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 당국자들은 어제 미국 정부가 공식 발표한 북한과 시리아 간 핵 협력 의혹에도 불구하고 앞으로의 대북 핵 협상은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일부 북한 전문가들은 이 문제가 앞으로 북 핵 협상 과장에서 불씨로 계속 남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서울 VOA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의 외교 당국자는 25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미국정보당국이 북한-시리아 간 핵 협력 활동의 증거자료로 미 의회에 제시한 비디오 테이프에 대해 “오래 전부터 제기된 사안으로 놀라운 것도 새로운 사실도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이 당국자는 “이번 일을 계기로 관련 의혹이 확산되기 보다는 이미 제기된 의혹들이 검증을 거쳐 해소되는 쪽으로 가야 한다”면서 “북한이 앞으로 있게 될 철저한 검증에 적극 협조함으로써 자신들의 의혹을 철저히 정리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 당국자는 또 성 김 미 국무부 한국과장의 방북 성과와 관련해선 “미-북 간 진지한 협의를 했다”고 평가하면서도 “완벽하게 협의를 끝내고 공개만 남은 상황은 아닌 것 같다, 추가 회동이 있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습니다.

‘2008 재외 공관장회의’ 참석차 한국에 돌아온 이태식 주미 한국대사도 미 백악관이 ‘북한의 시리아 핵 협력에 대해 확신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한 데 대해 “과거지향적이기보다 장래에 초점을 맞춘 게 아닌가 본다”고 밝혔습니다.

이 대사는 “지금 진행 중인 6자회담을 좌초시키거나 전복시킬 사안은 아니라고 개인적으로 판단한다”면서 “북한이 앞으로 핵 확산 노력을 하지 않겠다는 확실한 다짐을 받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한국의 정부 당국자들이 이처럼 비교적 차분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한국 내 일부 북한 전문가들은 미국 정보당국이 문제의 비디오 테이프를 미 의회에 물증으로 내놓음으로써 북한이 앞으로 핵 신고와 검증과정에서 상당한 압박을 느낄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세종연구소 이상현 안보연구실장] “그런데 이제 북한이 그런 활동을 했다, 이게 사실이다, 그런 명확한 증거가 있다면 북한으로선 신고 문제에 있어서 좀 더 성의를 보여야 하는 상황이 되고 있다, 그렇게 평가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실장은 “북한이 이를 인정하느냐 여부가 관건”이라며 “그렇지 않을 경우 이 문제는 앞으로의 핵 협상 과정에서 꾸준히 불씨로 남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하지만 국내외 전문가들 사이에선 북한이 핵 확산 인정 여부에 대해 여전히 회의적인 시각이 많습니다. 비영리 국제 민간기구인 국제위기감시기구 다니엘 핑크스톤 선임 연구원은 “북한이 시리아와의 핵 협력 사실을 인정할 경우 다른 나라와의 무기 거래에 미칠 악영향을 걱정할 것”이라고 관측했습니다.

핑크스톤 연구원은 “북한이 시리아와의 핵 협력을 인정할 경우 북한으로부터 무기 거래를 원하면서 이 사실이 미국에 드러나지 않길 원하는 나라들로부터 신뢰를 잃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북 핵 협상이 싱가포르 합의 이후 일부 진전을 보이고 있는 시점에서 미국 정보당국이 이 같은 물증을 제시한 데 대해 한국 내 일부 전문가들은 북핵 문제를 푸는데 오히려 긍정적일 수 있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세종연구소 정성장 남북한관계연구실장은 “미국 측이 비디오 테이프를 물증으로 제시함으로써 북한의 신뢰도에 상처가 난 게 사실”이라며 “미국은 언젠가는 공개해야 할 문제라고 판단하고 이번에 내놓은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미국은 이번에 북한과 시리아 간에 핵 협력 사실을 공개함으로써 북한이 결국 시인하고 이 문제를 털고 갈 수 있는 계기를 제공했다고 보여집니다. 만약 이번에 미국이 북한과 시리아 간 핵 협력 사실을 공개하지 않았다면 북한은 계속 부정하려 할 것이고 그러면 이 문제를 짚고 넘어갈 수 없기 때문에 결국 북한의 시인을 받아내면서 이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차원에서 공개한 성격이 강하다 그렇게 판단됩니다.”

한편 2박3일 간의 북한 방문 일정을 마치고 24일 서울에 들어 온 성 김 미 국무부 한국과장은 25일 오전 서울 모처에서 한국측 황준국 북핵외교기획단장을 만나 북측과의 협의 내용을 설명했습니다.

이에 앞서 북 핵 6자회담 한국측 수석대표인 김숙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24일 저녁 미국 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와 전화 협의한 데 이어 28일엔 미국에서 힐 차관보와 만나 6자회담 진전방안에 대해 추가로 논의할 계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