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1만9천 쪽에 이르는 핵 문서를 미국에 제공한 데 이어 미국 정부는 며칠 안에 북한에 대한 대규모 식량 지원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지는 등 미-북 관계가  빠르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이 시간에는 최원기 기자와 함께 윤곽을 드러내는 북한 핵 문제 일정과 전망을 알아봅니다.    

사회) 북한이 1만9천 쪽에 가까운 핵 문서를 미국에 건넨 데 이어 핵 신고서를 중국에 제출하면 북한의 비핵화 2단계는 일단락되는 셈인데요. 지금 핵 문제 진행 상황은  당초 6자회담에서 합의된 일정과는 좀 달라진 것이죠?

최)그렇습니다. 당초 미국과 북한 등 지난 해 6자회담 참가국들은 북 핵 문제를 3단계에 걸쳐 풀기로 합의했었습니다.

1단계에서 핵 시설 불능화를 이루고, 2단계에서는 핵 신고를 받고, 3단계에서는 핵 검증과 폐기를 한다는 계획이었습니다. 그리고 미국도 북한의 조치에 발맞춰 북한에 경제, 정치적 상응 조치를 취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당초 합의와는 달리 북한의 핵 신고가 이뤄지지 않자 미-북 양국은 협상을 통해 당초 일정을 일부 수정한 것으로 보입니다.   

사회)당초 합의됐던 북한의 비핵화 일정이 어떻게 수정됐는지 좀더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시죠.

최)지난 해 10월에 6자회담에서 합의됐던 10.3합의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 해 12월31일까지 핵 신고를 완료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미국은 이에 대한 보상 조치로 북한에 대한 적성국 교역법 적용 해제와 테러지원국 명단 삭제를 위한 준비 과정을 착수한다고 돼 있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북한 핵 문제 흐름을 보면 미국은 당초 3단계에서 해주기로 했던 적성국 교역법과 테러지원국 해제를 북한의 핵 신고와 동시에 하기로 한 것으로 관측되고 있습니다. 관측통들은 북한의 핵 신고를 유도하기 위해 미국이 일부 선물을 앞당겨 북측에 제공하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사회)미국의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북한이 핵 신고를 하면 테러지원국 해제와 식량 지원 등 다양한 선물을 평양에 주겠다고 공언해 해왔는데, 나머지 선물들은  어떻게 됐습니까?

최)미국의 힐 차관보는 북한이 핵 신고를 하게 되면 비핵화 3단계에서 5가지 선물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해왔습니다. 우선 북한에 대규모 식량 지원을 하고 미-북 간에 외교적 관계를 개선하는 것은 물론 북한의 국제 금융기구 가입을 지원한다는 것입니다. 또 한반도 평화협정을 체결하고 동북아에서 안보체제를 만들어 북한의 안보를 보장할 것이라고 말해왔습니다. 그런데 최근 뉴스를 보면 미국은 당초 3단계에서 하도록 돼 있는 대규모 식량 지원도 북한의 핵 신고에 발맞춰 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보입니다.

사회)정리하면, 당초 비핵화 3단계에서 북한에 주기로 했던 선물 중 테러지원국과 적성국 교역법 해제, 그리고 식량 지원 3가지를 북한의 핵 신고에 대한 선물로 주기로 한 것이란 얘기군요. 그런데 양보는 미국만 한 것이 아니라 북한도 했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요? 예를 들어 1만9천 쪽의 영변 원자로 가동 일지를 핵 신고에 앞서 미국에 넘겨준 것은 북한 나름대로 선의의 제스처를 취한 것 아닙니까?

최)관측통들은 미국의 힐 차관보와 북한의 김계관 부상이  지난 달 싱가포르 회동을 비롯한 미-북 회동을 통해 일련의 절충과 양보에 합의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지금 말씀하신 핵 문서도 사실은 핵 신고의 부속자료 성격을 띄고 있습니다. 원래는 핵 신고서를 먼저 제출하고 나중에 건네도 되는 자료입니다. 그런데 북한은 이 자료를 핵 신고를 하기 전에 지난 8일 평양을 방문한 미국의 성 김 국무부 한국과장에게 전달했습니다. 미국의 당초 일정을 바꿔 식량 지원이라는 선물을 제시하자 북한도 나름대로 워싱턴에 선물을 안겨준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라고 관측통들은 말하고 있습니다.

사회)북한은 핵 신고서를 언제쯤 중국에 제출할까요?

최)한국 외교통상부의 문태영 대변인은 지난 14일  “북한이 며칠 안에 핵 신고서를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에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사회) 그러면 6자회담은 언제쯤 열리게 될까요?

최)북한이 며칠 안에 핵 신고서를 중국에 내게 되면 6자회담 재개 움직임이 본격화 될 것으로 보입니다. 우선 다음주 초 한-미-일 3개국 6자회담 수석대표들이 워싱턴에서 만나 북한 핵 신고에 따른 6자회담 재개 방안을 논의합니다. 또 북한으로부터 핵 신고서를 받은 중국은 이 신고서를 한국, 일본, 러시아 등에 회람시키게 됩니다. 그러면 1-2주 정도 신고서를 검토한 각국은 5월 말이나 6월 초에 6자회담을 베이징에서 열어 향후 대책을 논의할 것으로 보입니다.

사회)미국의 조지 부시 대통령은 북한의 핵 신고에 발맞춰 어떤 조치를 취하게 됩니까?

최)언론보도를 종합해보면 부시 대통령은 북한이 핵 신고를 하는 것과 동시에 북한에 대한 적성국 교역법 적용을 중단하고 테러지원국 명단 삭제를 의회에 통보할 것으로 보입니다. 적성국 교역법 적용 해제는 즉시 효력을 발휘할 것이고 테러지원국 명단 삭제는 부시 대통령이 의회에 통보한 지 45일 뒤에 효력을 발휘할 것입니다. 또 북한은 테러지원국 해제가 완료되면 그로부터 24시간 내에 영변 원자로의 냉각탑을 파괴하기로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사회)북한이 제출한 핵 문서가 자칫 핵 문제 해결의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은 없습니까?

최)이 문제는 그야말로 가능성의 차원이기 때문에 조심스러운데요. 현재 미국 정부는 전력을 기울여 북한이 제출한 핵 문서를 검증하고 있습니다. 만일 북한이 제출한 문서에서 만족할만한 결과가 나올 경우 미국은 테러지원국 해제 같은 대북 제재 조치 해제에 착수할 것입니다. 그러나 만일 문서 검증 결과가 미흡하거나 부정적일 경우 북한 핵 문제는 뜻하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좀더 지켜봐야 할 것같습니다.

사회)지금까지 최원기 기자와 함께 북한 핵 문제 일정과 전망을 알아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