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핵 6자회담의 미국 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는 한국 방문 이틀째인 오늘, 김하중 통일부 장관 등 한국 정부 고위 당국자들을 잇따라 만나 최대 현안인 북한 핵 신고 문제와 한미관계 증진 방안 등에 대해 논의했습니다.

힐 차관보는 북한 핵 신고 문제와 관련, “시간 부족을 매우 우려하고 있다”면서, 북한으로부터 며칠 안에 새로운 입장을 들을 수 있을지 지켜보겠다고 말했습니다. 자세한 소식 서울 VOA 김은지 기자가 보도합니다.

6자회담 미국 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차관보는 2일 오전, 한국의 외교통상부를 방문해 권종락 1차관과 이용준 차관보를 차례로 만났습니다.

미-한 양국은 이 자리에서 늦어지고 있는 핵 신고 문제에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할 수 없다는 데 공감하고, 북한의 조속한 핵 신고서 제출을 촉구하기로 의견을 모았습니다.

이를 위해 양국은 미-북 간 뉴욕채널 협의를 통해 북한이 조기에 결단을 내릴 수 있도록 유도하기로 했습니다.

힐 차관보는 이용준 외교부 차관보와 협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핵 신고 문제와 관련해, “시간 부족을 매우 우려하고 있다”면서 “북한으로부터 2,3일 안에 새로운 입장을 들을 수 있을 지 지켜보겠다”고 말했습니다.

[힐 차관보] “앞으로 2,3일 내에 북한으로부터 신고에 대해 새로운 사항을 들을 수 있을지 두고 볼 것이다."

아울러 제네바 미-북 회담 이후 핵 신고 문제와 관련해 “양측의 입장 차이가 좁혀졌다고 느꼈지만 그것이 의미가 있는지 여부는 북한의 신고를 받아보면 알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힐 차관보는 또 “핵 신고와 관련된 협의가 아직 완료되지 않았다”면서 신고서에 담길 내용은 플루토늄 상황은 물론, 우라늄 농축과 외국과의 핵 협력 내용 등이 포함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힐 차관보] “신고 형식의 유연성은 생각해 볼 수 있지만 완전하고 정확한 신고가 돼야 한다는 점에 있어서는 유연성을 가질 수 없다.”

힐 차관보는 그러나 핵 시설 불능화에 대해선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잘 진행돼 왔다”면서 “불능화 속도와 상황에 매우 고무돼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최근 잇따른 북한의 강경발언에 대해서는 “6자회담 진전에 도움이 되지 않으며, 오히려 한미 공조만 더 강화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에 앞서 힐 차관보는 남북회담본부에서 김하중 통일부 장관을 비공개로 면담했습니다.

버시바우 주한 미국대사가 배석한 가운데 이뤄진 이번 면담에서 김하중 장관은 남북관계를 개선시키고자 하는 이명박 정부의 정책방향에 대해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최근 북한의 대남 압박 동향에 대해서도 논의하는 한편, 6자회담이 성과있게 추진될 수 있도록 미-한 양국이 긴밀히 협조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습니다.

1일 저녁 한국에 도착한 힐 차관보는, 6자회담 한국 측 수석대표인 천영우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도 회담을 갖고, 그 어느 때보다 강한 어조로 북한을 압박했습니다.

힐 차관보는 북한이 더 시간을 끌 경우 대북 중유 지원 등에 있어 속도를 조절하는 등의 제재 가능성도 내비쳤습니다.

[힐 차관보] “북한과 대화가 작동하지 않는다면 분명히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천영우 본부장도 “북한에 충분한 시간을 줬다고 생각한다. 한-미 양국은 기다릴 만큼 기다렸다는 데 공감했다”라며 압박 수위를 한층 높였습니다.

[천영우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북한이 정확하고 완전한 신고서를 제출하는 데 필요한 충분한 시간을 줬다. 기다릴 만큼 기다렸다.”

천영우 본부장은 “데드라인을 설정하지는 않았지만 북한이 더 이상 신고서 제출을 지연시킬 이유가 없다”면서, 북한을 설득하기 위한 만남은 더 이상 없을 것임을 시사했습니다.

한국과 미국 측6자회담 수석대표들의 이 같은 발언은 북한을 강하게 압박한 것으로, 북 핵 신고를 위해 기다릴 수 있는 시간이 한계에 이르렀음을 나타낸 것으로 해석됩니다.

실제로 임기 말에 처한 부시 행정부를 감안할 때 미국 대선 후보가 정해지는 오는 8월 초까지는 핵 폐기 일정까지 합의돼야 하고 그러려면 시간은 앞으로 2개월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힐 차관보는 2일 저녁 아시아 소사이어티 코리아센터 창립행사에 참석하고, 3일 한국을 떠나 인도네시아로 갈 예정입니다.

이런 가운데 한국의 `연합뉴스'는 힐 차관보와 북한의 김계관 외무성 부상이 오는 4일께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회동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습니다. 

회동이 성사될 경우, 김 부상이 자카르타까지 가서 힐 차관보와 면담하는 만큼 신고 문제를 놓고 담판을 지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외교 소식통들의 분석입니다.

서울에서 미국의 소리 김은지입니다.