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에는 동부 보스턴 시의 명문 하바드대학에서도 북한의 식량난과 인권 실상을 알리기 위한 북한 인권주간 행사가 일주일 일정으로 열렸습니다. 하바드대학 신문 '하바드 크림슨' 1면에 비중 있게 소개될 정도로 성황리에 열린 이번 행사는 하바드대 학생들이 조직한 '하바드 학부생 북한 인권 모임'이 올해 처음 주최했습니다. 행사에 참석한 학생들은 미국에 정착한 탈북 고등학생 최효성 군의 강연이 특히 인상 깊었다고 전했습니다. 서지현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 22일과 23일, 미국 보스턴 시의 하바드대학 교정 한 켠에서 학생들이 한 주먹도 안 되는 쌀을 나눠줍니다.

"북한 사람들이 하루에 먹는 식량은 이 정도도 안됩니다."

정말 저것밖에 못 먹을까, 정말 저만큼도 못 먹을까. 오가는 학생들이 삼삼오오 쌀을 나눠주는 학생들로 향합니다.

지난 해 9월, 하바드대로부터 공식 인가를 받은 '하바드 학부생 북한 인권 모임' (Harvard Undergrads for Human Rights in North Korea, HRiNK)이 지난 일주일 간 주최한 북한 인권주간 행사는 이렇게 반 주먹 만큼의 쌀을 학생들에게 나눠주는 것으로 시작됐습니다.

이번 행사에서는 특히 미국에 정착한 탈북 고등학생 최효성 군의 강연에 더욱 많은 관심이 쏠렸습니다. 올해 스무살인 또래 친구가 전하는 북한에서의 생활상은 충격 그 자체였습니다.

'하바드 학부생 북한 인권 모임'의 공동대표, 백지은 양은 북한의 식량 사정이 그 정도일 줄은 몰랐다고 토로했습니다.

"(식량이 없어서) 나무 먹는 거, 그거 다 읽어봤는데요. 걔가 얘기했을 때, 내가 알았던 사람, 나랑 밥 먹었던 걔가 나무 껍질을 한 3년 동안 먹었다는 얘기를 들어보니까, 진짜구나. 사람들이 어떻게 이렇게 살까..."

비참한 생활상을 듣고는 눈물을 쏟아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나도 울고, 듣는 사람은 많이 울고, 완전히 몰랐던 얘기, 충격 받은 사람들도 있구요. 행사가 끝났는데 사람들이 안 가요. 진짜 반은 안 갔어요. 너무 너무 도와주고 싶은데, 효성아, 내가 뭘 하면 좋을까. 저, 이렇게 관심 많은 거 처음 봤어요."

하바드대 학생들을 이토록 울게 만든 주인공, 최효성 군은 현재 서부 캘리포니아 주 로스앤젤레스의 고등학교에 다니며 시간이 날 때마다 미국 전역을 돌면서 북한의 어려운 식량 사정과 인권유린 실상 등을 알리는 어엿한 '북한 인권 활동가'입니다.  

열다섯 살 때 중국 국경을 넘어 탈북했다가 다시 17살이던 지난 2005년, 먼저 미국으로 입국한 어머니를 만나기 위해 멕시코 국경을 몰래 넘는 등 죽을 고비를 여러 차례 넘겨 미국에 정착한 효성 군.

이듬해 미국 정부에 망명을 신청했지만 아직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백악관의 조지 부시 대통령 앞으로 편지까지 썼지만 소용 없었습니다. 추방 재판이 계속 진행 중인 가운데 효성 군은 내년에 대학에 진학하기 전까지는 합법적인 신분을 꼭 보장 받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미국에서의 불안한 신분 때문에 마음앓이를 하면서도 효성 군은 캘리포니아대, 콜럼비아대, 뉴욕대, 엠허스트대, 또 하바드대학까지, 또래 친구들에게 자신이 겪은 북한에서의 어려웠던 삶을 얘기해주면서 더 많은 미국의 젊은이들이 북한의 인권 문제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최효성] "북한 인권에 대해 말하는 것을 좀 더 활성화시키고 싶은 생각이 있거든요. 북한 인권을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목소리를 내보려구요. 저를 원하는 사람이 있고, 제 이야기를 듣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있고, 그렇다는 생각에 항상 뿌듯하게 다녀와요. 하고 나서는 아, 내가 진짜 잘했구나! 그런 생각도 들고..."

하지만 탈북한 자신과 어머니 때문에 북한에서 총살됐다는 아버지와 남아 있는 친구들 생각을 하면 가슴이 복받쳐오릅니다.

[최효성] "(친구들이) 열여덟 살이니까 지금 군대를 갔겠네요. 그 친구들이 군대 가서 10년 동안 군사 복무하고, 그런 것을 생각하니까 억울해요 제가. 아무 것도 모르고, 걔네들이 전쟁이 나면 누굴 위해 싸우고 누구 때문에 죽어야 하는데 그런 것들이 너무 안타깝구요. 그렇게 만든 사람들이 정말 나쁘다고 생각해요."

북한의 인권 상황을 미국의 친구들에게 알리는 것은 북한에 두고 온 친구들을 위한 일이기도 합니다. 지난 주 하바드대 강연에서 열띤 청중들의 반응은 효성 군에게도 큰 힘이 됐습니다.

"많은 분야에서 사람들이 많이 오셨더라구요. 영사관에서도, 하바드대학 교목님도 오시고, 외국인들도 많이 와주시고, 많이 왔었어요. 거기서 말하는 것을 너무 잘 들어주시고, 하바드 대학생들이 관심을 가져주는 게 너무 고맙더라구요. 북한 인권에 대해 자기 민족의 일도 아닌데, 관심마저도 안갖는 사람이 많거든요. 그런데 관심 가져준다는 게 많이 고맙고 뿌듯했어요."

관심을 가져준다는 것, 내가 가진 관심을 남과 함께 나눈다는 것에, '하바드 학부생 북한 인권 모임'은 큰 목적을 두고 있습니다. 지난 주 효성 군의 강연회 외에 탈북자들이 중국 국경에서 겪는 위태로운 상황을 담은 다큐멘타리도 상영하고, 음악회를 열었던 것도 그 때문입니다.

하바드 북한 인권주간 행사에 참여한 방문객 수는 1천여 명을 넘어섰습니다. 지난 2005년 처음 모임을 만들었을 때는 한인 학생들이 주축이었지만, 이제 하바드대의 다양한 인종, 국적의 학생들이 매 행사마다 1백여 명 가까이 참석하는 큰 단체로 성장한 것입니다.

외형 뿐 아니라 서로의 마음과 마음이 연결돼 북한주민들의 아픔을 나의 아픔으로 느끼는 학생들이 점점 더 늘고 있는 것도 큰 소득입니다.

'하바드 학부생 북한 인권모임' 공동대표인 백지은 양은 북한 주민들을 위한 지속적인 모금 활동과 학내외에 북한의 인권 실상을 알리는 노력을 기울이겠다는 포부를 밝히다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진짜로 우리가 이해 못할 만큼 고생하고 있지만 계속 힘내세요. 계속 힘내세요. 도와주고 싶은 사람 되게 많아요. 거기 있는 사람들, 도와줄 사람 참 많으니까 조금씩 계속 힘내세요. 우리도 계속 기도할테니까, 거기도 계속 기도하세요..."

북한에 두고 온 친구들을 생각하는 탈북 학생 효성 군의 마음과, 미국에서 나고 자랐지만 북한 사람들이 겪는 어려움을 마음 깊이 아파하는 하바드대 한인 여학생의 바람은 맞닿아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