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산더 버시바우 한국주재 미국대사는 오늘 “미국은 북한이 핵 시설을 불능화하고, 완전하고 정확하게 핵 프로그램을 신고하면 테러지원국 해제와 적성국 교역법 적용 중단을 미 의회에 통보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국의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도 북한의 핵 신고가 마무리되고 핵 폐기 과정에  진전이 이뤄지면 남북 협의를 시작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서울 VOA 김은지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이 완전한 핵 신고를 하면 미국은 그에 대한 상응 조치로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북한을 삭제하는 등 대북 제재를 해제하는 절차를 시작하겠다고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국대사가 밝혔습니다.

버시바우 대사는 1일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북한대학교대학원 개교 10주년 국제학술회의에서 “북한이 약속을 지키면 우리도 약속을 지킬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버시바우 대사는 “미국은 북 핵 불능화와 완전한 신고서 제출에 맞춰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하고 적성국 교역법 적용 중단을 의회에 통보하기로 북한과 약속했다”고 말했습니다.

미 행정부가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 다시 포함시킨 가운데 나온 버시바우 대사의 이 발언은 북한이 ‘완전하고 정확한’ 신고를 하는 시점에 맞춰 대북 제재 해제 결정을 의회에 통보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됩니다.  

아울러 핵 신고가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를 위한 핵심 전제조건이며 현 단계에선 북한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이 시리아와의 핵 협력에 연루됐다는 정보와 관련해서 버시바우 대사는 “북한이 핵 신고에서 시리아와의 핵 협력 문제를 다루기를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버시바우 대사는 그러나 비핵화의 최종단계인 3단계에 이르기까지는 순탄치만은 않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버시바우 대사는 “비핵화 3단계에 접어들게 되면 6자회담이 가장 큰 시험을 맞게 될 것”이라며 “북한이 궁극적으로 답해야 할 것은 핵 물질과 핵 시설을 폐기할 의지가 있느냐의 여부”라고 강조했습니다.

아울러 미국이 인도주의적 대북 지원에 나설 준비가 돼 있다는 점도 언급했습니다. 다만 미국법에 따라 북한 당국에 충분한 수의 감시관을 설치하도록 북한이 합의할 경우에만 가능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는 북한이 지원품 분배에 대한 감시체계 방안에 합의하면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 절차에 착수할 것임을 시사한 것으로, 현재 미국 정부는 북한에 쌀 50만t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런 가하면 한국의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도 이날 오찬연설에서 “북 핵 신고가 마무리되고 핵 폐기 과정의 진전이 이뤄지면 남북 협의를 시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유명환 장관은 ‘한반도와 동북아의 새로운 평화를 향해’라는 제목의 연설에서, “한국 정부는 북한이 국제사회에 신뢰를 줄 수 있는 존재가 되도록 도울 생각이 있으며 ‘비핵 개방 3000 구상’은 이같은 생각을 표현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우리가 북한을 도울 수 있도록 북한이 우리를 돕기를 희망합니다. 북한이 핵폐기를 이행해 나간다면 우리가 북한을 도울 수 있는 여지가 넓어집니다. 3단계 조치 관련 진전이 이뤄지면 이명박 정부는 비핵 개방 3000을 실천하기 위한 남북 협의를 시작하고자 하고 있습니다."

특히 북한주민에 대한 인도적 지원은 어떤 조건도 없이 이뤄져야 한다며, 인권 문제는 인류보편적인 가치 차원에서 봐야 하므로 정치적 고려와는 무관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는 북한의 식량 사정이 날로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이 먼저 손을 내밀지 않더라도 인도적 지원이 충분히 고려될 수 있으며, 이로써 남북대화가 자연스럽게 재개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풀이됩니다.

하지만 대북 지원과 남북 경협사업은 “북한 핵 폐기 진전에 따라 이뤄져야 이전보다 견고하게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해 사실상 조건부임을 시사했습니다.

그러면서 지난 대선에서 한국 국민이 북한이 핵을 포기하기만 하면 북한을 적극적으로 돕겠다는 이명박 정부를 선택했다는 점도 상기시켰습니다.

“우리 국민은 대선에서 북한이 핵을 포기하기만 하면 북한을 적극적으로 돕겠다는 이명박 정부를 선택했습니다. 대북 지원과 남북경협 사업은 북 핵 폐기 진전에 따라 이뤄져야 폭넓은 국민적 공감대 위에서 이전보다 견고하게 추진될 수 있을 것이며 이렇게 하는 것이 우리 정부의 책무이기도 합니다. “

유 장관은 특히 “미국의 핵 위협 때문에 핵을 개발한다는 북한의 주장은 잘못된 것”이며 “핵 보유를 단념시키려는 국제사회의 노력을 적대정책으로 혼돈해서도 안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유 장관은 한편, 이날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비핵화 문제를 포함한 여러 현안을 논의하기 위해 6자회담 틀 안에서 평양과 워싱턴에 양측의 상주사무소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6자 차원의 미-북 사무소는 그동안 양국 관계정상화 차원에서 추진됐던 이익대표부등과 달리 6자회담 합의 내용의 실행 상황을 점검하고 이와 관련한 본국의 입장을 서로에게 전하는 게 주된 임무라는 게 외교가의 설명입니다.

특히 북한이 조만간 핵 프로그램을 신고한 뒤 화두로 떠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분배 검증’을 수행하기 위해서도 양측에 상주사무소가 필요할 것으로 보여  북측의 수용 여부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