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서울과 평양에 남북 연락사무소를 설치하자는 한국의 이명박 대통령 제안을 정면으로 거부하고 나섬에 따라 남북 간 경색 국면이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미-한 정상회담 과정에서 다소 부드러운 대북 자세를 보인 데다 한국 정부도 연락사무소 설치 제안의 후속 조치로 북한에 대한 대화 제의를 모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북한의 강경한 반응으로 당분간 남북 간 대화재개가 어려울 전망입니다. 서울 VOA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이 서울과 평양에 상주 연락사무소를 설치하자는 이명박 대통령의 제안을 거부함에 따라 남북 당국 간 대화 단절 상태가 쉽게 풀릴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한국의 북한 전문가들은 북한의 거부에 대해 충분히 예상했던 반응이기 때문에 그리 놀랄만한 일이 아니라는 공통된 인식을 보이고 있습니다.

연락사무소 설치는 지난 1990년 남북 고위급회담 때와 2000년 남북정상회담 이후 한국 측이 꾸준히 제안 했고 그 때마다 북한이 거부한 방안입니다. 이런 사정을 비꼬아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6일 이 대통령의 이번 제안을 ‘반통일 골동품’이라는 표현을 쓰며 비난했습니다.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 김연철 교수는 “지금 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대화의 형식이 아니라 대화의 내용”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일단 중요한 것은 회담의 형식이 아니고 회담의 내용인 것 같습니다. 연락사무소라는 것은 결국은 대화의 창구와 관련된 것인데, 사실 이미 남북 간엔 각종 회담이 있고, 여러 가지 창구가 있는 것이고, 지금은 창구가 없어서 대화가 안되는 것은 아닌 것 같구요, 결국 중요한 것은 의제이고 대화의 내용인 것 같습니다.”

세종연구소 이상현 안보연구실장은 “북한이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것은 이명박 정부의 상호주의 대북정책 전반이라는 점에서 당분간 큰 주제의 대화는 힘들 것”이라며 “남북 당국 간 기존 실무접촉을 통해 대화의 실마리를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실장은 북한이 대화 재개의 조건으로 내걸고 있는 6.15 공동선언, 10.4남북공동성명에 대한 이명박 정부의 존중 의사 표명 문제에 대해서도 실무접촉을 통해 북한을 설득하는 방법을 제안했습니다.

“10.4 선언을 공개적으로 1백% 옳다 아니다 이렇게 말할 순 없는 거에요, 이명박 정부 입장에선. 그렇게 보면 실제로 이명박 정부가 10.4 선언을 1백% 이행한다 이렇게 공개적으로 말할 순 없어도 실무접촉을 통해 남북 간 진행 중인 여러 경협이라든지 인도적 문제라든지, 그 다음에 실무접촉이 여러 개 있지 않습니까? 10.4 선언에서 합의된 것들 그런 것들을 통해서 큰 틀에선 이어져 간다 그런 걸 설득을 시켜야겠죠.”

이 실장은 “하지만 북한 측이 이러한 실무접촉까지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을 문제 삼아 거부한다면 한국 정부로서도 달리 대화 재개의 수단을 찾기 어렵고 결국 경색 국면은 장기화할 수 밖에 없다”며 북한 측의 성의 있는 자세를 촉구했습니다.

이 대통령 제안에 대한 북한 측의 거부를 놓고 한국 내 정치권에서는 상반된 평가를 내놓아 남북관계를 바라보는 뚜렷한 시각차를 드러냈습니다.

여당인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는 북한의 거부에 대해 “아쉽다”면서도 “북한이 무조건 반대나 거부 전술로 버티는 것이 유리할 것이라고 판단을 내린다면 오산”이라며 북한 당국의 자세를 비판했습니다.

강 대표는 특히 “북한이 과거 일방적으로 퍼주기식 남북관계의 환상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북한에게도 이로울 것이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며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을 옹호했습니다.

반면 야당들은 이 대통령의 제안 자체가 즉흥적 또는 한건주의식 제안이었다고 비판했습니다.

제1야당인 통합민주당 차영 대변인은 기자간담회를 통해 “주무부처인 통일부도 몰랐던 즉흥적 제안이 초래한 당연한 결과”라면서 “그냥 한번 해본 제안 때문에 북한의 성의 있는 답변은 커녕 남북 간 최소한 신뢰구축에 찬물을 끼얹는 결과를 빚었다”고 비난했습니다.

세종연구소 이 실장은 “이 대통령의 제안은 현 정부 조차도 북한이 수용하길 기대하진 않았을 것”이라며 “이 대통령이 대화 실마리를 찾겠다는 의지를 보인 데 보다 큰 의미를 두어야 할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6일 논평을 통해 지난 17일 이명박 대통령이 미국 워싱턴에서 제안한 남북 연락사무소 설치 방안에 대해 “북-남 관계 악화 책임을 회피해 여론의 시선을 딴 데로 돌리기 위한 얕은 수”라며 거부의사를 분명히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