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지 두 달이 지났습니다. 한국의 주요 북한 전문가들은 오늘 한국의 한 민간연구소가 주최한 토론회에서 차츰 구체적인 윤곽을 드러내고 있는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을 놓고 열띤 논쟁을 벌였는데요, 남북관계를 경색시킨 책임 소재와 앞으로 북한과의 관계 설정, 북 핵 협상의 현 단계에 대한 평가 등 민감한 현안들에 대해 보수와 진보 성향의 전문가들은 뚜렷한 시각차를 보였습니다. 서울에서 VOA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의 세종연구소는 24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이명박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을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습니다.

토론회에는 보수와 진보 성향의 학자들이 골고루 참석해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과 북 핵 협상에 대해 큰 시각차를 보이며 논쟁을 벌였습니다.

먼저 현재의 남북관계 경색을 부른 책임이 어느 쪽에 있느냐 하는 문제를 놓고 의견들이 맞섰습니다.

발제자로 나선 세종연구소 정성장 남북한관계연구실장은 “최근 한반도 비핵화의 진전에도 불구하고 남북한 관계가 오히려 악화되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도 이명박 정부가 과거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와의 차별화에 집착한 나머지 이전 정부들과 북한간의 정상회담 합의를 무시하고 비핵,개방,3000 구상이라는 북한의 선 핵포기를 요구하는 대북 강경정책을 추구한 데서 비롯됐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대해 토론자로 나선 한국국방연구원 백승주 국방현안팀장은 “정 실장의 의견에 동의할 수 없다”며 “구태의연한 북한의 정세 오판에 더 큰 책임이 있다”고 반박했습니다.

“오늘 지금 3월,4월 남북 간 경색의 책임은 우리보다 북한에 있습니다. 북한이 정세를 굉장히 오판한 거죠, 비핵 개방 3천 처음 나온 것 아니었습니다. 지난해부터 쭉 나온건데 그리고 달라진 것도 없습니다. 3월말부터 왜 나왔겠어요, 정세를 오판한 거죠, 그렇게 하면 한국 총선에서 북한에 우호적인 세력이 영향력을 더 확보할 것으로 기대한 때문에 나온 겁니다. 남북한 경색의 원인은 북한 당국의 오판 때문에 또 적대적 표현 때문에 빚어진 것을 간과해선 안됩니다”

또 하나의 쟁점은 경색 국면을 타개하는 데 북한이 선행조건으로 내걸고 있는 지난 6.15와 10.4 남북정상선언에 대한 이명박 정부의 존중 입장 표명을 받아들일 지 여부였습니다.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조성렬 신안보연구실장은 최근 이명박 대통령이 제안한 남북한 연락사무소 설치 방안을 성사시키기 위해선 한국 정부가 기존 남북정상 간 합의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의사 표명을 꼽았습니다.

“이런 남북 연락사무소가 대통령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상시적인 채널이 돼야 하기 위해선 우리가 준비해야 할 게 많다. 남북총리회담이 당초 약속대로 열릴 수 있어야 하고, 여러 차례 열렸던 장관급 회담이 재개돼야 하고, 문제는 이제 기존 정부의 합의를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하는 문젠데, 저는 기존 합의 존중의사를 밝혀야 한다고 생각하구요”

하지만 세종연구소 양운철 수석연구위원은 “대북정책의 상호주의 원칙은 정책 효율성 차원에서도 포기할 수 없는 것”이라며 “새 정부의 대북정책이 흔들리지 말아야 한다”고 주문했습니다.

“상호주의는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북한을 압박하자는 것이 아니라 상호주의를 주장해야 나중에 여러가지 북한의 문제가 악화됐을 때 한국으로서도 빠져나갈 여지가 생깁니다. 너무 상호주의 원칙을 배제하다 보니까 대북지원의 증가를 할 수가 없어요, 국내에서도 그에 대한 반대도 있고,경제적 지원을 하긴 하지만 정책수단으로서 활용하지 못하고 있어요”

최근 미국과 북한이 북 핵 2단계 신고문제를 놓고 싱가포르에서 합의한 사안에 대해서도 격론을 벌였습니다.

진보 성향의 학자들은 싱가포르 합의를 의미 있는 진전으로 평가하고 이명박 정부가 이 같은 상황에 대비하지 않고 집권 초 대북정책을 무리하게 폈다고 비판했습니다.

하지만 국방연구원 백 팀장은 싱가포르 합의서가 북한의 핵 포기 의지를 찾아볼 수 없는, 10.3 합의 이행절차를 보완하는 수준의 낮은 단계의 합의로 평가했습니다.

“3단계에 가서 북한이 핵 동결을 넘어서서 갖고 있는핵무기를 폐기할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 이 부분에 대해서 볼튼 등 미국 네오콘이 화를 냈고 우리 보수주의자들이 볼땐 불능화를 넘어선 핵 폐기에 대한 보장 문제에 대해서 북한의 언급이 없는 상태에서 부시 대통령이 임기 말을 앞두고 외교 성과에 급급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을 받고 있기 때문에, 싱가포르 합의는 기본적으로 10.3 합의의 이행 절차를 보완한 문서다, 그래서 다음 단계에 대한 것에 우리 관심이 집중돼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세종연구소 양 연구위원은 “통일연구원이 한국 국민들을 상대로 한 여론조사에서 상호주의 대북정책에 대해 압도적으로 찬성한 반면 지난 10년간 대북 정책에 대해서도 과반수가 긍정적 평가를 내리는 모순된 결과가 나왔다”고 소개하고 “이명박 정부가 앞으로 대북정책을 펴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들의 여론을 충분히 수렴해 이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