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가 지난 해 합의한 옥수수 5만t 지원을 북한 측에 제의하는 등 경색된 남북관계에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부심하고 있는 가운데, 북한은 한국 민간단체의 식량 지원에도 난색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와 관련해 일부에서는 미국으로부터 식량 지원을 약속받은 북한이 한국 정부는 물론이고 민간 차원의 지원까지 거부하며 한국 측을 더 압박하려는 게 아니냐는 우려 섞인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서울 VOA 김은지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북한이 한국 정부의 옥수수 5만 t 지원을 위한 접촉 제의에 응하지 않고 있는 가운데 민간단체들의 긴급구호 식량 지원에도 난색을 밝힌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은 “지난 달 29일에서 오는 10일로 연기된 대북 식량 지원 시기를 수속 절차 등 여러 가지 이유로 북측이 또다시 연기해 달라는 내용의 팩스를 지난 4일 보내왔다”고 밝혔습니다.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강영식 사무총장은 “오는 16일까지 식량을 지원할 수 있도록 북측과 계속 협의 중”이라며 “다음 주쯤 지원 여부가 확정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아직 북측과 협의 중이구요. 16일경 지원될 수 있도록 협의 중입니다. 그래도 안되면 정부와 민간 두 쪽 다 받지 않겠다고 볼 순 있겠지만 지금으로선 어떤 판단도 없는 상태입니다. 3,4일 더 지켜봐야 합니다.”

일각에선 북한이 미국으로부터 식량 50만 t을 연내에 지원받기로 약속받은 이후 한국에 대해선 정부와 민간 지원을 모두 거부한다는 강경 방침을 세운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과 함께 이 사업을 추진 중인 대한성공회 관계자는 “북측이 정부의 지원에 대해 반응하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민간단체의 식량 지원을 수용할지 여부도 신중하게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북측이 식량난 해소를 명분으로 한 긴급 지원이 아닌 통상적인 인도적 지원은 그대로 받아들이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고 이 관계자는 덧붙였습니다.

“(남측) 정부에 대한 불신도 있는 것 같고 아직 명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남측 정부에서 오는 것은 받지 않고 민간단체에서 오는 것은 받는다는 것에 대한 상부 측의 남측에서 오는 지원에 대한 전면적인 유보로 보이므로 저희들도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북한이 민간 차원의 식량 지원까지 거절하기로 방침을 정했다면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남북관계를 둘러싸고 얽힌 실타래가 한층 더 꼬일 전망입니다.

앞서 미국의 대북 식량 지원 발표가 있기 직전 한국 정부는 판문점 대한적십자사 연락채널을 통해 옥수수 지원 문제를 협의하기 위한 접촉을 북에 제의했지만 지금까지 북측은 무응답으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옥수수 5만 t은 단순 계산할 때 북한주민 전체가 3~4일 먹을 양으로, 이는 과거 정부가 40만∼50만t의 쌀을 지원했던 것과 비교하면 많지 않은 양입니다.

여기에다 이미 미국이 대북 식량 지원 1차 인도분을 이달 안에 보내기로 함에 따라 적절한 시점을 놓쳐 현재로선 남측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정광민 선임 연구위원은 “식량 지원 수용 여부를 6.15선언과 10.4선언을 이행하지 않는 남측 정부에 대한 정치적 압박카드로 사용하고 있는 북한으로선 남측의 지원을 거절할 가능성이 크다”며 “만일 민간단체의 지원까지 받지 않는다면 남북관계가 장기간 교착상태에 빠질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새 정부 이후 북측 당국이 중시하는 6.15 선언이나 10.4 선언에 대한 입장을 남측 당국에 정치적으로 일관되게 압박용 카드로 쓰고 있다는 것입니다. 식량 지원 조차도 북측이 전략적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봅니다.”

이같은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가능성 있는 방법으로 한국 정부가 세계식량계획(WFP)을 통해 간접지원에 나서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한국은행 금융경제연구원 이영훈 박사는 “지금처럼 남북이 직접 만나는 여건이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가장 현실적인 대안은 세계식량계획을 통한 간접지원으로 북한의 반응과 상관없이 인도주의적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지금과 같은 남북 경색국면에선 직접 협상으로 해결한다면 북한이 안받을 가능성이 있어 WFP를 통한 간접지원방식을 통한 지원이 대안이라고 봅니다. 분배의 투명성 문제에 있어서도 직접 지원보다는 효율적인 방식이라고 봅니다.”

김하중 통일부 장관도 지난 4일 브리핑에서 “북한이 앞으로도 계속 반응을 보이지 않을 경우 부득이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세계식량계획(WFP) 등 국제기구를 통한 지원 방안을 검토해 나갈 것”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