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의 참여정부 시절 한국의 외교안보 정책을 책임졌던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과 김장수 전 국방부 장관이 18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각각 야당과 여당의 비례대표 후보로 나섰습니다. 대북협상의 현장에서 화제를 뿌리며 대중적 인기를 얻은 두 전직 장관들은 선거를 하루 앞둔 마지막 순간까지 소속 당 지원 유세에 총력을 기울였습니다. 한 때 같은 배를 탔던 두 사람은 큰 이변이 없는 한 당선이 유력해 북 핵 문제 등 이명박 정부의 외교안보 현안을 놓고 국회에서 경쟁할 것으로 보입니다. 서울 VOA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18대 총선에서 각각 여야 정당 소속으로 만난 김장수전 국방장관과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은 대중적 인기를 업고 선거운동 마지막 날인 8일까지 유세 현장을 누비며 지지를 호소했습니다.

지난 해 10월 남북정상회담 당시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꼿꼿이 선 자세로 악수를 나눠 한국 국민들로부터 ‘꼿꼿 장수’라는 별명을 얻은 김 전 장관은 여당인 한나라당과 제1야당인 통합민주당 두 당으로부터 입당 제의를 받은 끝에 한나라당을 선택해 비례대표 6번에 선정됐습니다.

북 핵 협상의 최일선을 지키며 대중적 인지도를 높였던 또 다른 ‘스타 장관’ 송 전 장관은 통합민주당이 비례대표 4번으로 영입해 김 전 장관에 맞설 대항마로 선택한 인물입니다.

비례대표제란 정당득표수에 비례해서 정당에 국회의원을 배분하는 제도로, 번호가 빠를수록 그만큼 당선 가능성이 높습니다. 두 정당의 지지율를 감안할 때 두 사람은 당선이 확정적인 상태입니다.

두 전직 장관들은 이전 노무현 정부에서 각각 외교와  안보의 수장으로서 한 배를 탔지만 앞으로는 소속 당의 관련 분야 정책 개발 등에서 중책을 맡을 것으로 보입니다.

선거운동 과정에서 대북정책을 놓고 분명한 각을 세우고 나선 쪽은 송 전 장관이었습니다.

송 전 장관은 최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가 개최한 토론회에서 “새 정부가 남북 사이의 분위기를 오히려 악화시켰다”고 포문을 열었습니다.

송 전 장관은 또 한국의 `평화방송'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도 “이명박 정부의 선 비핵화 후 남북 경제협력기조는 비핵화와 경협을 병행 추진한다는 북 핵 6자회담 합의에 배치된다”며 현 정부의 대북정책이 모호하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우리가 비핵 개방 3천을 동시 병행하겠다는 게 우리입장인지, 비핵 개방을 해야 우리가 경제협력을 하겠다는 것인지 그것은 분명히 해야 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지금 현 상태에선 그걸 공개적으로 하면 또 상황을 악화시키지 않겠습니까, 이런 것은 공개되지 않는 방식으로 조용한 채널로 그러나 무게있게 조용히 해나가는 것이 외교에서 상당히 필요하구요, 특히 남북관계라는 특수한 상황에선 더욱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특히 송 전 장관은 통합민주당 손학규 대표의 지역구 지원 유세에서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서 한반도 정세를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면서 “실용을 한다는 사람들이 말만 실용을 하고 행동은 이념, 대결로 가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습니다.

반면 김 전 장관은 선거운동 과정에서 대북 문제를 직접 거론하는 것은 자제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김 전 장관은 한나라당 ‘민생경제 119 유세단’에 속해 특정지역 지원 유세에 힘을 쏟았습니다. 김 전 장관은 지난 2일 군 후배이자 여성장군 2호 출신인 이재순 후보가 출마한 경북 구미 을 유세를 시작으로, 충청권과 수도권의 접전지역에서 자기 당 후보들을 위한 지원활동을 펼쳤습니다.

김 전 장관은 지난 5일 중부전선 최전방 지역인 강원도 철원군 동송읍 재래시장을 찾아 지원 유세를 펴는 등 전직 국방장관다운 행보를 보여 눈길을 끌기도 했습니다. 김 전 장관은 지역주민들에게 이 지역 육군 6사단장을 역임했던 자신의 경력을 강조하며 군과 민이 상생하는 새로운 정책 추진을 약속했습니다.

"도로 등 인프라를 구축해주는 것이고, 그 다음에 군사시설 보호구역에 특히 이 사람들 많이 있으니까 그 문제에 있어서도 현실적으로 조정이 돼야 할 것이고, 민간인 통제선 출입문제 그런 문제도 주민들 편의 차원에서 잘 해주는 거죠.”

김 전 장관은 선거운동 과정에서 대북정책과 관련한 직접적인 언급은 피했지만, 국회 입성 후에는 자신의 색깔을 분명히 드러낼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합니다.

김 전 장관은 지난 해 남북정상회담을 전후해 참여정부 일각에서 서해평화를 위해서 NLL 즉 북방한계선에 집착하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가운데서도 같은 해 11월 제2차 남북 국방장관회담 자리에서 NLL 사수 입장을 분명히 해 한국 내 보수세력으로부터 지지를 받은 바 있습니다.

이명박 정부의 새 대북정책을 둘러싸고 보수와 진보세력 간의 논쟁이 일고 있는 가운데, 두 전직 스타 장관들의 국회에서의 소신 경쟁이 앞으로 한국의 대북정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됩니다.

서울에서 미국의 소리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