 해외특파원 생활 후 미국에 복귀한 뒤 NBC 방송의 아시아 담당 선임기자로 활동하다 당시 NBC 뉴스의 모회사인 RCA의 부회장을 끝으로 현직에서 물러났습니다.  

리치 씨는 한국에는 이제 고층건물들이 들어서는 등, 알아볼 수 없을 정도라며 한국이 세계 주요 경제국으로 성장한 게 놀랍다고 말했습니다.

리치 씨는 “북한주민들에게도 한국이 이룬 발전과 한국인들에게 일어난 좋은 일들에 대해 알려주고 싶다”며 북한 정부의 정보통제에 대해 아쉬움을 나타냈습니다.

미국의 소리, 손지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