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는 이명박 대통령 정부가 출범한 이후 민간단체들이 추진하던 일부 대북 인도적 사업이 중단되거나 위축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최근 남북관계가 힘겨루기 양상을 띠고 있는 만큼 이 같은 정세상의 이유가 반영될 수 밖에 없다는 게 민간단체 관계자들의 판단이지만, 일부에서는 이 같은 상황이 자칫 대북 지원 공백으로 이어져 식량난 등 북한주민의 어려움을 가중시킬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서울 VOA 김은지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한국의 새 정부 출범 이후 조성된 남북 당국 간 냉기류 속에 민간단체들의 대북지원 사업도 다소 위축되는 듯한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명박 정부의 상호주의 대북정책 기조에 따른 북한 당국의 비협조와 한국 정부의 지원 축소 등이 주된 원인으로 꼽힙니다.

한국 정부와 북측 모두 민간교류를 막고 있진 않지만 북한이 대남 공세를 이어가면서 일부 단체들은 진행 중인 사업을 잠정중단하는가 하면 향후 방북 일정도 취소했습니다.

지난 4월 5일 5백여 명이 개성을 방문해 식목 행사를 열려다 북측으로부터 취소 통보를 받았던 온누리교회 측은 “행사 개최 일주일 전 북측으로부터 돌연 행사를 무기한 연기한다는 통보를 받았다”며 “결국 국내에서 반쪽짜리 행사를 개최했다”고 밝혔습니다.

민족사랑나눔이 추진 중인 신의주 어린이 종합복지센터 건립사업도 북측이 ‘남북정세’를 이유로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어 추진이 지연되고 있습니다.

민족사랑나눔 진은해 간사는 “평양에 이어 신의주에 건립을 추진하던 복지센터의 경우 준공식 때 많은 남측 인원들이 방북해야 하는 점을 꺼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평양에 건립 중인 모자보건센터는 차질없이 진행 중”이라고 밝혀 북측이 선별적으로 방북을 제한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일각의 주장을 뒷받침했습니다.

지난 4월8일 금강산 온정리를 방문해 닷새 동안 북측과 기술 전수 방안을 논의하려던 한국국제보건의료재단도 방북 초청을 받지 못해 관련 사업을 잠정연기했습니다. 또 4월 중순 이후 한국 의사들의 진료도 전면 금지됐습니다.

한국국제보건의료재단 노광을 사무총장은 “지난 해부터 온정리에서 북측 주민을 대상으로 기생충 검사를 하는 방안을 추진하기 시작해 북측과 후속 사업 일정을 논의해왔지만 4월 이후 방북이 무산됐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의료기자재 반입은 허용하고 의료진들의 방북을 불허한 것으로 보아 의료 교류 특성상 북한주민들과 남측 의료진이 직접 만나야 한다는 점을 꺼린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진료하는 것은 현재 잠시 중단된 상태입니다. (남북 당국 간) 분위가가 안좋다보니 과거에 하던 일을 하더라도 쉽게 연결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 윗선에 보고할 때 허락받는 절차 등이 필요할 것으로 보여 지연되는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 정부가 대북 지원 민간단체에 지원하는 ‘대북 협력기금’도 크게 줄어들어 대북 지원단체들의 운신의 폭도 좁아졌습니다. 통일부에 따르면 올해 남북 민간단체의 대북 지원 총액은 1백2억원으로 지난 해 1백17억원에 비해 13% 정도 줄어들었습니다.

모두 58개 단체가 신청했지만 심사 끝에 37개 단체만 지원받게 됐습니다. 지난해의 경우 46개 단체가 신청해 4개 단체만 지원받지 못한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높은 탈락률입니다.  

예산 절감 정책과 투명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감사원의 지적에 따른 것으로 최근남북관계 경색과는 관련이 없다는 게 통일부 측의 설명이지만, 민간단체들은 검증 절차가 한층 까다로워져 대북 지원단체들의 사기가 저하된 것은 사실이라고 지적합니다.

[대북 지원단체 `월드 비전'] “최근 정권도 바뀌면서 검증 절차가 엄격해지면서 아예 지원신청도 받지 못한 단체들이 늘어나 민간단체 내부적으로도 사기가 저하된 것은 사실입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민간단체들은 남북 당국 간의 갈등으로 정부 정책에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민간기업들의 후원 감소로까지 이어지지 않을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한 대북 민간단체 관계자는 “기금과 물품 등 기업 후원이 올들어 눈에 띄게 감소했다” 며 대북 지원 환경이 위축될 것을 우려했습니다.

민간단체에 따르면 현재 인도주의적 성격의 대북 지원활동을 벌이고 있는 국내의 1백80여개 단체 중 30~40%가 기업 후원에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민간단체 관계자들은 남북 경색국면으로 대북 지원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식량난이 더 나빠질 수 있는 만큼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식량 지원 시기를 앞당기거나 춘궁기에 식량 지원을 집중하는 등의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손종도 부장] “당국 차원에선 대북 지원을 큰 규모로 해오다 정부가 바뀌면서 지연되거나 북측과 협의가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남측 당국에서 식량 지원을 재개해서 남북관계의 물꼬를 트는 것이 필요하다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