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이명박 대통령 정부 취임 후 1백 일이 지났습니다. 이명박 정부는 그동안 대북정책에 있어 ‘비핵. 개방 3000'이라는 원칙을 제시하면서 과거 정부와는 차별화된 실용주의 정책을 추진해 왔습니다. 하지만 남북 관계가 급속히 경색국면으로 접어들면서 일부에서는 새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비판도 제기되고 있는데요, 김근삼 기자가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로부터 이명박 정부 첫 1백 일 동안의 대북정책에 대한 평가를 들어봤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2월25일 취임사에서 “남북관계를 이념의 잣대가 아닌 실용의 잣대로 풀겠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개방의 길을 택하면, 국제사회와 협력해 10년 안에 북한주민의 소득이 3천 달러에 이르도록 돕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이후 북한은 한국의 새 대북정책에 대해 강하게 비판해왔고, 남북관계도 급속히 경색국면으로 접어들었습니다.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이명박 정부가 새 대북정책을 남북관계에서 실현하기 위해서는 보다 구체적인 적용 방안을 수립하고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미국 아시아재단의 스콧 스나이더 선임연구원은 “이명박 대통령의 대북정책 구상 자체는 보수나 진보에 치우치지 않은 중도적인 것으로 본다”면서 “하지만 비핵화의 의미와 인도적 지원을 위한 조건 등 매우 모호한 측면들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스나이더 연구원은 이어 “이명박 정부는 취임 후 대북정책을 적용하는 방법에 문제가 있었다”면서, “지난 10년 간 김대중, 노무현 정부의 대북정책에 관해 침묵한 것은 이 대통령을 실용보다는 보수에 가깝게 인식되도록 했고, 북한은 이를 전략적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워싱턴 소재 국제관계센터의 존 페퍼 국제문제 담당 국장은 ‘비핵.개방.3000' 구상에 관해 일정 기간 외부 지원을 통해 북한경제의 확대를 꾀한다는 목표는 현실적이지만, 이를 적용하는 것은 훨씬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페퍼 국장은 “국가소득 확대는 북한도 원하는 것”이라면서 “하지만 북한은 한국의 도움보다는 세계은행이나 국제통화기금, IMF같은 국제사회의 도움을 통해 이를 이루려고 한다”고 말했습니다. 페퍼 국장은 또 “북한의 입장에서는 경제적 지원을 위해 이명박 정부가 제시한 조건보다, 국제사회의 조건이 받아들이기 더 쉬울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최근의 남북관계 경색은 한국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 보다는 북한의 전략적 선택에 의한 것이라는 견해도 나오고 있습니다.

아시아재단의 스콧 스나이더 선임연구원은 “남북한 간에 활동이 둔화된 것은 실질적으로 북한의 선택”이라면서, “북한은 고의적으로 남북관계에서 물러서고 있고, 이를 통해 한국 내부의 논쟁을 키우려 한다”고 말했습니다.

스나이더 연구원은 “한국에서 새 정부에 대한 압력이 높아지면서 대북정책에도 작지만 변화의 조짐이 있다”면서 최근 식량 지원 문제에 관한 입장 변화와 이명박 대통령이 현충일 기념사에서 지난 정부의 대북정책 성과를 언급한 점을 지적했습니다.

한편 미국 해리티지 재단의 브루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남북관계 개선과 협력 확대를 위한 선택은 북한에 있다고 말했습니다.

클링너 연구원은 “’실용주의’를 표방한 이명박 정부는 북한에 더 많은 조건을 제시하고 상호주의와 투명성을 요구했다”면서 “하지만 북한은 지난 10년 간 한국으로부터 조건 없는 지원을 받았고, 이제는 마치 버릇 나빠진 아이가 성을 내는 것처럼 거칠게 반응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클링너 연구원은 “새 한국 정부로부터 과거와 같은 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북한도 이제 새로운 과정으로 나가야 한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