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 주간 미국 영화계의 소식과 화제들을 전해드리는 ‘영화 이야기’ 시간입니다. 오늘도 김근삼 기자가 스튜디오에 나와있습니다.

문:  오늘은 또 어떤 소식을 가지고 오셨습니까?

답:  사실 그동안 이 시간에 미국 영화계 소식을 전해드리다 보니까 북한에 계신 청취자 여러분께는 낯선 영화들이 대부분이었을텐데요. 오늘은 청취자 여러분께도 친숙한 영화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을 해볼까 합니다.

문: 북한에 청취자 여러분들도 잘 아시는 영화라니까 기대가 되는데요. 어떤 영화죠?

답: ‘한 녀학생의 일기’라는 북한 영화입니다. 북한에서는 지난 2006년 8월에 개봉했구요, 많은 주민이 관람하고 또 인기를 끈 영화였죠. 그런데 지난 9일 이곳 워싱턴에서 ‘한 녀학생의 일기’ 상영회가 열렸구요, 저도 그곳에 다녀왔습니다.

문: 저도 북한에서 8백만명이 본 영화라는 말을 들었던 기억이 있는데요. 북한에서 그렇게 인기를 끌었던 영화를 워싱턴 관객들은 과연 어떻 기분으로 관람했을지 궁금하네요.

답: 네 사실 이번 상영회는 워싱턴 소재 연구소인 ‘우드로우 윌슨 센터’에서 북한에 관심이 있는 분들을 위해 준비한 건데요, 관객이 그리 많지는 않았지만 제가 여러분들의 반응을 들어봤습니다.

문: 어땠나요?

답: 사실 북한 영화와 가장 쉽게 비교할 수 있는게 한국 영화지 않습니까. 한국 영화는 최근에 미국에도 많이 소개됐구요. 그런데 이 날 많은 분들이 ‘한 녀학생의 일기’가 북한에서는 2006년에 만들어진 최신작이지만, 마치 수십년 전 한국 영화를 보는 것 같았다는 말씀들을 하셨습니다.

문: 김근삼 기자도 비슷한 느낌을 받으셨나요?

답: 네. 소재나 형식 또 기술 면에서 1960년대 초반 한국에서 만들어진 영화를 보는 것 같았습니다. 특히 제작 기술적인 측면에서는 현재 세계적인 영화계의 흐름에 비해 상당히 낙후됐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북한의 사정을 보면 그럴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북한에서는 매년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15편 내외의 영화가 만들어진다고 합니다.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굉장히 적은 숫자죠. 또 그나마 이렇게 제작되는 영화도 철저하게 정부의 통제 아래 이뤄지고, 그렇다고 다른 나라와의 영화 교류가 활발한 것도 아닙니다. 이렇다 보니 세계적인 흐름에서 뒤처질 수 밖에 없겠죠. 사실 제가 몇 달전에 워싱턴에서 열린 북한 화가들의 미술전에서도 비슷한 느낌을 받았는데요, 특정한 테크닉에는 굉장히 뛰어났지만, 현대 미술계의 흐름과는 거리가 있었습니다.

문: 내용적인 면에서는 어땠습니까?

답: 네, ‘한 녀학생의 일기’를 본 워싱턴 관객들은 영화에서 여러 차례 또 굉장히 노골적으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칭송하는 장면이 나오는 데 대해 놀라워했습니다.

사실 미국에서도 꼭 부시 대통령이라고 지칭하지는 않아도 대통령이 나오는 영화들이 많죠. 또 올리버 스톤 감독은 올해 가을 개봉을 목표로 부시 대통령을 주인공으로한 영화를 만들고 있구요. 하지만 이런 영화들은 대통령을 영웅으로 칭송하기 보다는 대통령의 인간적인, 진솔한 면을 다루려고 노력하죠. 또 대통령을 아예 노골적으로 희화하는 경우도 있구요.

그런데 나라의 지도자라고 이렇게 노골적인 칭송과 찬양만 하는 북한 영화는 워싱턴 관객들에게 낯설 수 밖에 없겠죠.

문: 그래도 북한 사회와 문화의 한 단면을 워싱턴에서도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는 점은 좋은 기회였을 것 같습니다. 저도 갔었으면 하는 좀 아쉬운 생각도 들구요.

답: 네. 그런 점은 굉장히 좋았구요. 관객도 앞으로 이런 북한 영화 상영기회가 워싱턴에서 더 자주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었습니다.

문: 북한 영화 얘기를 했으니까, 미국 영화계 소식도 좀 전해주시죠.

답: 네 저희 방송에서도 여러 차례 보도한 바 있는데요, 미국 경제는 최근 금융 위기에 이어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요. 이런 경제 난국의 여파가 영화계에도 미치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최근 들어 촬영을 하고도 사전 제작 단계에서 제동이 걸린 영화들이 여러편 나오고 있는데요. 미국의 전반적인 금융 위기에 이어 영화계로 들어오던 자본도 경색되면서, 제작자들이 제작비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합니다.

문: 금융 위기의 여파가 안 미치는 곳이 없군요.

답: 그렇죠. 또 미국 대형 영화의 경우 제작비로만 수천만 달러 이상 드는 경우가 많은데요. 이런 상황에서 투자가 위축된 것 뿐만 아니라 영화 제작을 위한 자금 융자도 어려움이 생기면서 이중고를 겪고 있다고 합니다.

말씀 듣다 보니까 시간이 다됐네요. 김근삼 기자, 오늘도 좋은 소식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