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는 오늘 남북교류와 관련한 행정절차 간소화 등을 내용으로 하는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표했습니다. 한국 정부의 이번 발표는 남북 당국 간 관계는 다소 경색된 가운데 민간 부문 협력을 활성화하겠다는 대북정책을 반영한 것으로, 일각에선 핵 폐기 조치가 진전되면 북한의 경제발전을 돕겠다는 ‘비핵 개방 3천 구상’을 위한 제도 마련 작업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자세한 소식을 서울 VOA 김은지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한국의 통일부는 8일 남북교류와 관련한 행정 절차를 간소화하는 것을 골자로 한 ‘남북교류협력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습니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번 개정안은 남북교류협력 사업에 종사하는 기업인 등의 불편을 덜기 위해 마련했다”며 “27일까지 입법예고를 거쳐 18대 국회에서 입법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지난 해 8월 통일부는 이 같은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17대 국회 회기 내처리가 불투명해, 일부 보완을 거쳐 다시 입법예고 절차를 밟은 것입니다.

통일부 교류협력국의 김자영 사무관입니다.

통일부 교류협력국 김자영 사무관: “작년에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는데 17대 국회에서 통과가 안될 것으로 예상돼 이번에 다시 만든 것입니다. 기존의 사업자들과 공무원들이 제기한 의견들을 수렴한 결과구요. 이번 입법예고 중에 다시 한번 민간 관련자들의 의견을 수렴할 예정입니다.”

개정안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남북협력 사업을 하는 남측 법인에 대해 ‘사업에 대한 승인제도’만 남기고 ‘사업자 승인제도’가 폐지되는 부분입니다.

현재 남북협력 사업을 하기 위해선 사업자 승인을 받은 후 사업에 대한 승인을 별도로 받아야 합니다.

개정안이 정식 입법될 경우, 북한주민과 공동으로 문화, 관광, 보건의료, 학술 경제 등에 관한 활동을 할 때 사업 승인만 받으면 됩니다.

이와 함께 북한주민과 접촉할 때 원칙적으로 사전 또는 사후에 신고토록 돼 있는 현행 규정을 완화해, 승인 받은 사업의 목적 범위 내 접촉 등에 대해서는 신고를 면제하기로 했습니다.

자주 남북을 오가는 사업자들에 대한 방북 신고 절차도 간소화했습니다.

수시 방문증명서를 갖고 방북 때마다 매번 신고를 하는 불편을 덜기 위해 통일부에서 운영하는 ‘남북교류협력시스템’에 출입계획을 입력하는 온라인 인증제도를 도입한 것입니다.

남북 간 교역이 다양화되는 추세를 반영해 물품으로 국한된 교역대상을 기술과 용역, 컴퓨터 소프트웨어까지 확대하는 내용도 추가했습니다.

현행 교류협력법상 ‘교역’은 ‘남북간 물품의 반출입’으로 규정돼 있습니다.

또 남북 간 교역 및 협력 사업과 관련해, 허위 보고자에게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근거 규정도 신설됐습니다.

이번 개정안은 예고에 이어 법제처 심사와 차관회의, 국무회의 등을 순조롭게 통과할 경우 이르면 다음달 말 국회에 상정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번 교류협력법 개정 추진은 정부 당국 간 대화는 끊겼지만 민간 차원의 경협과 사회문화 교류는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나가겠다는 이명박 정부의 대북 정책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또 현 정부가 중시하는 ‘친 기업(business friendly)’ 기조에도 부합한다는 평가입니다.

남북경협시민연대의 김규철 대표는 “규제일변도의 현행법에서 벗어나 규제를 완화하는 방향으로 바뀜에 따라 개성공단을 비롯해 북한에 진출하는 기업들의 불편을 상당부분 덜어주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남북경협 시민연대 김규철 대표: “대북사업을 하는 이들에게 행정 절차를 줄이는 것은 환영할만한 일입니다. 교역품목에 있어서도 그 동안 너무 제한적인 정부의 지침이 완화됐다는 것은 향후 남북경협 교류 확대에도 기여할 것으로 보입니다. 기타 행정적인 절차를 교육품목에 지침이나 방침을 완화한 것은 남북경협”

한국무역협회 남북교역투자협의회 회장을 역임한 김영일 효원물산 회장은 “남북경협이 본궤도에 오르기 위해선 개성공단 외의 지역에도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며 “이번 개정안으로 중소기업들이 보다 자유롭게 대북사업을 전개할 수 있는 투자 여건이 조성됐다”고 평가했습니다.

김영일 전 한국무역협회 남북교역투자협의회 회장: “북한은 하나의 신시장 개척임과 동시에 남측기업이 껴안고 가야 하는 시장입니다. 우리 국내의 중소기업들의 인력난 등을 현재 상황을 고려해 북측으로 가서 그 외의 지역은 남북이 상생할 수 있는 경협을 하도록, 특히 개성 이외의 지역에 전력공급 등 기업을 할 수 있는 여건을 지원해야 합니다.”

북한의 핵 신고와 이에 대한 미국의 테러지원국 해제문제가 해결조짐을 보임에 따라 교류협력법 개정을 통해 한국 정부가 ‘비핵 개방 3천’구상을 위한 제도적 틀을 마련했다는 주장도 제기됐습니다.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최은석 교수는 “현 정부가 핵폐기 과정 조치에 대한 진전이 이뤄지면 ‘비핵개방 3천’을 실천하기 위한 남북협의를 시작하겠다고 밝힌 만큼, 이번 개정안은 민간 기업들의 투자 활성화를 유도하고 교류협력을 본격화하기 위한 준비작업의 일환으로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서울에서 미국의 소리 김은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