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식량난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제사회가 식량 지원의 조건으로 북한 당국의 정책 변화를 요구해야 한다고 한국의 민간 대북방송 관계자가 주장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또 북한 당국이 장마당을 활성화하고, 군수물자보다는 식량 수입에 주력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조은정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국제사회는 북한의 만성적인 식량난을 해결하기 위해 조건 없는 긴급구호성 지원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한국의 민간 대북방송인 `열린북한방송' 하태경 대표가 주장했습니다.

워싱턴을 방문 중인 하태경 대표는 17일 주미 한국대사관 홍보원 코러스 하우스에서 가진 강연에서, 지금까지 국제사회는 북한의 식량 부족분을 산출하고 이에 맞춰 원조를 제공하는 데만 주력해 왔다고 지적했습니다.

하 대표는 세계식량계획 WFP가 북한에 식량을 지원해온 지 벌써 10년이 됐는데도 북한의 식량난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면서, 근본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면 국제사회가 식량 지원에 조건을 달아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하 대표는 우선 식량 지원의 조건으로 북한 당국이 장마당을 더욱 활성화할 것을 요구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대규모 기근이 발생했던 1990년대 중반과는 달리 현재는 주민들이 장마당을 통해 식량을 확보하고 생존하고 있지만, 북한 당국이 장마당을 단속할 때마다 식량 가격이 치솟는다는 것입니다.

하 대표는 요즘은 휴대전화를 지닌 북한 내 연락책들로부터 최신 정보를 입수하는 것이 쉽다며, 북한 당국이 장마당을 단속하는 움직임이 포착되면 식량 원조를 줄이는 등의 방법을 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하 대표는 또 북한 당국의 연간 수입액은 20~30억 달러에 달하지만 대부분 군사적 목적이라면서, 국제사회는 북한이 수입액 중 식량의 비중을 늘릴 것을 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해 북한의 대외무역 규모는 29억 4천만 달러이며, 이 중 수입은 20억 2천만 달러였습니다.

북한에 대한 식량 지원과 관련한 열린북한방송 하태경 대표의 주장은 한국 내 일부 전문가들의 견해와 맥을 같이 하는 것입니다.

앞서 지난 4일 인권단체인 북한민주화네트워크 주최로 서울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정광민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선임 연구위원과 이승훈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등은 북한의 식량난은 만성적인 현상이라며, 일시적인 지원보다는 시장체제 강화와 경제개혁 등의 조건을 내건 지원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한편, 북한의 식량난 실태와 관련해 하태경 대표는 내부의 정확한 정보 파악이 힘든 상태에서 최소 필요량과 수확량에 대한 추정이 엇갈리고 있다면서, 현재 지역마다 굶어 죽는 사람들은 있지만 섣불리  '대량 아사'의 가능성을 단정지을 수는 없다고 말했습니다.

하 대표는 함경북도 등 동북부 공업지대보다 전통적인 곡창지대인 황해남북도의 식량 사정이 더욱 열악하다고  말했습니다.

하 대표는 이같은 현상은 북부 중국과의 국경지대는 시장이 활성화됐지만 남쪽 지방은 그렇지 못하며, 지난 해 큰물 피해의 여파에도 불구하고 당국이 걷어가는 식량이 줄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앞서 유럽의회의 글린 포드 의원 등은 하 대표와는 달리 북한  동북부 지역의 식량난이 심각하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이들은 최근 실시된 세계식량계획의 북한 내 식량 수요 조사 결과를 인용해, 북한 동북부 도시 지역에서는 다른 지역들과 달리 기근의 초기 징후가 있다고 '미국의 소리'방송에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