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지난 해 6자회담 10.3 합의 이후 마감시한보다 6개월이나 늦은 오늘에야 핵 신고서를 제출했습니다. 이연철 기자가 10.3 합의에서부터 북한의 핵 신고가 이뤄지기까지의 과정을 다시 돌아봤습니다.

2007년 10월3일, 북 핵 6자회담 2단계 합의, 이른바 '10.3 합의'가 발표됐습니다. 북한은 2007년 연말까지 핵 시설 불능화와 핵 신고를 완료하기로 약속했습니다. 나머지 6자회담 참가국들은 북한에 중유 95만 t에 해당하는 경제 에너지 지원을 제공하고, 미국은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하고 대적성국 교역법 적용을 종료하는 등 상응 조치를 취하기로 약속했습니다.

6자회담의 미국 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북한이 비핵화와 함께 관련 무기들을 폐기하면 미국은 평화 정착으로 들어갈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북한의 핵 시설 불능화 작업이 비교적 순조롭게 진행된 것과는 달리, 북한의 핵 신고는 마감시한인 2007년 연말이 지나도록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북한은 2008년 1월 4일 외무성 담화를 통해, 핵 신고와 관련해 할 바를 다 했다면서, 이미 2007년 11월에 핵 신고서를 작성했으며, 그 내용을 미국 측에 통보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미 국무부는 북한이 아직 핵 신고를 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미 국무부의 션 맥코맥 대변인은 6자회담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와 성 김 국무부 한국과장이 북한을 방문해 완전하고 정확한 신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의 핵 신고가 지연되면서 미국 내 일부 강경 보수파들은 북한에 대해 보다 강경하게 대처할 것을 주장했지만, 미국 백악관은 6자회담을 통한 해결방식을 지지한다는 방침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등 대화를 통해 북한 핵 문제를 해결할 것임을 분명히 했습니다.

미국은 북한이 플루토늄은 물론 우라늄 농축 계획과 시리아와의 핵 협력 의혹에 대해서도 모두 신고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풀루토늄을 제외한 나머지 의혹을 전면 부인하면서, 에너지 지원과 테러지원국 명단 삭제 등 행동 대 행동 원칙을 지키라고 맞섰습니다.

" 고농축 우라늄이나 시리아 핵 협조설, 우리는 과거에도 없었고 지금도 없고 앞으로도 없을 것입니다."

힐 차관보는 2007년 12월 초에 부시 대통령의 친서를 갖고 북한을 전격 방문한 데 이어, 지난 2월과 3월, 중국 베이징과 스위스 제네바에서 북한 측 수석대표인 김계관 외무성 부상을 만나 신고 문제를 집중 논의했지만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지 못했습니다.

교착상태를 벗어나지 못했던 핵 신고에 돌파구가 열린 것은 지난 4월8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미-북 회동이었습니다.

힐 차관보와 김계관 부상은 그동안의 쟁점들 가운데 플루토늄 문제만 공식 신고서에 포함시키고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과 시리아와의 핵 협력설은 북한이 간접적으로 시인하는 방식으로 넘어가기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은 싱가포르 회동 하루만인 9일 외무성 대변인을 통해 "10.3합의 이행을 완결하는 데서 미국의 정치적 보상 조치와 핵 신고 문제에서 견해 일치가 이룩됐다"고 밝혔습니다. 미국에서는 한동안 싱가포르 회동 결과를 놓고 혼선이 빚어지기도 했지만, 대나 페리노 백악관 대변인은 부시 대통령이 싱가포르 합의에 동의했다고 밝혔습니다.

페리노 대변인은 북한을 테러지원국에서 해제하는 문제는 핵 신고 이후에 순차적으로 이뤄질 것이라면서, 북한에 대해 완전하고 정확한 신고를 거듭 촉구했습니다.

북한은 지난 5월 초 평양을 방문한 미 국무부의 성 김 한국 과장에게 1만 9천 쪽에 달하는 영변 핵 시설 가동일지를 넘겼습니다. 또한 북한은 지난 6월 10일 테러 반대 성명을 발표한 데 이어, 11일과 12일 열린 일본과의 관계정상화 실무그룹 회의에서 일본인 납치 문제를 재조사하고 요도호 납치범 인계에 협력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이로써 미국이 북한을 테러지원국에서 해제할 수 있는 명분을 제공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이 지난 19일, 북한의 핵 신고서 제출이 임박했다고 밝히면서 북한의 핵 신고는 초읽기에 들어갔습니다.

라이스 장관은 북한의 핵 신고 후 부시 대통령이 북한에 대한 적성국 교역법 적용 종료와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 의사를 미 의회에 통보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북한은 마침내 당초 마감시한보다 6개월이 늦은 26일, 지금까지 생산한 플루토늄의 양 등을 적시한 핵 신고서를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에 제출함으로써 6자회담 2단계 과정을 마무리 하고 핵 폐기의3단계로 진입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