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대한 미국 정부의 대규모 식량 지원이 사실상 결정된 것과는 달리 한국 정부는 아직 지원 여부와 방식 등을 놓고 신중한 자세를 보이고 있습니다.하지만 집권여당인 한나라당은 조건 없는 대북 식량 지원을 촉구하고 나서 정부 여당 내 서로 다른 기류가 흐르는 분위기입니다. 서울 VOA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의 대북 식량 지원 결정이 임박했다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한국 정부가 북한에 대한 식량 지원 방안을 놓고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한국 청와대의 핵심 관계자는 15일 기자들과 만나 “원칙을 말하자면 소위 국제기구를 통한 원조나 미국이 대북 지원하는 데 참여하는 것은 현재로선 검토되지 않고 있다”며 “하지만 여건이 갖춰지면 언제든지 식량 지원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여건이 갖춰진다는 의미를 설명해달라는 질문에 “아직까지 북측의 지원 요청이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이 관계자의 발언은 ‘지원이 이뤄지려면 북측 요청이 우선’이라는 정부의 기존 원칙을 재확인하면서 최근 나돌고 있는 국제기구를 통한 간접 지원 검토설을 일축하려는 의도로 보입니다.

하지만 최근 정부의 태도를 보면 우왕좌왕하는 기색이 역력합니다.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에 적극적으로 인도적 지원을 하기 위해 미국과 국제기구와 협의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 발언으로 ‘ 세계식량계획 즉 WFP를 통한 지원 검토설’이 언론을 통해 퍼지자 외교부 측은 확산을 막으려는 수습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문태영 외교부 대변인은 15일 `미국의 소리' 방송과의 전화통화에서 “유 장관 발언이 지나치게 확대해석됐다”고 해명했습니다.

“그 때 중앙일보와 했을 때는 특별히 한다는 얘기가 아니고 우리가 매년 WFP를 통해 해온 것이 있으니까 그런 차원에서 얘기를 한 것이지 특별히 얘기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한국 정부가 북한의 요청이 있을 때 까지 무작정 기다리겠다는 종전 입장으로 완전히 돌아간 것으로 보이진 않습니다.

유 장관은 15일 서울 연세대에서 열린 ‘국제기구 진출 설명회’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관계국과 국제 기구 등과 북한의 식량 사정에 대한 평가를 청취하고 협의하고 있고, 인도적 차원에서 북한에 식량기근이 발생하면 안되므로 면밀히 보고 있다”고 말해 대북 식량 지원에 대한 의지를 내비쳤습니다.

유 장관은 “북한에 먼저 협의를 제안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북한과 기회가 되면 직접 협의를 할 생각”이라며 “통일부에서 여러 노력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국 정부가 이처럼 어정쩡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집권여당인 한나라당의 안상수 원내대표는 1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부에 대해 조건 없는 대북 식량 지원을 촉구했습니다.

“북한이 지금 식량난으로 우리 동포들이 굶고 있는 동포들이 굉장히 많다고 합니다. 정부는 인도적 견지에서 북한에 식량을 제공하는 문제를 조속히 검토해서 식량을 제공하고 그래서 우리 동포가 굶어 죽는 것은 막아야 될 것입니다. 그래서 어떤 이유에서든 여러 조건 따지지 말고 우리 동포를 위하는 인도적 견지에서 식량을 제공할 수 있도록 검토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동안 이명박 대통령의 상호주의 대북정책을 지지했던 한나라당이 비록 북한의 식량난을 감안한 인도적 차원이긴 하지만 조건 없는 대북 식량 지원을 주장하고 나선 것은 고심 중인 정부에겐 또 다른 부담이 될 전망입니다.

이와 관련해 세종연구소 정성장 남북한관계 연구실장은 한나라당의 이런 태도 변화를 미국의 대북 식량 지원 임박설 등 최근 호전 조짐을 보이고 있는 미-북 관계와 연계해 분석했습니다.

“아무래도 한나라당은 여론 추이에 더 민감할 수 밖에 없구요, 미국에서 북한에 대해 식량 지원이 이뤄지는 데 남한에서 계속 방관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평가도 더 악화될 것이 분명합니다, 그래서 이런 여론 변화 추이에 민감한 한나라당 쪽에서 청와대보다 더 전향적인 입장을 밝힌 것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서울에서 미국의 소리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