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75년 한국 동해상에서 조업하던 중 납북됐던 어선 천왕호 선원 윤정수 씨가 납북된 지 33년만에 북한을 탈출했습니다. 윤 씨는 현재 중국 선양의 한국영사관에서 보호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북한에 두고 온 부인과 외동딸이 북한 사법당국에 체포됐다는 소식을 접하고 고통스런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합니다. 서울 VOA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의 납북자 가족모임 최성용 대표는 9일 서울 세실레스토랑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지난 1975년 8월 동해에서 납북된 어선 천왕호 선원 윤정수 씨가 북한을 탈출해 중국 선양주재 한국영사관에서 보호를 받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최 대표는 올해 나이 66살의 윤 씨가 탈출 과정에서 산을 타다가 장딴지를 다쳤으며, 목의 통증도 호소하고 있지만 건강상태는 대체로 양호하다고 전했습니다.

최 대표에 따르면 평안남도 개천에서 살던 윤 씨는 지난달 초 북송 재일동포 출신인 부인 신수희 씨와 외동딸 지향 씨를 데리고 함께 탈출하려 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한 채 혼자 두만강을 건너 지난 달 20일 선양 영사관으로 들어갔습니다.

최 대표는 윤 씨 가족이 탈북을 감행하는 과정에서 북한 당국에 발각이 돼 일이 틀어졌다고 설명했습니다.

윤 씨의 부인 신수희 씨는 지난 5월 1일 남편과 함께 개천을 떠나 사흘 뒤인 4일 양강도 혜산에 도착했지만 국경 일대에 이미 수배령이 떨어진 사실을 접하고는 두고 온 딸이 걱정돼 탈출을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딸 지향 씨는 일가족이 한꺼번에 집을 비우면 남들의 의심을 살까 봐 부모부터 탈출시키고 뒤따라 빠져나오려고 했었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최 대표는 “윤 씨의 처와 딸이 모두 북한 당국에 의해 체포된 사실을 확인했고 이 소식을 접한 윤 씨가 몹시 괴로워하고 있다”며 윤 씨의 심경을 전했습니다.

“고국에 올 준비는 하지만 죄인이다. 부인과 외동딸 을 놓고 온 것이 사는 게 사는 게 아니다. 그렇지만 이런 부분을 가만히 있는 것보다 국민들에게 알리고 싶다. 그리고 북한에 처와 자식 부분에 대해서 제발 좀 살려달라, 이런 요구를 하셨어요”

윤 씨는 납북된 지 1년 뒤인 지난 1976년 6월 평남 개천군 농기계 작업장에 배치돼 일해 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최 대표와 남한에 있는 형 주승 씨 등 윤 씨 가족들은 9일 한국의 외교통상부를 찾아 선양영사관에 머물고 있는 윤 씨의 조속한 입국과 가족과의 공항 상봉 허용 등을 요구했습니다.

최 대표는 “납북자의 경우 일반 탈북자와 달리 국내 제적등본을 제출해 윤 씨가 한국 국적자였음을 증명하면 중국 당국도 출국을 막지 않을 것”이라며 국내 송환에는 별 문제가 없을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최 대표는 무엇보다 윤 씨가 노심초사하고 있는 북한에 두고 온 가족들의 신변안전을 위해 한국 정부의 적극적인 태도를 촉구했습니다.

“저는 오로지 북한에 한국 정부가 공식으로 한 번 요구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 이렇게 생각하는데 우리 정부가 그런 예가 없거든요, 가족들과 제가 계속 울어야죠, 방법이 없죠”

윤 씨는 납북된 천왕호 선원 33 명 가운데 고명섭, 최욱일, 이한섭 씨 등에 이어 네번째 탈북자이며, 납북 어부 가운데선 여덟번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