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에서 단식 농성 중이던 미국행 탈북자들이 현지시각으로 17일 저녁에 단식을 중단했습니다. 탈북자들은 ‘미국의 소리’ 방송과의 전화통화에서 태국 주재 미국대사관측으로부터 면담 약속을 받은 뒤 단식 중단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습니다.  미국 국무부는 그러나 면담 약속을 확인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지난 10일 저녁부터 탈북자 입국에 대한 미국 정부의 구체적인 입장 표명을 요구하며 단식 농성을 시작했던 탈북자들이 17일 저녁 이를 중단했다고 밝혔습니다.

“오늘 저녁부로 단식을 그만 뒀습니다. 미국 대사관으로부터 연락이 왔습니다. 우리의 요구조건이 무언인가? 그래서 당신네 첫째로 만나는 것이고 해결할 문제가 있다고 말하니까, 알았다. 단식을 중지해라.”

방콕 이민국 수용소내 미국행 탈북자 대표격인 이상진씨는 미국 대사관측으로부터 면담 약속을 받은 뒤 단식을 풀었다고 말했습니다. 이 씨는 미국 대사관 관계자가 23일 수용소를 방문해 면담을 갖기로 약속했다고 덧붙였습니다.

방콕 이민국 수용소에는 미국행을 요구하는 남성 9명과 여성 7명 등 16명이 수용돼 있으며, 이 중 노약자와 환자를 제외한 다수가 단식에 동참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미국과 한국의 비정부 기구들이 제공하는 시설에 머물며 단식 농성에 동참했던 탈북자들 역시 이날 단식을 멈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단식할 때는 안 만나 주겠다고 그랬어요. 그래서 단식을 멈춘 후에 만나주겠다고 그래서 어쨌든 오늘 단식을 멈췄어요.”

방콕의 한 보호시설에 머물고 있는 탈북자 현예은씨는 단식 중단을 확인하며, 그러나 아쉬움이 많다고 말했습니다.

“좀 아쉬워요. 미국 정부가 입장을 시원하게 밝혔으면 좋겠는데, 단식을 멈춰야 만나겠다는 것도 아쉽구요. 언제까지 데려가겠다는 확고한 대답을 안 준것도 아쉽구요. 정말 자유와 인권의 상징인 나라에 가서 자유를 누리고 싶었는데 이번에 일이 잘 안되면 한국으로 돌리는 사람들이 많을 거예요. 그 날에(약속날) 그 분들이 어떻게 얘기하느냐의 따라 결정이 달라지겠죠.”

미국 국무부는 그러나, 탈북자들과의 면담여부에 대해 확인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국무부에 정통한 한 소식통은 하지만 탈북자들의 단식농성이 미국 때문으로 비춰지는 시각에 대해 담당자들이 매우 불쾌해 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앞서 워싱턴에 본부를 둔 북한인권단체 LiNK 는 15일 성명에서 탈북자들의 미국행이 지연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태국 당국이 출국비자를 내 주지 않기 때문이라며 조속한 비자 발급을 촉구한 바 있습니다.  이에 대해 워싱턴의 한 외교소식통은 16일 ‘미국의 소리’ 방송과의 통화에서 태국 정부는 탈북자들의 출국을 막을 의도는 없다고 강조하고, 그러나 탈북자들이 불법으로 태국에 입국한 만큼 출국하기 전 까지 여러 조사와 확인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이 소식통은 그러나 한국과 비교해 미국행 탈북자들의 대기 기간이 너무 느리다는 지적에 대해 경우에 따라 각기 다르다며, 한국행 탈북자들도 조사 과정을 거쳐 출국비자를 받는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태국내 한 소식통은 태국 이민당국이 탈북자들의 단식 농성에 분노하며, 이들을 지방의 한 이민국 수용소로 옮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 소식통은 또 태국 이민 당국이 미국 대사관 관계자와 탈북자들의 면담에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태국 이민당국은 앞서 수용소내 탈북자들의 단식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며, 탈북자들이 식사를 평시처럼 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