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이 공동으로 발간하는 첫 문학잡지인 ‘통일문학’이 한국에 들어왔습니다. 통일문학은 지난 2005년 평양에서 열린 남북작가대회에서 ‘'6.15 민족문학인협회’의 결성과 함께 창간하기로 합의한 잡지로, 당초 한국 정부는 북한 작품의 일부 구절이 실정법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반입을 불허했습니다. 하지만 6.15민족문학인 남측 협회 측에서 문제의 구절을 종이테이프로 가리는 등 우여곡절 끝에 정부의 승인을 받아 이번에 한국에 배포하게 됐습니다. 자세한 소식을 서울 VOA 김은지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부적절한 구절을 이유로 남한으로의 반입이 불허됐던 남북 간 첫 공동 문학잡지인 ‘통일문학’이 통일부의 승인을 얻어 지난 달 29일 한국으로 들어왔습니다.

한국의 통일부 당국자는 5일 “통일문학에 나오는 표현 중 남한으로 반입하기에는 현행법상 어려운 부분이 있었지만 협회 측이 이 문제를 해소하겠다고 말해 지난 달 초 반입을 승인했다”고 밝혔습니다.

6.15 민족문학인협회 남측 관계자는 “통일부가 문제 삼았던 일부 문구에 대해 북측에 수정 요청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1천 4백부를 일단 원문 그대로 들여온 상태며, 빠른 시일 안에 문학 관련 단체와 회원들에게 배포할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통일문학’은 지난 2월 평양에서 창간호가 인쇄돼 중국 선양에서 처음 공개됐지만, 한국 정부가 일부 구절을 문제 삼아 반입을 불허해 왔습니다.

한국 정부가 문제삼은 구절은 북한 문인의 소설과 시에 한 차례씩 등장하는 ‘수령님’이라는 호칭과 1989년 3월 고은 백낙청 씨 등으로 구성된 남측 대표단이 남북작가회담을 위해 판문점으로 가다가 남측 당국에 연행됐던 사건을 비난한 수필의 문구 등 3곳입니다.

남측 민족문학인협회는 반입된 ‘통일문학’ 중 문제의 문구를 종이테이프로 가린 뒤 문학단체 회원 등에게 배포할 예정입니다.

6.15 민족문학인 남측협회 정도상 집행위원장은 “수록된 작품들은 정치적 시비를 피하기 위해 남북한 주민들의 생활양식을 보여주는 작품 위주로 선정한 것들”이라며 “정치적인 목적으로 잡지를 창간하는 게 아니라는 우리의 뜻을 정부가 알아주길 바란다”고 밝혔습니다.

6.15 민족문학인 남측 협회 정도상 집행위원장: “작품 선정 기준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서로 상대방 체제 독자들이 편안하게 읽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를테면 되도록이면 정치적이고 이념적이고 체제적인 작품은 빼고 주로 생활상을 보여주는 작품을 골랐습니다. ”

통일문학 제작비는 당초 남측이 통일부로부터 2천만원을 지원 받아 북측에 전달하기로 했지만 한국 새 정부 출범 이후 통일부 폐지 논란이 불거지며 지원이 무산됐습니다.

이에 따라 남측 위원회 측은 사전주문을 받고, 일부는 서점에 유통시키는 방식으로 제작비를 마련해 북측에 전달하기로 했습니다.

'통일문학'은 남북한 문인들이 모여 ‘겨레가 함께 읽는 문학지’를 표방하며 만든 기관지 성격을 띄는 반년간지로, 창간호에는 남측 작품으로는 이청준의 ‘눈길’, 고은의 ‘하산’ 등이, 북측에선 장기성의 ‘우리 선생님’, 박철의 ‘통일 옥동자’ 등이 실렸습니다

‘통일문학’ 창간으로 분단 60년 만에 문학작품 교류가 본격화된다는 점에서는 뜻 깊은 일이지만 통일문학이 문단을 넘어 일반독자들에게 전달되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한국작가회의의 사무총장을 역임한 소설가 김형수 씨는 “남북간 서로 다른 문화적 배경을 이해하고 통합할 수 있는 공동의 장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또 앞으로 남북문화 교류의 지평을 넓혀갈 수 있는 초석이 됐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소설가 김형수 씨: “공동의 매체를 만들었다는 것은 초보적으로나마 문학의 공동 필드를 만들었다는 것입니다. 경제적 단절과 정치적 갈등이 존재하는 속에서도 공동의 영토, 문화적 영토를 따로 존재하고 있음을 한쪽에서 계속 웅변해줄 수 있다는 점에서 첫발을 디딘 셈입니다.”

이화여대 통일학연구원 전영선 교수는 “남북한 문화예술 간에 특정 분야의 교류가 이뤄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그러나 남측 독자들이 심리적 거리감 없이 북한 문학작품을 받아들이기엔 한계가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화여대 통일학연구원 전영선 교수: “그동안 남북한 간에 특정한 분야, 작가,예술가 등 구체적인 분야에서 교류가 이뤄진 것은 처음 입니다. 아직까지 일반인이 접하기까지는 거리감이 있을 것입니다. 아무래도 북한이란 체제가 낯설기 때문에 일반인들이 직접 접하기엔 여과장치가 필요한 것이 사실입니다. 북한 체제의 설명 등 그런 노력이 현재까지 없었던 것은 분명합니다. “

한편 지난 4일 북한의 주간지인 `통일신보'는 통일문학의 한국 내 보급과 관련해, “한국 새 정부의 10.4선언 이행 의지를 판단하는 시금석으로 여기고 있다”며 “통일문학이 앞으로 '우리 민족끼리'의 기치를 변함없이 지키고 7천만 겨레의 통일운동을 선도하는 데서 중요한 사명과 역할을 수행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이에 대해 탈북자 출신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한 연구위원은 “북한 통전부에서 통일문학을 담당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북한 정부가 통일문학, 즉 ‘문학’이라는 구심점을 통해 6 15 공동선언과 10.4선언 등 ‘우리민족끼리’ 정신을 남측에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서울에서 미국의 소리 김은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