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북한에서 가장 큰 명절 가운데 하나인 태양절입니다. 북한 정부는 태양절을 맞아 과거 보다는 축소됐지만 여러 기념행사를 개최하며, 체제 다지기에 여념이 없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북한 사회를 타임머신을 타고 먼 과거로 돌아가서 본 잊혀진 나라로 묘사한 다큐멘타리가 지난달부터 미국 인터넷에 올라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미국 영상의 게릴라로 불리는 인터넷 텔레비전 방송 언론인들이 북한을 방문해 직접 제작한 이 다큐멘터리는 평양의 한 노래방에서 ‘펑크 락’ 노래를 부르는 제작진의 모습 등 일부 파격적인 언어와 영상을 보여주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인터넷에는 수 백개의 댓글이 올라와 있는 등 미국 젊은이들이 적지 않은 호감을 보이고 있다고 하는데요. 이 다큐멘타리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북한 당국이 지금 우리를 도청하고 있을 겁니다.” “ 스피디 곤잘레스라고 별명을 지은 저 보위부 요원이 오늘도 뒤를 졸졸 따라다닙니다. 정말 짜증이 나는군요”, “이 나라는 정말 정상적인 것을 찾을 수 없는 정신나간(Crazy) 국가입니다.”

순식간에 지나가는 빠른 영상과 도발적인 언어. 그리고 거부감을 느낄 정도로 솔직한 표현.  미국의 인터넷 방송인 VBS TV 가 지난해 가을 북한을 직접 방문해 만든 14편짜리 다큐멘타리(www.vbs.tv)의 일부 입니다.

뉴욕 부르클린에 있는 이 방송은 자칭 전 세계에 1백만 이상의 독자를 보유하고 있는 VICE 잡지가 지난해 세운 인터넷 방송으로 기존의 대형 미디어가 제작하기 힘든 오지의 나라나 바그다드 중심가 등 위험한 곳에 들어가 현지 실태와 주민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전달하는 방송으로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VICE의 공동설립자이자 북한 다큐멘타리의 현지 진행을 맡은 쉐인 스미스 프로듀서는 북한에 대해 사실 제대로 보여준 영상물이 없기 때문에 1년 반 전부터 호기심을 갖고 북한 취재에 문을 두드리기 시작했다고 말합니다.

북한 당국은 여러 번의 말을 번복한 끝에 드디어 이들에게 북한 관광 수속을 밝으라고 통보했고, 이들을 비롯해 16명의 외국 언론인들이 입국 비자를 받기 위해 지난해 가을 중국 선양에 모였습니다.

명목상 취재가 아닌 관광목적으로 북한 입국을 허가한 북한당국은 언론인들의 여권과 소지품들을 모두 가져간 뒤 한 북한 호텔 식당으로 안내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갑작스런 북한 여성들의 등장과 북한 찬양 노래들. 20시간 이상 긴 여행으로 피곤에 지쳐 잠을 요청하던 그들에게 옆에 있던 미국 유력지의 한 기자가 귀띔을 합니다.

“우리 기자들을 제외한 모든 사람들은 모두 북한 보위부 요원들입니다. 노래에 대해 열광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으면 입국 비자를 받지 못할 것입니다.”

화들짝 놀란 VBS 취재진은 술을 마시고 무대에 나가 춤을 추며 가수들과 신나게 노래를 불렀고, 다음날 그들은 입국비자를 곧장 받았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그 날 분위기를 파악하지 못한 다른 외국 언론인들은 비자를 받지 못한 채 발길을 돌려야 했다고  쉐인 스미스씨는 너스레를 떱니다.

이런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평양.  47층 높이의 큰 호텔에 자신들만 투숙하고, 금강산 그림이 펼쳐진 텅빈 호텔 식당에 앉아 복무원20여명의 안내를 받으며 3~4코스에 달하는 식사를 홀로 해야 했고, 어디를 가든 감시원들의 허가를 받아야 했다고 제작진은 말합니다.

인파와 뚝 떨어진 섬과 같은 호텔. 혼자서는 외출이 금지됐고 옆에는 늘 안내원과 감시원, 그리고 보위부 요원들이 동행했습니다.

취재진은 새벽 6시부터 관광길에 오르는 강행군을 펼쳐야 했다고 말합니다. 첫날  북한 안내인들이 먼저 데리고 간 곳은 대동강변에 전시중인 미국 해군 정보함 푸에블로호 였습니다.

거의 강제로 푸에블로호 안에 앉아 북한 정부의 엄청난 반미 선전이 담긴 비디오를 봐야 했다는 스미스씨. 북한 정부는 영상에서 미국을 평화로운 북한을 공격하려는 악의 세력으로 묘사했다고 말합니다.

스미스씨는 푸에블로호 선상에 기댄 채 자신의 앞을 지나가는 북한 사람들을 바라보며 “저 사람들이 지금 우리가 얼마나 나쁜 사람들인지 교육을 받고 가는 중이라며 저들이 우리를 얼마나 좋아할지 알 수 없다” 고 쓴 웃음을 짓습니다.

스미스씨는 이렇게 여행 장소마다 돌아다니며 자신이 받은 느낌을 직접 카메라에 대고 솔직히 말합니다.

세계의 다양한 음악을 소장하고 있다고 자랑하는 평양  인민대학습당의 음악 도서관. 하지만 열람객은 눈에 띄지 않습니다. 평양의 지하철 역시 취재진에게는1950년대 러시아 혹은 뉴욕에서 가장 허름했던 지하철 ‘L’ 노선을 연상케 한다고 그들은 말합니다.

평양 남부로2시간 동안 차를 타고 이동했지만 다른 차를 거의 볼 수 없었고 일반 시설에는 전기도 거의 들어오지 않았다고 말하는 스미스씨.

그에게 비친 북한은 그 아무것도 정상적 (anyting normal)으로 보이지 않았다고 스미스씨는 말합니다.

쉐인 스미스씨와 VBS 취재진은  북한 관광 중 가장 마음이 아팠을 때는 인민문화궁전 등지에서 음악과 여러 활동에 열중하던  어린 아이들을 봤을 때 라고 말합니다.

피아노와 오르간, 자기 몸 보다 훨씬 큰 기타를 치는 어린 아이들. 스미스씨는 한창 자신을 위해 즐기면서 예술을 해야 할 어린이들이 오직 국가의 홍보 수단으로 이용되는 모습이 정말 슬펐다고 말합니다.

북한의 집단 체조극 아리랑을 보며 혀를 내두르는 제작진. 스미스씨는 서해갑문의 김정일 국방위원장 그림 앞에서 사진을 찍다가 보위부 요원의 제지를 받기도 합니다.

더 이상 사진을 찍거나 촬영을 하면 감옥에 갈 수 있다는 경고를 받은 스미스씨 일행.  성급히 현장을 떠납니다. 이렇게 민감한 행동을 할 때 마다 어디선가 나타나는 보위부 요원을 취재진은 ‘스피디 곤잘레스’ 라고 이름 붙였다고 합니다.

그 무엇도 마음대로 못하고 사진 한 장 허가 없이 찍지 못하는 북한을 가리켜 그들은  완전히 ‘제 정신이 아닌’ (Insane)  나라’라고 묘사합니다.

평양의 고위층들만 다닌다는 한 노래방에서 보위부 요원들과 노래 부르는 장면은 이 다큐멘터리가 얼마나 파격적인지 잠시 엿볼 수 있습니다. 남한의 노래방 프로그램을 그대로 옮겨왔기 때문에  평양의 노래방에는 팝송 등 다양한 음악들이 내장돼 있었고, 스미스씨는 ‘무정부주의자가 되고 싶다’ (I want to be anarchy)란 제목의 펑크 락 노래를 부릅니다. 옆에 있던 북한 보위부 요원들과 접대원들은 이들이 술에 취한 것으로 보고 황당하게 쳐다봅니다.

스미스씨는 북한 사람들이 락엔 롤이나 째즈는 물론 블르스 음악도 모르고 있었다며, 도저히 북한 사람들과 문화적 동질감을 찾을 수 없었다고 말합니다. 때때로 빙하기나 카우보이 시대에서 온 사람들에게 슈퍼마켓에 대해 설명하는 자신을 상상한다는 스미스씨. 그는 그런 상상을 평양에서 직접 현실로 보는 듯 했다고 말합니다.

미국의 진보적이고 젊은 영상 탐험가들인 이들 VBS TV 제작진에게 북한에서의 시간은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1930년대 러시아제국, 1950년대 구 소련으로 비춰졌다고 말합니다. 자신들은 북한 사람들에게 미국 양키 제국주의자로, 그리고 그들은 북한 사람들이 잊혀진 시대의 땅에 사는 사람들로 보였다고 제작진은 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