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핵 비확산 전문가들은 북한의 핵 신고를 공격적으로 검증하기 위해 부시 행정부가 이른바 '리비아식 모델'을 북한 측에 요구할 것을 권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미국 정부는 그동안 북한이 리비아의 선례를 따라 핵을 폐기하도록 여러 차례 촉구해왔습니다. 손지흔 기자가 리비아식 모델에 대해 전해드립니다.

리비아는 지난 2003년 말 핵무기 포기를 전격 선언했습니다. 리비아는 자발적으로 모든 핵 물질과 시설을 공개하고 폐기하면서 미국과의 관계를 개선하고, 국제적 고립 상태에서도 벗어났습니다. 이 것이 바로 리비아식 모델입니다.

리비아식 핵 포기의 핵심은 '선 폐기, 후 보상'입니다. 리비아는 미국으로부터 경제제재 해제와 체제보장 등의 구체적인 상응 조치를 받기 전에 핵 계획을 일방적으로 포기한 것입니다.

미국 서부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플라우셰어스 기금 (Ploughshares Fund)'의 핵 비확산 전문가인 조셉 시린시오니 (Joseph Cirincione) 대표는 10일 '미국의 소리' 방송과의 전화인터뷰에서, 리비아는 과거 심각한 핵 확산 위협국가였다고 말했습니다.

시린시오니 대표는 "리비아는 수십년 동안 핵무기 능력과 화학무기, 그리고 장거리 미사일 개발을 추진해왔다"고 말했습니다.

시린시오니 대표는 미국은 '80년대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행정부 시절 부터 리비아가 핵무기를 포기하도록 설득 작업을 벌이는 한편, 제재도 가했다고 말했습니다.

미국의 설득 노력은 2003년에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할 무렵 비로소 결실을 맺었습니다. 무아마르 카다피 (Moammar Gadhafi) 리비아 국가원수가 합의를 이룰 준비가 돼 있다며 영국에 접근한 것입니다.

리비아는 영국의 중재로 2003년 3월부터 9개월 간 미국과 비밀협상을 벌였고 그 해 말 모든 핵과 생화학 무기 포기를 선언했습니다. 비밀협상을 벌이는 도중에도 리비아는 미국과 영국의 핵 전문가들을 10여 차례 초청해 모든 핵 물질과 장비, 프로그램을 공개했습니다. 또 대량살상무기 포기 계획 발표 직후에는 국제원자력기구 IAEA의 사찰을 즉각 수용했습니다.
시린시오니 대표는 당시 미국은 "리비아를 신뢰하지 않았고 카다피의 말을 액면 그대로 믿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시린시오니 대표에 따르면, 미국과 영국은 리비아 정부가 제공한 정보의 정확성을 검증하기 위해 기술 전문가들을 파견했습니다. 이들은 핵과 미사일, 화학무기 관련 시설을 사찰해 폐기에 들어갔고, 지난 2006년 폐기 절차를 완료했습니다. 이후 리바이의 전체 핵 계획은 미국으로 옮겨져 현재 테네시 주의 오크리지에 있다고 시린시오니 대표는 말했습니다.
시린시오니 대표는 리비아가 핵을 포기하기로 결정한 이유에 대해 "제재와 무력사용 위협, 그리고 무아마르 카다피가 미국과 합의를 체결하는 데 따른 체제보장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말했습니다.

시린시오니 대표는 당시는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해 사담 후세인 정부를 몰아내고, 그 지역에 미군 병력25만 명을 배치한 상황이었다"며 "무력 요소가 분명 작용했다"고 말했습니다.

이밖에도 국제사회의 제재로 인해 리비아의 경제가 어려웠고 이슬람주의자들이 서방권 뿐아니라 카다피 정권까지 더욱 위협했다는 것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미국과 영국은 제재를 풀고 투자와 교역 등 경제 혜택을 제공하기로 약속했고, 무엇보다 미국과의 관계를 개선할 수 있는 기회가 열렸던 것입니다.

미국은 지난 2006년 리비아를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하고 리비아 수도 트리폴리에 있는 연락사무소를 대사관으로 격상했습니다. 이로써 리비아의 테러 활동으로 단절됐던 두 나라 외교관계는 25년만에 복원됐습니다.
시린시오니 대표는 "리비아는 한 국가가 어떻게 협력할 수 있는지 보여준 모범사례"라고 말했습니다. 시린시오니 대표는 미국이 리비아와 합의를 이루는 데는 몇 년이 걸렸지만 합의 체결 직후 리비아는 신속히 협력하고 필요한 정보를 넘겼다며 이같이 평가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