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핵 신고가 조만간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의 주요 언론들은 북한이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제외되면 24시간 안에 영변 원자로의 냉각탑을 파괴하기로 미국 측과 잠정합의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언론들은 또 북한이 미국 측에 수천 건의 영변 원자로 가동 일지를 제공하기로 했다고 전했습니다. 미국 국무부는 이와 관련해 현재로서는 언급할 내용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서지현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미국 국무부는 2일 북한이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되면 영변 핵 시설의 냉각탑을 파괴하기로 미국 측과 합의했다는 언론 보도에 대해 시인도 부정도 하지 않은 채, 현재로서는 특별히 언급할 것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톰 케이시 국무부 부대변인은 이 날 기자들과 만나 북한이 미국과 어떤 것에 대해 합의했다, 또 어떤 것은 하지 않기로 합의했다는 등 하루에 적어도 다섯 건의 기사를 접하고 있다며, 하지만 현재로서는 특별히 언급할 것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케이시 부대변인은 일단 북한의 핵 신고 문제가 진전되면, 관련 내용과 무엇이 필요하고, 무엇이 필요하지 않은지에 대해 말할 것이 생길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워싱턴포스트' 신문은 이 날 북한은 미국의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되면 24시간 안에 영변 핵 원자로의 냉각탑 (Cooling tower)을 파괴하기로 미국 측과 합의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 신문은 이름을 밝히지 않은 외교관들의 말을 인용해 미국 국무부의 성 김 한국과장이 지난 달 핵 신고와 관련한 막바지 조율을 위해 평양을 방문했을 때 이같은 합의가 이뤄졌다고 전했습니다.

이 신문에 따르면 미국 정부 관계자들은 북한이 핵 계획을 포기했다는 사실을 전세계에 알리기 위한 명백한 (tangible) 시각적 증거로 불능화 대상인 영변 원자로의 냉각탑 파괴를  추진했습니다. 영변을 촬영한 대부분의 인공위성 사진들에서는 원자로의 냉각탑에서 증기가 분출되는 모습이 포착되고 있으며, 이는 이 시설이 원자로임을 식별할 수 있는 가장 큰 특징이라고 신문은 덧붙였습니다.

‘워싱턴포스트’는 북한은 앞서 영변 핵 시설 불능화의 일환으로 원자로의 냉각탑을 파괴할 의사가 있음을 내비쳤으며, 지난 주 성 김 과장과의 협의에서 미국이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하는 즉시 이를 행동으로 옮길 것임을 재확인한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북한은 이밖에 1990년 이후의 영변 원자로 가동 기록 수천 건도 미국에 제공하기로 잠정합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기록들은 영변 원자로의 일일 플루토늄 생산량을 보여주는 것으로, 미국은 이를 통해 북한이 지금까지 생산한 플루토늄의 총량을 파악할 수 있게 됩니다. 미국은 또 영변 원자로에서 생산된 플루토늄의 양이 30 킬로그램이라는  북한 측의 주장도 검증할 수 있게 됩니다. 

앞서 ‘워싱턴타임스’ 신문도 1일 북한이1990년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영변 원자로의 가동 기록을 미국 측에 제공하기로 잠정합의했다고 복수의 행정부와 의회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해 보도한 바 있습니다.

 ‘워싱턴타임스’ 신문은 이같은 합의가 지난 주 북한을 방문한 미국 국무부의 성 김 한국과장과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 간에 이뤄졌으며, 부시 행정부는 북한 외교관들이 상부와 이 문제를 해결하도록 시간을 주기 위해 발표를 미뤄왔다고 전했습니다.

한편 미국 백악관은 1일 북한의 핵 신고가 곧 이뤄질 것이라는 조짐은 없다고 말했습니다.

토니 프라토 백악관 부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미 국무부가  6자회담의 틀 안에서 북한과 대화를 계속하고 있으며, 진전이 이뤄지고 있다며, 인내를 갖고 북한의 정확하고 완전한 핵 신고를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미국과 북한이 잠정합의한 핵 신고의 내용에는 핵탄두를 제외한 플루토늄 관련 항목이 주를 이루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국의 ‘연합뉴스’는 2일 한국 정부 고위 당국자의 말을 인용해 미국과 북한은 핵 신고서에 북한이 추출한 플루토늄의 총량과 영변 원자로 가동일지를 비롯한 핵 관련 자료 등을 포함하되 핵탄두 관련 내용은 제외하기로 했다고 보도했습니다. 

한국 정부 당국자는 “핵 신고서에는 핵 물질과 핵 시설, 그리고 핵탄두가 됐든 폭발장치가 됐든 모든 것을 담아야 한다는 것이 미국의 요구였으나 일단 핵탄두는 현 단계에서 신고서에 담기에 이른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당국자는 그러나 “최근의 핵과학 기술을 생각할  때 핵 시설 가동일자나 시료 등이 있으면 어느 정도의 플루토늄을 추출했는지 정확하게 추적할 수 있다”고 밝힌 것으로 연합뉴스는 전했습니다.

이 당국자는 “미국은 플루토늄 항목을 주로 논의한 북한과의 합의 내용을 수용할 수 있는 수준으로 판단하고 있다”면서, “미-북 양측이 이 합의 내용을 토대로 핵 신고서의 내용을 마련하면 북한이 1~2주 내에 핵 신고서를 중국에 제출하고, 절차를 밟아 5월 하순 이전에 6자회담이 열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미국의 소리, 서지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