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주요 언론들은 최근 한국에서 계속되고 있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시위 소식을 자세히 전하면서, 한국의 이명박 대통령 정부가 출범 1백일 여 만에 지지도 하락 등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워싱턴 등 미국 내 일부 지역의 한인들도 미국과 한국 간 쇠고기 수입 협정의 재협상을 촉구하는 촛불시위를 열었습니다. 김근삼 기자가 좀 더 자세한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미국 주요 언론들은 한국 내 곳곳에서 10일 1백만에 가까운 시민들이 참가한 가운데 벌어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를 일제히 서울발 기사로 보도했습니다.

‘뉴욕타임스’ 신문은 실용주의를 표방하며 집권한 이명박 대통령에게 이번 쇠고기 반대 시위가 상당한 타격을 가한 것으로 평가했습니다. 뉴욕타임스 신문은 건설회사 최고경영자 출신으로 지난 해 선거에서 압도적 표차로 당선된 이 대통령이 취임 1백여일만에 위기를 맞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 신문은 ‘시험대에 오른 이 대통령’이란 제목의 사설을 통해,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시위로 이 대통령이 ‘경제 자유화’를 추진할지 여부를 놓고 결단을 내려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한국에서는 최근의 잇따른 시위 사태와 관련해 한승수 국무총리를 비롯한 각료 전원과 대통령 비서실장을 비롯한 청와대 수석비서관들이 모두 사표를 제출한 상태입니다.

이런 가운데 미국과 한국 간 쇠고기 수입 협정의 재협상을 촉구하는 촛불시위가 이 곳 워싱턴에서도 열렸습니다.

지난 9일 오후 백악관 앞 라파예트 공원에서는 워싱턴 주변에 거주하는 한인과 한국에서 온 유학생 60여 명이 촛불집회를 갖고,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협상을 촉구했습니다.

 ‘미국은 우방국가, 재협상을 수용하라’는 등의 구호가 적인 피켓을 들고나온 집회 참가자들은 결의문을 통해 “미국 정부는 현재 한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상황들에 대해 결코 가볍게 보지말고 한-미 간의 건강한 발전과 우호적 관계를 위해 적극 나서줄 것”을 요구했습니다.

이 날 집회를 주도한 ‘워싱턴 촛불모임’의 홍덕진 씨는 한국인들의 건강에 관한 문제인만큼, 한국의 민의를 반영해서 재협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워싱턴 촛불시위는 수만 명에서 수십만 명이 모인 것으로 추산되는 서울과 달리 매우 단촐하고 차분하게 진행됐습니다. 60여 명의 참석자들은 라파예트 공원에서 30여분 정도 구호를 외친 뒤 미국 무역대표부 건물까지 5백미터 정도 행진을 벌였습니다.

한편 미국 한인사회는 한국에서 열리는 촛불집회 소식에 관심을 가지면서도, 전반적인 쇠고기 소비에는 큰 변화가 없는 분위기입니다..

‘수퍼H마트’ ‘그랜드마트’ 등 워싱턴 인근 한인들이 주로 찾는 한국계 대형상점들은 한국에서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 문제가 불거진 후에도 판매량에는 큰 변화가 없다고 밝혔습니다.

이들 대형상점 관계자들도 미국에서 생산된 쇠고기를 계속 소비해온 한인들 사이에, 이번 사태를 계기로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새롭게 부각되지는 않고 있다고 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