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동아시아 지역에서 효과적인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으며, 주로 안보 문제에만 간여하고 있다고 일부 전문가들이 지적했습니다. 이들 전문가들은 미국이 동아시아에서의 역할을 재정립해야 하며, 특히 지역 내 정치와 경제, 공동체 형성 등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손지흔 기자가 좀 더 자세히 전해드립니다.

미국은 외교정책 면에서 아시아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지만, 중동과 테러 문제에만 집중하고 있다고 한국의 한 전문가가 지적했습니다.

한국 서울대학교의 임혜란 정치학 교수는 3일 워싱턴의 민간연구기구인 브루킹스연구소에서 ‘미국의 동아시아 외교정책에 관한 인식 (Perceptions of US Foreign Policy in East Asia)’이라는 주제로 열린 세미나에서 이같이 말했습니다.

세미나에는 현재 브루킹스연구소 동북아시아 정책 연구센터 (CNAPS) 객원 연구원으로 있는 아시아 전문가들이 참여했습니다.

임 교수는 미국은 관심이 다른 지역에 있기 때문에 “동아시아에서 효과적인 역할을 하는 데 있어서 진전이 매우 더디다”고 주장했습니다.

임혜란 교수는 “미국은 동아시아에서의 관심사와 역할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며 가령 한반도의 통일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할지 검토해 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임 교수는 또 “미국은 한국과 일본과의 동맹관계를 강화하는 게 곧 중국의 이익에 어긋나는 것이 될 수 있는 분야들에서 보다 신중하고 균형 있는 외교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아울러 동아시아 공동체를 만드는 데도 미국이 역할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와 관련해, 이날 세미나에 참석한 홍콩대학의 리처드 후 (Richard Weixing Hu) 정치행정학 교수는 지역공동체 형성에서 미국의 역할에 대한 동아시아 국가들의 인식이 긍정적이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후 교수는 현재 미국 정부는 이라크 전쟁의 영향으로 인해 동아시아 공동체 형성에 대한 정책이 과거의 미국 행정부들과는 다르다고 설명했습니다.

후 교수는 “미국의 정책은 선의의 무관심 (benign neglect)과 선별적 포용으로 인식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미국은 이라크 전쟁 때문에 동아시아에서 특정 안보 관련 현안들에만 선별적으로 간여하고 지역 경제나 정치 문제에는 관심을 두지 않는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라는 것입니다.

한편, 북한주재 러시아대사관 외교관 출신인 게오르기 톨로라야 (Georgy Toloraya) 박사는 미국의 대북정책에 대한 러시아의 시각과 관련해, 실용적 접근법이 주를 이루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러시아에서는 동아시아의 평화와 안정이 가장 중요한 사안으로 꼽히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톨로라야 박사는 “러시아는 한반도의 비핵화를 바란다”며 그러나 비핵화는 안보와 평화적 개발의 틀 안에서 추진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톨로라야 박사는 이어 러시아는 미국과 북한이 관계를 정상화하면 안정과 개발의 가능성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때문에 러시아는 미-북 간 관계 정상화를 반대하지 않으며, 오히려 이 과정에 참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톨로라야 박사는 설명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