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한, 한-일 정상회담이 사실상 마무리되면서, 이번 연쇄 정상회담이 앞으로 남북관계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북 핵 신고 문제를 놓고 미국과 북한 간 싱가포르 합의가 이뤄지면서 미-한 두 나라 정상들은 이번 회담에서 북한에 대한 자극을 자제하는 모습을 보였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는데요, 이 때문에 한국 내 북한 전문가들은 남북관계가 당분간 냉각상태를 유지할 것으로 보면서도, 일정한 조정기를 거쳐 대화 국면으로 들어설 것이라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제기하고 있습니다. 서울 VOA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과 이명박 한국 대통령은 캠프 데이비드 회동에서 북 핵 협상과 관련해 북한 핵 신고의 철저한 검증을 공동 촉구하는 원칙적인 선에서 입장을 정리했습니다.

한국 내 북한 전문가들은 이번 미-한 정상회담은 북한을 들뜨게 할 만한 것도, 그렇다고 북한을 크게 불만스럽게 만들 만한 것도 없었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두 정상이 입을 모은 대북 발언보다는 미-한 정상이 서로의 대북정책을 전폭 지지한 데 대해 분석의 초점을 맞췄습니다.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조성렬 신안보연구실장은 “한국 정부의 대북정책인 ‘비핵 개방 3천’ 구상을 부시 대통령이 지지했고, 미국의 대북관계 개선 가능성에 대해 이명박 대통령도 양해의 뜻을 보인 것은 북 핵 협상 진전에 따른 대북관계 개선 필요성을 두 정상이 함께 염두에 둔 때문으로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조 실장은 특히 당초 10.3 합의사항이 종료되면 하기로 했던 한반도 평화체제 포럼을 출범키로 한 합의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10.3 합의가 종료되면 원래 한반도 평화체제를 논의하는 포럼을 만들기로 했는데 이 부분을 곧 가동하겠다 이런 부분에 대한 얘기가 나왔는데 북한과 협의 없인 안되는 것이고 그랬을 때 한-미 정상이 나름대로 최근의 북한을 둘러싼 정세가 상당히 급진전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는 바탕 위에서 나온 것 같아요.”

일부 전문가들은 미-한 정상 간 이번 동맹 합의가  북한이 핵 협상을 하는 과정에서 미국만을 대화 상대로 삼고 한국 정부를 따돌리는 북한의 이른바 통미봉남 전략을 저지하는 효과를 낼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습니다. 세종연구소 송대성 수석연구위원입니다.

“그동안 이명박 정부가 새로운 대북정책을 내놓는데 대해서 북한이 못마땅하게 생각하면서 소위 통미봉남을 시도하고, 핵 문제를 통해 어느 정도 미국하고 물꼬를 트면서 그런 시도를 했는데 그것을 부시 대통령과 이명박 대통령이 그런 것이 함부로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 준, 그런 면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보겠습니다.”

정상 간 합의에 대한 분석이 다른 만큼 앞으로 남북관계에 대해서도 여러 전망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동국대 북한학과 고유환 교수는 한국의 4.9 국회의원선거와 미.한.일 간 정상회담이 마무리되면서 남북관계가 보다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차원에서 조정기간을 가질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고 교수는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남북관계의 냉각은 대통령 선거, 국회의원 선거 과정에서 보수세력 간  선명성 경쟁의 여파로 빚어진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남쪽의 정권교체 이후에 새로운 남북관계 설정을 위해서 남은 남대로 강한 입장을 밝혀왔고, 북은 북대로 거기에 강한 반응을 보여왔는데, 이제는 아마 현실론적으로 돌아와서 실용주의 대북정책이 구체화해야 할 시점이 됐는데 그런 측면에서 보면 북한으로서도 조금 관망하면서 이후 나올 남측의 대북정책에 맞춰서 입장을 재정립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번 미-한 정상회담 직후 북한 측 반응을 놓고 앞으로 남북 간 대화의 가능성을 읽어내는 분석들도 나오고 있습니다.

북한은 20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에 미-한 정상회담 결과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은 채 한국 정부에 대한 상투적인 비난과 함께 6.15 남북 공동선언과 10.4 남북 정상선언의 이행을 한국 정부에 촉구하는 글을 실었습니다.

한국의 일부 북한 전문가들은 북한 당국이 한국 정부를 비난하면서도 자신들이 대화 재개의 전제조건으로 삼고 있는 6.15와 10.4 정상선언에 대한 한국 정부의 인정을 촉구하고 나오는 것은 역설적이지만 대화를 원하고 있다는 신호로 볼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한국 정부도 이번 연쇄 정상회담을 통해 북한 당국과의 대화 의지를 보였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핵 협상과 일본인 납치 문제를 포괄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일본 정부 입장에 대해 이 대통령이 “도울 것은 돕겠다”는 선에서 정리한 대목 또한 이명박 정부가 남북 협력의 전제조건으로 내걸고 있는 비핵화 문제를 가능한 단순화시키겠다는 이 대통령의 의지가 담긴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세종연구소 송 연구위원은 “북한이 6.15 선언과 10.4 선언을 강조하는 것은 경제적 실리와 자신들의 연방제 통일방안에 유리한 환경 조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것”이라며 “당장 어려운 쪽은 북한이므로, 공식적으로든 비공식적으로든 남북 간 모종의 대화가 있지 않겠느냐”고 내다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