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가 북한과의 대화 재개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는 이명박 대통령이 최근 조지 부시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위해 미국을 방문하던 중에 제안한 남북 연락사무소 설치 방안의 후속 조치로 북한에 대한 대화 제의를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는데요, 하지만 한국 내 북한 전문가들은 남북관계가 지금처럼 경색돼 있는 상황에서 대화가 재개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자세한 소식을 서울 VOA 김환용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한국의 이명박 정부가 얼어붙은 남북관계를 풀기 위한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김호년 통일부 대변인은 23일 북한 당국에 남북대화 재개를 제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대통령께서 말씀하셨으니까 당연히 해야 되는 것이구요, 그래서 검토를 하고 있는데, 여러 가지 상황을 봐서 북한의 반응이나 국제정세를 보니까, 연락사무소를 제의하셨지만 그 것을 실현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생각하는 거죠.”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도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2008 재외공관장 회의’ 개회식 인사말을 통해, “핵 폐기 과정인 다음 단계에서 실질적인 진전이 있으면 새 정부의 대북정책인 ‘비핵 개방 3천’ 정책도 이행할 수 있도록 준비를 검토해야 할 것 같다”고 말해 경색된 남북관계를 해소할 필요성을 내비쳤습니다.

유 장관은 이어 “예정대로 된다면 5월 이내에 6자회담이 다시 열려 회담의 동력이 계속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일방적 퍼주기는 더 이상 없다는 이른바 상호주의 대북정책을 표방하면서 이에 따른 북한의 반발로 얼어붙은 남북관계 해소에 한국 정부가 먼저 손을 내밀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점쳐지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의 이 같은 움직임은 미-북 간 싱가포르 합의로 인한 북 핵 협상의 진전과 미-한 정상회담의 성공적인 마무리가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인식입니다.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조성렬 신안보연구실장입니다.

“원래부터 우리 정부는 북한에 대해서 대화의 문을 닫은 적은 없구요, 그보다는 한-미 정상회담 이후로 남북대화를 미뤘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한-미 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치러졌기 때문에 한-미 공조 토대 위에서 적극적인 대북정책, 대북 대화 제의를 준비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한국 정부는 대화 재개의 방안으로 남북 연락사무소 구상 제안을 매개로 남북 간 기존 회담 틀을 재가동하거나 대북 인도적 지원을 위한 대화를 제의하는 방식 등 가능한 모든 방법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한국 내 북한 전문가들은 하지만 한국 측이 대화를 먼저 제의하더라도 북한 측이 이를 선뜻 받아들이기는 어려운 분위기라고 지적합니다.

무엇보다 북한이 대화 재개의 선행조건으로 6.15 공동선언과 10.4 정상선언 등 기존 남북정상 간 합의 사항에 대한 이명박 정부의 최소한의 존중 입장 표명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입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 때문에 실질적인 대화 재개를 위해선 한국 정부가 기존 남북 정상 간 합의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 의사를 간접적인 방식으로라도 표명하는 것이 필요할 수 있다고 조언하고 있습니다.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임을출 교수] “적십자 회담이나 국방장관급 회담을 통해 남북대화 채널이 열릴 것으로 보지 않습니다. 북한은 보다 근본적인 문제, 지난 6.15 선언이나 10.4 남북 정상선언에 대해 이명박 정부의 책임 있는 인사로부터 직접 설명을 듣기를 원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습니다. 그런 맥락에서 특사 교환 제안까지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조 실장도 “지난 해 남북 총리회담에서 오는 6월15일 서울에서 열기로 합의했던 6.15 남북 공동행사에 한국의 새 정부가 어떤 입장을 취하느냐가 남북대화 재개 여부를 가늠하는 시금석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전문가들은 하지만 과거 정부의 대북정책에 비판적 자세를 보여 온 이명박 정부로서는 기존 남북정상 간 합의를 흔쾌히 인정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보고 있습니다. 특히 북한 당국이 자신들의 관영매체를 통해 6.15와 10.4 정상 합의 존중을 대화의 전제조건으로 공식화한 상황이어서 이명박 정부가 이를 인정할 경우 굴복하는 듯한 모양새가 된다는 부담이 있다는 설명입니다.

통일부 김호년 대변인은 “대화 제의 검토는 검토일 뿐”이라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북한의 반응이고 대화의 방식이나 내용 등도 한국 정부의 기본입장에서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고 말해 남북대화 성사 여부에 신중한 자세를 보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