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식량난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가 깊어지는 가운데 한국의 종교 단체들이 대북 식량지원을 위한 모금 활동을 잇따라 벌이고 있습니다. 개신교, 불교 등 종교계 대북지원 단체들은 “북한의 식량난이 갈수록 우려되는 가운데 남한 정부는 ‘선 요청’이라는 원칙을 세워 스스로 발목을 잡고 있다”며 정부의 조속한 지원을 촉구했습니다. 서울 VOA 김은지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의 종교계 민간단체들이 북한의 극심한 식량난 해결을 위해 일제히 나섰습니다.

이들 민간 단체는 “북한 주민의 생명과 직결된 인도적 지원은 조건 없이 이뤄져야 한다”며 정부에 신속한 대북 식량 지원을 촉구하는 한편, 민간 차원의 모금 운동을 적극적으로 전개하고 있습니다.

가장 먼저 대북 지원에 나선 단체는 불교 정토회 산하 구호단체인 JTS로, 이 단체는 지난 27일 부산에서 대북 긴급 식량으로 밀가루 200t을 선적했습니다.

1만 포대에 나누어 담은 밀가루는 화물선에 실려 나선항에 하역된 뒤 함경북도 육아원과 초·중등학원, 양강도 어린이집 등 9개 시설에 전달될 예정입니다.

박석동 JTS홍보국장은 “미국의 식량 지원분이 빠르면 8월에 도착할 것으로 보여 우선적으로 필요한 식량을 긴급 지원하게 됐다”고 밝혔습니다.

밀가루 선적과 함께 JTS는 ‘미안하다 동포야’라는 구호로 북한주민의 대량 아사를 막기 위한 국내 여론조성에도 착수했습니다.

정부에 대해선 긴급식량 20만톤 지원을 촉구하고, 일반시민을 대상으론 ‘생명의 옥수수 보내기 운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특히 지난 26일부터 닷새간 서울 인사동과 남부터미널 등 전국 17개 도시에서 거리모금 캠페인도 펼치고 있습니다. 북한 주민들이 연명하는 풀죽과 옥수수죽 등을 직접 먹어보는 체험행사입니다.

“오늘 저희는 시민여러분에게 북한의 이 같은 사정을 알려드리려고 합니다. 지금 당장 외부의 지원이 없다면 6월 안에 20만명 이상이 죽어갈 것입니다. 이제 우리가 나서 북한 주민들을 도와야 할 때입니다.” 

대한불교 조계종 봉은사도 지난 23일 2000만원의 성금을 모아 북한에 쌀 가마를 보내는 운동을 벌이고 있는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에 기증했습니다..

봉은사 강민수 포교과장은  “정치적 이해관계를 떠나 한 민족으로 북한 주민들이 어려움에 처했다는 소식을 듣고 신도회에서 성금을 모아 쌀 지원운동에 동참하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번에 하게 된 것은 지금 당장 북한이 어려우니 쌀이라고 지원해야겠다. 같은 동포로서 도움이 될 만 한게 무엇인가에 공감하게 된 거죠. 불교 교리자체가 어려운 사람을 도와주는 것이고, 종교마다 다 마찬가지 아닙니까. ”

기독교사회책임 등 16개 단체들도 지난 22일부터 ‘대북식량지원긴급행동’을 결성하고 모금활동을 시작했습니다.

기독교사회책임 사무총장 김규호 목사는 “정부가 움직이기 어려운 처지라면 민간 단체가 대신 식량 지원 활동을 전개하고 정부는 자금을 지원하는 식으로 한국도 국제사회와 더불어 일정 규모 이상의 대북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대한성공회도 오는 6월 10일 제1차 대북긴급식량으로 쌀 28톤을 육로로 개성에 전달하기로 했습니다.

당초 29일 북한에 전달할 계획이었지만 북측에서 수송문제를 이유로 일정 연기를 요청해왔다고 대한성공회측은 밝혔습니다.

대한성공회 김광준 신부는 “북한 식량난이 심각하다는 판단아래 긴급 대북지원 모금 운동을 벌이기로 하고 먼저 긴급 구호식량부터 전달하기로 했다”고 말했습니다.

“정부가 남북관계가 어떤 결정을 못하고 있는 상황 속에서 민간단체가 적극적으로 앞장서서 이 같은 일들을 실천해야 한다고 봅니다. 이에 얼마 되진 않지만, 먼저 쌀부터 긴급구호 성격으로 우선 지원할 계획입니다.”

성공회는 1차 긴급지원에 이어 추가 지원계획을 준비하고 있으며, 북한의 영유아와 임산부를 위한 지원사업도 계획 중에 있습니다.

천주교 산하 대북지원단체인 한국카리타스도 오는 31일 북한을 방문해 4박 5일간 머물며 현지 실태를 파악할 예정입니다.

한국카리타스 이승정 대북지원 총괄책임자는 “이번 조사를 바탕으로 6월 중순 로마에서 열리는 카리타스 국제회의에서 각국의 대표들에게 대북지원 필요성을 역설할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올해 특히 중국이나 미얀마 등 재난 때문에 북한이 상대적으로 국제사회의 관심으로부터 멀어져 있는 관계로 북한 의 어려운 식량난을 국제사회로부터 어떻게 협조를 얻어내야 하는가가 우리의 과제입니다.”
 

이에 한국 정부는 현재로선 북한의 식량난이 긴급지원이 필요한 상황은 아니라고 보지만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는 입장입니다.

통일부 김호년 대변인은 30일 미국의 소리와의 전화통화에서 “지금까지 판단한 바로는 북한이 8월초까진 지탱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북한의 식량사정을 보다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전문연구기관과 관련 정보를 분석 중에 있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미국의 소리 김은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