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자회담 참가국 외교장관들은 23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비공식 회담에서 북한 비핵화 2단계를 조속히 마무리 하고 북 핵 폐기 마지막 수순인 3단계에 진입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했습니다. 이 시간에는 최원기 기자와 함께 비핵화 3단계 일정과 전망을 살펴봅니다.

문) 최 기자, 북한 핵 문제는 지금 비핵화 2단계에 있습니까, 아니면 3단계에 있습니까?

답) 지금 북한 핵 문제는 비핵화 2단계와 3단계 사이에 있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미국과 북한은 지난 해 2월 북한 핵 문제 해결을 위한 3단계 해법을 마련했습니다. 그 것이 바로 2.13합의입니다. 이 합의는 북한 핵 문제와 관련해 1차로 핵 시설을 폐쇄하고, 2차로 핵 신고를 한 뒤 3단계에서 검증과 폐기를 하도록 돼 있습니다. 또 미국 등 다른 참가국들은 이에 맞춰 북한에 각종 정치, 경제적 보상을 하도록 돼 있습니다. 그런데 북한이 당초 예상보다 6개월 늦게 핵 신고를 한데다 여러 요인이 겹쳐 지금은 비핵화 2단계가 3단계로 넘어가는 과도기에 있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문) 구체적으로 2단계의 어떤 일정이 아직도 진행 중입니까?

답) 당초 2단계에서는 북한이 핵 불능화와 핵 신고를 하기로 돼 있었습니다. 그러면 미국 등 나머지 5개국은 북한에 대해 중유 1백만t에 해당하는 경제적 보상을 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북한은 핵 신고는 했는데 아직 불능화는 완료 안됐고, 대북 경제적 보상도 마무리 짓지 못했습니다.

문) 상황을 보면 앞으로 당분간은 비핵화 2단계 일정과 3단계 일정이 동시에 진행될 수밖에 없을 것 같은데요. 3단계 일정은 어떤 것들이 있습니까?

답) 3단계에서 가장 중요한 일정은 북한 핵 프로그램에 대한 검증과 폐기입니다. 6자회담은 곧 북한 비핵화 실무회의를 열어 검증체제를 논의할텐데요. 여기서 구체적인 검증 조건에 합의할 경우 미국은 다음 달 11일 북한을 테러지원국에서 공식 해제할 계획입니다. 그리고 미국, 한국 등 5개국은 북한에 들어가 핵 프로그램에 대한 검증을 하고 이어 폐기를 하게 됩니다.

문) 그러면 북한은 검증과 폐기를 허용하고 미국으로부터 어떤 반대급부를 얻게 됩니까?

답) 북한이 검증과 폐기에 적극적으로 협력할 경우 미국도 '행동 대 행동'원칙에 따라 북한에 대략 4가지 보상을 해준다는 방침입니다. 우선 북한에 식량 등 경제적 지원과 함께 외교관계 수립, 그리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고 동북아에 다자안보체제를 구축해 북한의 안보를 보장할 방침입니다.

문) 결국 문제의 핵심은 북한이 어떻게 나오느냐 하는 것 일텐데요, 평양은 3단계 일정에 대해 어떤 입장입니까?

답)북한은 비핵화라는 '총론'에는 긍정적이면서도 '각론'에는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좀더 구체적으로 설명을 드리면 북한은 2단계에서 3단계로 넘어가는 문제, 그리고 검증의 세부적인 조건을 놓고 미국과 이견을 보이고 있습니다.

문) 2단계에서 3단계로 넘어가는 문제라는 것은 무엇입니까?

답) 북한이 2단계 일정을 다 마무리 못한 상태에서 3단계 일정을 논의할 수 없다는 것을 말하는 것입니다. 북한 외무성은 지난 4일 성명을 통해 "영변 핵 시설 불능화는 80%가 진척됐음에도 불구하고 경제적 보상은 40% 밖에 안됐다"며 "모든 참가국들의 의무 이행이 정확하게 완결돼야 다음 단계 문제 토의가 원만하게 이뤄질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문) 무엇보다 검증체제가 마련되야 비핵화 3단계 일정이 시작될 수 있을텐데요, 미-북 간에 검증에 대한 시각차는 어느 정도입니까?

답) 상당한 시각차를 보이고 있습니다. 한 마디로 미국은 영변 핵 시설은 물론 핵무기와 농축 우라늄 프로그램 등 모든 것을 검증해 폐기하겠다는 입장입니다. 반면 북한은 영변 핵 시설을 제외한 나머지 시설과 핵 프로그램에 대한 검증에는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문) 앞으로 열릴 비핵화 실무회의에서 검증 문제를 놓고 미국과 북한 간에 상당한 줄다리기가 벌어질 것 같군요.

그런데 지난 달 28일 미 국무부의 성 김 한국과장은 "미국과 다른 당사국들이 협력하면 비핵화 3단계를 완수할 수도 있다"고 말했는데요. 현실적으로 이 것이 가능할까요. 부시 대통령의 임기가 불과 7개월 밖에 남지 않았습니까?

답) 북한 비핵화 3단계가 부시 대통령 임기 중에 완료될 수 있을까 하는 것인데요. 그 열쇠는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쥐고 있습니다. 성 김 과장의 언급도 지난 달 영변의 냉각탑 폭파 장면을 보면서 나온 것인데요. 그 발언도 자세히 보면 그냥 비핵화 3단계가 완료된다는 것이 아니라 "미국과 다른 당사국들의 협력하면"이라는 단서가 붙어있습니다. 그러니까, 북한이 적극 협력하면 3단계 비핵화 일정을 완수할 수 있고, 그렇지 않을 경우 힘들다, 이렇게 이해하는 것이 합리적일 것 같습니다.

문) 전문가들은 3단계 일정에 대해 어떻게 말하고 있습니까?

답) 전문가마다 관점이 달라서 일률적으로 말씀드리기는 어렵지만, 대체로 부시 대통령의 빠듯한 임기 등을 감안할 때 3단계 일정은 다음 행정부로 넘어갈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습니다. 다만 전문가들은 미국의 다음 대통령이 오바마가 됐던, 맥케인인 됐든 간에 북한이 현 부시 행정부보다 더 좋은 조건으로 핵 문제를 풀어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북한이 다음 행정부를 의식하지 말고 지금 적극적인 자세로 비핵화에 나서라고 충고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