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7일 한국에서 열릴 예정인 베이징 올림픽 성화 봉송을 앞두고, 탈북자 단체와 북한 인권단체들을 중심으로 성화 봉송 저지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이같은 움직임은 티베트 시위 강경 진압과 탈북자 강제북송 등 중국 정부의 비인도적 처사에 대한 항의 표시로 이뤄지고 있는데요, 프랑스 등 몇몇 나라에서 수난을 겪었던 베이징 올림픽 성화 봉송이 한국에서도 쉽지 않을 전망입니다. 자세한 소식 서울 VOA 김은지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베이징 올림픽 성화 봉송 행사가 오는 27일 서울에서 열릴 예정인 가운데, 북한 인권단체들과 탈북자 단체들이 중국 정부의 인권탄압을 이유로 성화 봉송을 저지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기독교사회책임 등 북한 인권단체와 시민단체 등 1백여 개 단체들은 ‘베이징 올림픽 성화봉송 저지 시민행동’을 구성하고 성화 봉송이 시작되는 27일 서울 올림픽공원에서 저지대회를 열 계획입니다.

이들 단체는 “탈북자를 강제북송하고 티베트 독립시위를 무력 진압하는 중국의 처사를 강력히 규탄한다”며, “올림픽 개최국으로서 중국은 인류보편적인 가치인 인권을 존중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탈북자 인권운동을 펼쳐 온 기독교사회책임 김규호 사무총장은 “올 초부터 북한 인권 문제를 부각시키기 위해 성화 봉송 저지행사를 계획했다”며 “중국이 탈북자들을 강제로 북한에 돌려보내 인권을 탄압한 것과, 티베트를 무력 진압한 데 대한 사과를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기독교사회책임 사무총장 김규호 목사] “이번 행사에서 저희가 강력하게 요청하는 것은 중국이 탈북자 강제북송과 티베트에 대한 인권탄압을 중단하라는 것입니다. 이렇게 하지 않을 경우엔 중국은 올림픽 개최국으로서의 자격이 없고 올림픽 성화 봉송은 부끄러운 일이므로, 이를 저지할 방침입니다.” 

일부 탈북자 단체들도 성화 봉송을 저지하거나 행사장 주변에서 시위를 벌일 예정입니다.

29개 탈북자 단체들이 결성한 탈북인단체총연합은 성화가 지나가는 지점이 정확히 알려지지 않은 상태에서 ‘기동대’를 결성해 성화 봉송을 저지할 방침이라고 밝혔습니다.

탈북인단체총연합의 한창권 회장은 “성화 봉송 저지는 북한주민들의 인권을 나몰라라 하는 중국 정부에 대한 항의의 뜻”이라며 “이번 기회에 국제사회에 중국의 비인도적 행위를 널리 알릴 계획”이라고 저지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탈북인 단체총연합 한창권 회장] “대국으로서, 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의 하나로서, 평화의 축전인 올림픽을 개최하는 국가로서 중국이 이번 기회를 통해 인류의 보편적인 인권에 관심을 돌려서 탈북자들을 강제북송하지 않았으면 하고 바랍니다.” 

이와 함께, 50여 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티베트평화연대도 행사 당일 서울 종로에서 시청까지 거리행진을 벌이기로 했습니다.

티베트평화연대 정웅기 대변인은 “중국이 티베트 독립운동에 대해 유혈 진압을 자행한 것은 올림픽 정신에 부합하지 않는 명백한 인권탄압”이라며 “이에 항의하기 위해 독자적인 성화 봉송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근본취지가 잘못 전달될 가능성이 있어, 봉송 행사를 막지는 않을 계획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인권단체들의 성화 봉송 반대행사 뿐아니라 성화 주자들의 거부 움직임도 잇따르고 있습니다.

희망제작소 상임이사인 박원순 변호사는 “지난 해 말 중국 올림픽위원회가 성화 봉송 주자로 뛰어줄 것을 제의해 이를 수락했다가, 티베트 사태 직후 이를 철회했다”고 밝혔습니다. 박 변호사는 티베트 사태로 인한 인권탄압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성황 봉송이 자칫 중국 정부 지지로 여겨질 수 있다고 거부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녹색연합 최승국 사무처장도 성화 봉송 불참을 선언했습니다. 지난해 말 중국 올림픽위원회로부터 ‘환경올림픽’이라는 취지에서 성화 봉송 제안을 받은 최 사무처장은 22일 기자회견에서, “성화 봉송 포기 결정은 티베트와 인류의 평화를 위한 선택이었다”며 “티베트 유혈사태가 원만히 해결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최승국 사무처장] “제게 주어진 역할이 성화 봉송이었기 때문에 이를 가지고 티베트 사태에 평화롭게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가라는 판단을 하게 됐습니다. 안타깝긴 하지만 지금 시기에 성화 봉송을 하지 않는 것이 올바른 선택이란 조언을 받았습니다. 착잡하다. 오늘이라도 티베트 사태가 잘 해결돼, 27일 다른 주자들이 마음놓고 봉송을 할 수 있도록…”

이에 앞서 일반시민 자격으로 성화 봉송 주자로 선정됐던 김창현 씨도 인권을 탄압하는 나라를 위해 앞장서고 싶지 않다며 포기 의사를 밝힌 바 있습니다.

서울시와 대한올림픽위원회는 이에 따라 성화 주자와 봉송 코스 등 세부사항을 일체 공개하지 않는 등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습니다.  

대한올림픽위원회 관계자는 “구체적인 내용은 모두 비공개를 원칙으로 서울시와의 협조 아래 만반의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며 행사 당일 코스와 시간이 바뀔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했습니다.

27일 일본 나가노를 거쳐 한국에 들어오는 베이징올림픽 성화는 이날 밤 서해 직항로를 통해 북한 평양으로 봉송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