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은 북한 핵 문제에서의 역할을 강화하기 위해 반기문 사무총장의 중재를 활용해야 한다고 미국의 한 전문가가 말했습니다. 이 전문가는 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한반도 평화협정을 체결하기 위한 4자회담을 후원할 것을 제안했습니다. 손지흔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지난 2006년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와 핵실험에 대응해 두 건의 대북 제재결의안 (1695호, 1718호)을 채택했습니다. 그러나 유엔은 결의안 채택 이외에는 지금까지 북 핵 위기 상황에서 별다른 역할을 하지 못했습니다.미국 하바드대학 벨퍼과학국제문제센터의 앤 우 (Anne Wu) 연구원은 9일 워싱턴의 '한미경제연구소 (KEI)'에서 가진 강연에서, 북 핵 문제에서 유엔의 역할이 제한적인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중국 외교관 출신인 우 연구원은 우선 "유엔 안보리의 5개 상임이사국 간에 북한의 핵 위협과 북 핵 문제의 범위에 대한 견해가 다양해 유엔이 단일 해결책을 도출하는 게 복잡하다"고 말했습니다. 게다가 5개 상임이사국 중 미국과 중국, 러시아 등 세 나라가 현재 6자회담에 참여하고 있어 "유엔의 직접적인 개입이 덜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우 연구원은 또 북한과 유엔 간 적대관계도 걸림돌로 작용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우 연구원은 "북한과 유엔, 그리고 유엔의 핵 감시기구인 국제원자력기구 IAEA와의 적대관계로 인해 IAEA가 핵 문제 해결에 참여하는 게 힘들었다"고 말했습니다. 

우 연구원은 유엔은 앞으로 북 핵 문제에서 유엔 사무총장의 중재 (good offices)를 활성화 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한국 외교관 출신인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1년 7개월 전 취임하면서 북 핵 문제 해결을 위한 유엔의 역할에 대한 새로운 기대가 생겼다는 것입니다.
 

우 연구원은 반 총장이 취임 초 6자회담의 진전을 돕기 위해 중재를 이용하고 북한과 대화에 나설 특사를 임명할 의사를 밝혔다고 말했습니다. 반 총장은 또 상황 진전에 따라 북한을 방문할 준비도 돼 있다고 밝혔다고 우 연구원은 말했습니다.

우 연구원은 "반기문 총장의 개입이 갖는 상징적 중요성이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며, "유엔의 긍정적인 움직임은  공정한 기구로서의 유엔의 이미지를 회복시켜 북한이 국제 비확산 체제로 복귀하고 국제사회로 완전히 편입되도록 길을 열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우 연구원은 특히, 유엔이 북 핵 문제의 외교적이고 평화적인 해결이 중요하다는 일관된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와 함께 유엔은 한반도의 포괄적이고 영구적인 평화체제 구축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우 연구원은 북한의 핵 폐기가 실현될 경우 유엔 안보리가 한반도 평화협정을 체결하기 위한 4자회담을 후원할 것을 제안했습니다.

미국의 존 네그로폰테 국무부 부장관은 지난 해 10월 미국은 한반도 정전협정을 대체할 평화협정의 서명 주체를 미국과 한국, 북한, 중국 등 4자로 보고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