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12월 56년여 만에 정식으로 남북 왕래가 재개된 경의선 화물열차가 사실상 빈 차로 운행되고 있어 관계당국이 수송물량 확보에 부심하고 있습니다. 지난 해 남북 정상회담에서 합의된 ‘문산-봉동 간 화물열차 운행’은 개통 당시부터 지금까지 실제 화물 수요량을 고려하지 않고 ‘상징성’에만 초점을 맞췄다는 지적이 제기됐었는데요. 자세한 소식 서울 VOA 김은지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56년 만에 개통된 경의선 화물열차가 운송화물 부족으로 사실상 빈 차 운행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한국철도공사에 따르면 열차가 정식 개통한 지난 해 12월 11일부터 지난 달까지 열차가 운행된 87일 가운데 실제 화물을 운송한 날은 약 13%인 11일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지난 해 12월과 올해 1월 각각 2백63t과 57t이던 운송량도, 3월과 4월에는 각각 2t씩의 물량을 반출하는데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특히 4월에는 화물열차를 이용한 배송 물량이 컨테이너 한 개에 불과했습니다.
경의선 화물열차를 통해 북한으로 보낸 화물은 개성공단 건설 자재나 공단에서 쓰는 원자재 등이 대부분이었고, 북한에서 들여온 화물은 신발과 의류, 손수건 등이 주를 이뤘습니다.

통일부 당국자는 “개성공단 입주 기업의 제품들은 주로 다품종 소량 생산품이므로, 열차보단 차량을 운송 수단으로 선호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한국 정부는 이에 따라 화물 적재 여부와 무관하게 총 12량을 운행하던 방침을 바꿔 2월부터는 화물이 없을 경우 기관차 등 2량만 운행하고 있습니다.

지난 1월 군사 실무회담에서 북한은 ‘짐도 없이 오갈 바에야 차라리 운행을 줄이자’고 제안했고, 이후 남북은 개성에서 철도협력분과위원회를 열고 2월 1일부터 화물이 있을 때만 열차를 운행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지난 해 10월 남북정상회담에서 합의된 ‘경의선 열차 개통’은 개통 당시부터 한국 정부가 가시적 성과에 치중한 나머지, 화물 수요 예측을 소홀히 했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았습니다.

국책연구기관의 한 연구원은 “대선을 염두에 둔 참여정부가 ‘남북 정상회담 합의 사항의 첫 이행’을 위해, 실수요를 따지지 않고 추진했던 것이 사실”이라며 “현재 개성공단의 규모로 볼 때 1일 1회 정기 화물량은 나오기 힘들다”고 지적했습니다.

실제 개성공단 입주업체들 중에도 물류비를 고려했을 때 철도보다는 육로를 이용하는 편이 낫다는 입장을 가진 업체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철도운행 속도가 느린 데다 북측 봉동역에서 개성공단까지 추가로 물류 비용이 들기 때문입니다.

한국교통연구원 북한교통정보센터의 김성호 연구원은 “봉동에는 아직 역이 없어 열차가 판문점에 선 후, 개성공단까진 다시 트럭을 이용해야하므로, 기업 입장에선 철도보다 육로를 선택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한국교통연구원 동북아북한교통정보센터의 김성호 연구원: “열차 운행시 신속성이나 화물 상하역 측면에서 보면, 육로가 개성공단까지 바로 이용해 편리한 것에 반해 열차의 경우, 화물열차 이용 후 다시 트럭을 통해 개성공단으로 들어가야 합니다. 이처럼 트럭운송비에 비해 열차 운영비가 더 많이 드는 것이 열차 이용률을 가장 저조하게 만든 원인입니다. ”

개성공단 생산품의 제한된 해외판로도 원인으로 꼽힙니다.

중소기업중앙회 국제통상실의 김재진 과장은 “개성공단 생산제품은 해외 수출시 원산지 기준에 따라 북한산으로 판정될 가능성이 커, 주로 내수용에 그친다”며 “수출제한이 다소 풀려 해외 수출이 이뤄질 경우, 물동량은 급격히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중소기업중앙회의 국제통상실 김재진 과장: “판로가 미국이나 전세계로 수출하는 물류량이 적다는 것입니다. 만일 해외수출이 가능하다면 완제품을 생산해서 부산항을 통해 수출한다거나, 문산에서 화물 컨테이너에 실어 인천항을 통해 수출한다는지 가능할텐데, 아직 수출물량도 적고 입주업체도 많지 않은 점이 주요원인입니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개성공단 입주 희망기업 68%가 제품 수출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2007년 9월 말까지 입주기업 누계 생산액 2억천385만 달러 가운데 수출비중은 22.4%에 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같은 문제점들을 극복하기 위해 한국철도공사는 개성공단 업체를 대상으로 열차 운송 관련 설명회를 개최하는 등 현재 화물 유치 방안 마련에 부심하고 있습니다.

한국철도공사 변현진 남북협력사업팀장은 “현재 개성공단 내 여러 업체의 수송 물량을 한데 모아서 보내는 `공동배송시스템' 도입을 모색하는 한편 남북간 다른 교역물자들도 열차로 배송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한국철도공사 변현진 남북협력사업팀장:  “(공동배송시스템이란) 일일이 개별적으로 남측으로 수송하던 물량들을 판문점으로 집화시키는 것입니다. 또 남북교역 물자도 철도 수송방안을 검토 중인데요. 북한에서 반입되는 광물이나, 남측에서 가는 쌀 비료도 철도로 수송할 수 있도록 실무자간의 협의를 마치고 준비를 완료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경제성을 무시한 열차운행이라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선 “물류의 특성상 입주업체들이 기존에 고수한 자가운송 방침을 하루 아침에 바꿀 수 없어 다소 시간이 소요됐다”며, “안정적이고 다각화된 열차 운행을 통해 점차 물동량이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서울에서 미국의 소리 김은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