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핵 6자회담의 미국 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는 어제 싱가포르에서, "더이상 지연시킬 여유가 없다"며 북한의 즉각적인 핵 신고를 촉구했습니다. 힐 차관보는 오늘로 예정된 북한 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김계관 외무성 부상과의 양자회담을 위해 싱가포르에 도착했습니다. 한편 미국 국무부는 힐 차관보가 김계관 부상과의 회담에 이어 내일 베이징에서 중국, 러시아, 한국, 일본 등 6자회담 당사국 관계자들과 만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좀 더 자세한 소식을 김근삼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미국과 북한의 6자회담 수석대표가 8일 싱가포르주재 미국대사관에서 만날 예정인 가운데, 그 동안 6자회담 진전의 걸림돌이 돼온 북한 핵 신고 문제가 풀릴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미국 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7일 싱가포르에 도착해 북한의 즉각적인 핵 신고를 촉구했습니다.

힐 차관보는 싱가포르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핵 신고를 더이상 지연시킬 여유가 없다”면서 “매우 빠른 시일 내에 상당한 진전을 이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힐 차관보는 이어 “우리는 북한이 완전하고 정확한 핵 신고를 하는 문제를 풀어야 한다”며, “북한의 핵 신고는 말 그대로 완전하고 정확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미국 국무부의 션 맥코맥 대변인도 7일 워싱턴에서 기자들과 만나, 핵 신고 문제를 푸는 것은 북한의 손에 달려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맥코맥 대변인은 이번 만남으로 핵 신고 문제의 결론이 내려질지, 아니면 추가 회담이 필요할지 여부를 묻는 질문에 “북한의 손에 달려 있다”고 답했습니다. 맥코맥 대변인은 이어 북한의 최종 핵 신고서는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에 제출하게 된다”고 덧붙였습니다.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6자회담은 북한의 핵 신고를 둘러싼 미-북 간 견해차로 4개월 가까이 난관에 봉착해 있습니다. 북한은 지난 해 말까지 모든 핵 프로그램에 대한 완전하고 정확한 핵 신고서를 제출하기로 약속했었지만 아직 이를 이행하지 않고 있습니다.

특히 미국은 북한이 이미 시인한 플루토늄 프로그램 외에도 농축 우라늄 프로그램과 시리아 등 다른 나라와의 핵 협력 등에 관한 내용을 모두 핵 신고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북한은 농축 우라늄과 핵 협력의 존재 자체를 부인해왔습니다.

하지만 지난 달 중순 힐 차관보가 스위스 제네바에서 김계관 부상에게 핵 신고 문제를 풀기 위한 미국의 제안을 전달한 데 이어, 오늘 두 수석대표 간의 추가 만남이 이뤄지면서 6자회담 진전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힐 차관보가 김계관 부상과의 회담에 이어 9일 베이징에서 다른 6자회담 당사국 관계자들과 만난다는 점도 6자회담 전망을 밝게 하고 있습니다. 핵 신고 문제에 관한 미-북 간 합의가 이뤄지면, 이후 북한이 6자회담에 핵 신고서를 제출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국무부의 한 관계자는 8일 ‘미국의 소리’ 방송과의 통화에서 힐 차관보가 “9일 베이징을 방문한 뒤 미국으로 돌아올 계획”이라면서 “힐 차관보는 베이징에서 미국, 러시아, 한국, 일본 등 6자회담 당사국 관계자들과 만날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앞서 한국 언론도 한국 정부 관계자의 말을 빌어 천영우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베이징에서 힐 차관보와 만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런 가운데 외교 전문가들은 미-북 양측이 ‘분리신고’와 북한의 ‘간접시인’ 방식을 통해 핵 신고 문제를 해결하기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이 방법은 북한이 이미 신고 의사를 밝힌 플루토늄만을 합의문으로 공개하고, 우라늄 농축과 핵 협력 의혹 등은 양해각서로 처리하는 방법입니다. 또 미국이 비공개 양해각서에 북한의 우라늄 농축 계획과 시리아와의 핵 협력에 대한 내용을 기술하고, 북한은 이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