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한국 이명박 정부의 새 대북정책 기조에 대해 반발 수위를 높이면서, 한국의 북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현 경색 국면의 원인 진단과 평가를 놓고 엇갈리는 분석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북한의 대남 전략에 말려들지 않기 위해서 현 정부가 기존의 원칙을 지켜나가야 한다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북한에 대한 과도한 자극이 북 핵 폐기와 한반도 평화에 오히려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서울 VOA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남북관계가 경색 국면으로 치달으면서 한국의 북한 전문가들 사이에서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논쟁이 가열되고 있습니다.

현 대북정책 옹호론자나 비판론자 모두 북한 당국이 대남 비방공세의 수위를 높이면서 감돌고 있는 남북 간 냉기류가 장기화할 경우 북 핵 폐기와 한반도 평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에선 공통된 인식을 보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가 현재의 남북  경색 국면과 향후 남북관계, 그리고 북 핵 6자회담 등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에 대해선 사뭇 다른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이화학술원 평화학연구센터의 서보혁 연구위원은 “이명박 정부의 북 핵 완전 폐기를 전제로 하는 ‘비핵 개방 3천’구상은 북 핵 6자회담에서 채택하고 있는 동시행동 원칙과 어긋나는 것으로 북한의 반발을 부를 수 밖에 없는 정책”이라며 새 대북정책이 북 핵 폐기와 남북관계 개선에 미칠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6자회담에서 합의한 9.19 공동성명과는 거리가 있다는 것이죠, 다시 말해서 동시행동 원칙에 따라서 서로의 이해관계가 다르기 때문에 또 믿지 못하기 때문에 동시에 풀어나가자는 것 아닙니까, 또 거기에 따라서 북한은 영변 핵 시설 가동을 중단하고 불능화를 완료해 나가는 단계에 있고 신고목록을 만들기 위해 미국과 거의 막바지 협상에 임하고 있지 않습니까?”

이에 대해 대통령 인수위 자문위원을 맡았던 한국 국방연구원 백승주 국방현안팀장은 “새 정부의 ‘선 북 핵 폐기론’을 북 핵이 완전히 폐기될 때까지 한국 정부가 아무 것도 안하겠다는 것으로 오해한 분석들이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백 팀장은 “북 핵 진전에 상응한 한국 정부의 대북 협력 조치들은 비핵 개방 3천 구상에 담겨 있다”며 “다만 정부가 그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하는 것은 대북 전략상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세종연구소 홍현익 안보연구실장은 하지만 “핵 문제에대해 북한의 전향적 태도를 이끌어내기 위해선 한국 정부도 북 핵 진전에 따른 단계적인 대북 협력 계획을 제시해야 한다”고 반박했습니다.

홍 실장은 “대북 경제 협력을 북 핵 폐기의 압박 수단으로 삼고 있는 현 정부의 대북정책은 북한 정권에 대한 지나친 낙관론에 따른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습니다.

홍 실장은 “북한 정권의 속성상 경제난이 심각해질수록 이를 독재체제 유지에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며 “북한 정권이 가장 중요시하는 것이 체제보장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핵 포기에 상응한 경제보상책이 김정일 정권을 핵 포기에 나서게 하는 보다 유용한 수단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삼성경제연구소 동용승 경제안보팀장은 이에 대해 “현 정부가 남북 경제협력을 지렛대로 삼는 것은 그것이 쉬운 과정이라서가 아니라 궁극적으로 그렇게 가야 하기 때문이라는 판단으로 본다”고 분석했습니다. 동 팀장은 “현 정부의 대북정책은 아직 정비단계로 봐야 한다”며 “현 남북 간 상황이 외관상 경색 국면으로 보이지만 대통령이 북한과의 대화를 강조하고 있다는 점에서 정부의 향후 대책을 여유를 갖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북한의 반발이 결국 북 핵 협상 과정과 비핵화 이후 한국의 발언권을 축소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한국국방연구원 백 팀장은 “김영삼 정부 시절 1차 핵위기 때와 같은 ‘통미봉남’ 즉 북 핵 협상 과정에서 한국이 배제되고 미국만을 상대하는 북한의 전략을 지금 상황에 그대로 적용하기 어렵다”고 피력했습니다.

“지금 문제는 그게 북한 의도대로 되려면 한미 간 사이가 나쁘거나 수직적 관계 이런 부분이 있어야 하는데 지금 한미관계가 아주 좋아지고 있거든요, 한미관계가 우리 정부도 강화시키려 하고, 부시 대통령도 한미 지도자 간 신뢰를 완전 회복해야 되겠다는 생각으로 정상회담을 앞두고 있기 때문에 한국을 봉쇄한다는 것은 말도 안되는 거에요”

이에 대해 이화학술원 평화학연구센터 서 연구위원은 ”현 정부의 북 핵 폐기 우선론이 최근 남북관계 경색을 빚은 한 원인이었다”고 지적하고 “이런 관계가 장기화할 경우 비핵화 과정과 비핵화 이후 한국의 주도적 역할에 북한이 방해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습니다.

세종연구소 홍 실장은 “새 정부의 실용주의 대북정책이 재검토돼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홍 실장은 “북한은 한국 정부가 기존 남북정상 간 합의사항 이행을 일방적으로 어기려는 데 대해 분개하고 있다”며 “일단 정상 간 합의 자체를 존중하는 태도를 보여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들인 뒤 새 정부의 바뀐 입장을 설득해 나가는 방향으로 정책을 수정해야 한다”고 주문했습니다.

반면 삼성경제연구소 동 팀장은 “남북이 처한 현 국면을 북핵 문제와 연결 지어 다소 실리를 잃을 것이라는 우려 때문에 정부 출범 초기 정책기조를 바꾼다면 결국 북한의 전략에 말려드는 것”이라며 원칙에 입각한 대응을 강조했습니다.

서울에서 미국의 소리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