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핵 6자회담 참가국 외교장관 비공식 회담이 23일 싱가포르에서 열렸습니다. 6자 외교장관들이 처음으로 자리를 함께 한 이번 회담에서는 북한의 핵 신고에 대한 검증 문제가 집중적으로 논의됐지만, 북한은 이에 대해 명확한 반응을 보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연철 기자가 자세한 소식 전해드립니다.

북한 핵 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이 시작된 지 5년 만에 처음으로 참가국 외교장관들이 만났습니다.

콘돌리자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과 북한의 박의춘 외무상을 비롯한 6자회담 참가국 외교장관들은 15분 간의 환담 후 1시간 동안의 토론을 통해 북한 핵 신고서 검증 문제를 집중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라이스 장관은 회담이 끝난 뒤, 북한이 미국은 물론 인접국들과의 관계를 개선하고 국제적 고립을 면하기 위해서는 과거 핵 활동에 관해 진실을 말하고 있음을 입증하기 위해 신속하게 움직여야 한다고 박의춘 북한 외무상에게 촉구했다고 말했습니다.

라이스 장관은 구체적인 일정까지 들어가지는 않았지만, 모든 참가국들이 진전이 이뤄지고 있다고 믿기 때문에 회담 분위기는 좋았다고 말했습니다. 라이스 장관은 또 참가국들 사이에 회담을 다시 교착상태에 빠지게 할 수는 없으며, 신속하게 진전을 이뤄야 할 필요가 있다는 데 공감대가 이뤄졌다고 말했습니다.

라이스 장관은 특히 회담에서 북한에 전달된 4쪽 짜리 검증계획서 초안에 대해 많은 논의가 있었다고 밝히면서도, 북한이 앞서 검증의 일부 요소에 대한 반대 입장과는 다른 새로운 반응을 보였는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6자회담 미국 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라이스 장관이 개별적으로 박 외무상에게 다가가 검증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하는 한편, 북한에 의한 일본인 납치 문제 해결도 촉구했다고 전했습니다.

라이스 장관은 이날 회담 시작 전에 환하게 웃으며 박 외무상과 악수를 나눴고, 회담이 끝난 뒤에도 손을 맞잡는 등 두 차례 악수를 나눴습니다. 미국과 북한 외교장관이 만난 것은 지난 2004년 인도네시아에서 콜린 파월 국무장관과 백남순 북한 외무상이 만난 이후 4년만에 처음입니다.

북한의 박의춘 외무상은 이번 회담에서, 다른 참가국들이 행동 대 행동의 원칙에 따른 의무를 이행하는 즉시 북한도 검증을 포함한 자체 의무를 이행할 용의가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북한 대표단 대변인인 리동일 외무성 군축과장이 전했습니다.

그러나 북한은 이번 회담에서 핵심 현안인 검증 문제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오히려 북한은 회담 시작 전 6자회담의 의무 사항들을 이미 이행했다고 주장하면서, 비핵화 과정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미국이 북한에 대한 적대시 정책을 완전히 포기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전에 베이징 회담에서 다 합의되지 않았습니까? 2단계 완료에 집중하면 됩니다."

북한 외무성의 리동일 과장은 북한은 성의 있는 노력으로 핵 신고서를 제출했고 핵 폐기 단계에서 하게 돼 있는 냉각탑 폭파까지 주도적으로 취했다며, 다음 단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미국이 대북 적대시 정책을 완전하게 포기하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리 과장은 나머지 6자회담 참가국들이 지체 없이 에너지를 제공할 것도 촉구했습니다.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의 양제츠 외교부장은 이번 6자 외교장관 비공식 회담은 참가국들이 북 핵 협상의 진전을 위한 정치적 의지를 갖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당히 중요한 회담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양 부장은 모든 참가국들이 검증 계획서에 대한 신속한 합의를 비롯해, 2단계의 조속한 마무리를 위해 필요한 6개 항의 조치에 합의한 것은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양 부장은 구체적인 일정은 언급하지 않은 채 6자 외교장관들이 베이징에서 다시 만나 공식 협상을 가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국의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이번 회담이 의미 있었다고 평가했습니다.

"공식 회담은 아니지만 6자회담 과정이 성숙해 간다는 것을 보여주는 좋은 계기가 됐다고 생각합니다"

한편, 일본의 고무라 마사히코 외상은 이번 회담에서 검증의 구체적인 방법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점과 가능한 한 빨리 검증을 이행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말했습니다.

고무라 외상은 북한의 박의춘 외무상에게 일본인 납치 문제를 비롯한 북-일 간 현안들을 해결함으로써 두 나라 관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면서, 이에 대해 박 외무상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